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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활동보조인 이오목
   

“한 번의 외출이 나에겐 철인삼종경기였다”
공익광고 포스터에 등장하는 이 글귀는 사회의 차별과 무관심으로 인해 장애인들이 겪는 고통을 함축적으로 잘 표현하고 있다. 우리가 일상생활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장애인들은 대부분 경증의 장애인들이다. 중증의 1급․2급 장애인들은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자유로운 활동이 어려운 경우로 집안이나 복지시설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비장애인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그들이 우리의 이웃으로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장애인 활동보조 사업은 2006년 중중장애인의 힘겨운 투쟁의 성과로 첫 제도가 도입된 이후 2010년 장애인 활동 지원법이 제정되어서 부족하나마 지금의 궤도에 오르게 되었다.
장애인 활동보조인 제도는 “신체적·정신적 장애 등의 사유로 혼자서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을 하기 어려운 중증 장애인에게 활동지원급여를 제공함으로써 자립생활과 사회참여를 지원하고 그 가족의 부담을 줄임으로써 장애인의 삶의 질 증진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부안에서는 유일하게 장애인 활동보조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인 부안종합사회복지관에 소속되어 활동하면서 장애인 활동보조인들의 왕언니로 통하는 이오목(62)씨를 만나보았다.
“부안에서 장애인 활동보조 서비스를 받는 사람이 얼마나 됩니까?”
“부안인구 5만 8천 명 중에  약 5천4백여 명이 장애인으로 등록되어있고 그중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6세 이상 65세 미만의 중증장애인 1․2급이 650명 정도 됩니다. 그중에서 46명이 장애인 활동보조 서비스를 받고 있어요.”
“주로 어떤 일들을 하세요?”
“빨래나 청소 같은 집안일들과 이동보조를 주로 하지요. 그 분들은 직접 할 수가 없고 가족 분들도 오랜 시간 동안에 많이 지쳐있거든요. 구체적으로 밥도 하고 국도 끓여서 먹을 수 있게 하거나 직접 먹여주기도 합니다. 씻기고 옷 갈아입히고 그런 것도 하구요. 가고 싶은데 있으면 차로 데리고 가기도 합니다. 공연장이나 관공서, 복지관 같은데요……. 가끔은 가족들이 서비스 범위를 벗어난 보호자의 개인적인 일을 부탁하기도 하는데 기관에서는 그럴 때는 단호히 거절하라고 하지만 어떻게 그럴 수 있겠어요. 좋은 맘으로 해주곤 합니다. 이용자 교육을 통해서 점점 좋아지리라 생각합니다.”
방송통신대를 함께 다니던 후배의 권유로 시작하게 된 장애인 활동보조인생활은 인생의 새로운 출발점이 되었다고 한다.
“봉사활동으로도 할 일인데 돈도 벌고 보람도 있고 좋습니다. 제 나이에는 식당에서도 쓰려고 안합니다. 정주고 마음 주면 또 하나의 가족입니다. 전 그렇게 생각합니다.”
활동보조인으로서의 첫 번째 장애인과의 만남은 20대 초반의 1급 뇌병변장애을 가진 뇌성마비 환자였다. 그의 나이는 비록 20대였지만 몸은 마치 초등학교 저학년 같았고 첫 만남은  더운 여름이었는데 옷을 입지 않고 일회용 기저귀만 차고 누워있는 상태였다. 머릿속으로 어렴풋이 상상은 했었지만 실제로 접한 1급 장애인의 모습은 충격이었다. 보호자를 설득하여 옷을 입히고 살을 무르게 했던 기저귀는 벗겨버리고 팬티를 입혔다. 의사표현은 할 수 있었으므로 볼일을 보고 싶으면 말하라고 했다. 실수하면 내가 치울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일렀다. 그는 몸은 맘대로 조절하지 못했지만 머리는 영리했다. 하지만 본인 앞으로 온 우편물도 읽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워 기역 니은부터 가르쳤다. 좋아하는 아이돌의 노래를 통해서 배우니 의외로 쉽게 배웠다. 그렇게 정성을 다해 열심히 일했는데 어느 날 활동보조인 교체요구가 들어왔다.
“당시에는 실망감과 배신감도 들었어요.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내가 너무 욕심을 부린 것 같아요. 아이 밥그릇에 어른 먹을 밥을 담으려고 한거죠. 그 때 많이 배웠죠. 그 후로는 어떤 장애인이 맡겨져도 두렵거나 걱정이 없어요. 누워있는 사람에게 밥을 먹이는 것이 제일 힘들고 두렵거든요”
“우리 주변에는 조금만 도움을 받으면 인생이 바뀌는 장애인들이 많아요. 초등 학교 때 다쳐서 실명한 중도장애자인데 40년간 외부세상과는 단절된 상태로 살았어요. 그런데 이 서비스를 받고는 사물놀이도 배우고 점자도 스스로 배우고 싶다고 해서 교육중이고 마치 어린아이처럼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이 끝이 없어요. 같이 연극 공연도 보러 다니고 그럽니다. 그럼 저는 옆에서 상황을 설명해 주고 그렇게요…….”
현재 근무하고 있는 기관의 “장애인 활동보조인 만65세 정년”이라는 재미없고 낡은 규정은 인적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부안의 현실에서 얼마간의 조정이 필요함을 느끼며 장애인을 위한 복지가 절대로 소모적인 일이 아니라 누군가에게는 또 다른 희망이며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훌륭한 일터를 제공하는 일임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김재성 기자  jeen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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