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광철(43)씨

길을 걷다가 우연히 시선을 사로잡는 멋진 간판을 만나게 될 때면 자신도 모르게 그냥 기분이 좋아지곤 한다. 간판이라고 말하는 옥외광고물에게 부여된 첫 번째 임무는 “다른 사람에게 나의 존재를 알리는 것”이다. 하지만 그 기능성을 넘어서 아름다움에 대한 감상의 기쁨을 강조하는 심미성은 개성을 중요시 하는 현대사회에서는 갈수록 그 가치가 높아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러한 추세에 발맞춰 각 지자체들은 도시미관을 해치는 불법 옥외광고물을 단속하는 방식의 기존의 행정지도로부터 탈피하여 아름답고 품위 있는 간판에 대한 광고주와 광고업자들의 인식전환을 통한 아름다운 도시경관조성을 위한 방편으로 아름다운 간판 공모전을 하고 있다.
얼마 전에 열린 제15회 전북건축문화제 건축문화상 수상식에서 아름다운간판부문 은상과 동상을 수상한 부안의 상상공작소 대표 고광철(43)씨를 만났다.
“먼저 수상을 축하합니다. 기대나 예상은 했나요?”
“저는 원래 남들 따라서 하는 것을 제일 싫어하거든요. 그래서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가지고 이렇게 저렇게 해보다 보니까 남들과 다른 개성 있는 간판을 만들었던 것 같고요. 얼떨결에 떠밀려 출품을 하게 되었는데 아무튼 그 동안 고민의 흔적들을 인정받는 것 같아 기쁩니다”
상상공작소는 디자이너의 창조적인 관점과 무한한 가능성의 디자인을 보여주고자 노력하는 흔적들이 곳곳에서 느껴진다. 작은 사무실에 전문 그래픽디자이너를 세 명이나 고용할 정도로 고대표는 디자인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상상공작소는 공공기관의 사인, 공원·펜션안내판 ,상가 간판을 주로 하지만 정치 광고나 관공서의 관광안내지도, 행사에 쓰일 리플릿과 브로슈어, 공연포스터를 제작하는데 강점을 가지고 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도 16명의 입후보자들에게 정치광고물을 제작해 주었다. 같은 지역구의 경쟁후보들 마저도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상상공작소에 일을 맡기는 것으로 미루어보아 정치 광고에도 감각이 뛰어난 듯하다.
“새로운 디자인을 창조한다는 것은 에너지소모가 많은 고된 작업입니다. 하지만 그 결과물이 주는 기쁨은 이 일을 계속할 수 있는 힘을 줍니다. 아쉬운 점은 일반 고객들은 그 가치를 너무 쉽게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고광철씨는 사실 공공디자인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교통표지판, 마을 표지, 공원벤치, 관광안내소, 택시·버스승강장, 쓰레기통 같은 도로시설물들을 “어떻게 하면 기능성과 심미성 모두 만족시킬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그의 머릿속에서 꿈틀거린다.
“특정한 거리에는 형광등이 안에 들어간 플렉스소재의 간판 사용을 못하게 하고 색깔, 규격, 표시내용 같은 것들을 조례를 통해서 규제하거든요. 지역적 특성과 정서에 알맞고 또 업소의 특성과 건축물 그리고 주변 환경과 어울리는 간판을 만들라는 거죠. 요즘은 예쁜 간판들로 조성된 거리가 하나의 관광 상품화 되고 있는 추세거든요. 어울리지 않게 크기만 엄청 큰 간판에 각종 메뉴로 도배된 유리창 썬팅을 보면 참 아쉽습니다”
고광철씨와 마주한 한 시간여 동안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가 쏟아졌다. 여러 개의 창이 동시에 떠있는 컴퓨터 모니터를 보고 있는 듯했다. 조명시설을 바닥에 내장한 손수 만든 넓은 책상위엔 각종 자료들이 그의 머릿속을 보여주듯 자유롭게 널려있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그만의 규칙성이 묻어난다. 인터뷰 중에도 금세 자료를 찾아 보여주며 자신의 의견을 설득력 있게  호소한다.
그는 전국의 고속도로 휴게소에 호두과자 대신 부안의 오디를 넣은 참뽕과자로 대체하겠다는 야무진 꿈을 가지고 차근차근 추진하고 있다. 실제로 이와 관련된 제조특허와 상표등록, 자동화기계 개발까지 마친 상태이다. 또한 조감도만으로도 부안의 명소가 될 것으로 기대되는 개성 있고 실용적인 가족들의 보금자리를 준비하고 있다.
재미없고 따분한 것은 참을 수가 없다는 고광철 대표 그의 재능과 열정이 만개하여 많은 사람들의 기쁨으로 돌아오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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