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형님은 작년 가을에 밀을 갈았던 밭에 콩을 심었다. 밀을 수확하다 콤바인 사고로 발을 다쳐 주변 지인들이 도와서 가까스로 파종을 마쳤다. 처음에 잘 자라던 콩밭에 풀이 나기 시작하더니 이내 걷잡을 수 없을 만큼 풀이 번성했고 결국 콩밭을 갈아 엎고 배추를 심었다. 물을 주느라 며칠 동안 먼 곳에서 물을 길어다 엄청 고생을 해 가며 밤을 새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몇 번에 걸친 맞춤 맞은 가을비로 배추는 무럭무럭 잘 자랐다. 탐스럽게 포기가 차고 김장철이 다가왔다. 헌데 배추 값이 떨어지고 있다. 몇 년 전에 한 망에 만원까지 가던 배추가 올해는 산지폐기를 해야 할 만큼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 수확에 드는 작업비나 건질지 모르겠다. 콩밭은 병원 신세를 지는 까닭에 갈아 엎었지만 배추는 정말 열심히 노력했는데 자칫하면 갈아 엎어야 하는 상황이 닥칠 것 같다. 이런 와중에 중국에서 시진핑 주석을 만난 박근혜 대통령은 한중 자유무역 협정의 타결을 선언했다. 쌀은 완전히 제외했고 농산물 개방을 최소화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 했다고 그동안의 협상팀의 노고(?)를 치하했다. 농산물 개방을 최소화 했다지만 이미 중국산 쌀과 김치는 아무데서고 구할 수 있는 농산물이 되어 있다. 부안의 음식점에서 나오는 김치도 중국산이 많단다. 예전에는 배추값이 떨어지면 재배면적이 늘어났기 때문이었지만 지금은 중국산 김치가 얼마나 수입되나가 가장 큰 이유가 되고 있다. 그나마 관세는 앞으로 10년 이내에 거의 다 없어질 판이다. 과연 10년 뒤에 배추밭을 정성껏 돌보는 농민을 만날 수 있을지, 단풍지는 가을 들판을 새파랗게 물들이던 싱그러운 배추밭을 볼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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