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성적중시(綾城謫中詩)

누가 활 맞은 새와 같다고 가련히 여기는가 (誰燐身似傷弓鳥)
내 마음은 말 잃은 마부 같다고 쓴 웃음을 짓네 (自笑心同失馬翁)
벗이 된 원숭이와 학이 돌아가라 재잘거려도 나는 돌아가지 않으리 (猿鶴定嗔吾不返) 
독 안에 들어 있어 빠져 나오기 어려운 줄을 어찌 누가 알리오 (豈知難出覆盆中)

화순군 능주면에 가면 정암 조광조(1482-1519)의 적려유허지가 있다. 1519년 (중종 14년) 11월 왕도정치를 실현코자하는 사림파의 영수 조광조는 기묘사화로 인하여 이곳 능성현(지금의 능주)으로 유배를 오게 된다. 기묘사화는  사림파의  위훈 삭제 주장에 대한 훈구파의 반격인데 한편으로는 조광조의 도학정치에 염증을 느낀 중종의 등 돌림이기도 하다. 그는 이 시에서 자신의 처지를 활 맞은 한 마리 새로 비유하고 마음은 말 잃은 마부로 표현하고 있다. 조광조는 다시 임금이 자기를 부를 것이라는 일말의 기대는 하고 있지만 지금은 독 안에 들어 있어 빠져 나오기 어렵다는 자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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