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가 끝나가고 있다. 몇 차례에 걸친 가을비 탓에 아직 탈곡이 끝나지 않은 곳도 더러 있지만 대개는 마무리 되었다. 농협, 정부, 자치단체에서 이루어지는 수매도 절반 이상 진행되고 있다. 결산이 남았다. 머리가 복잡하다. 일년 내내 뻬빠지게 일을 했는디 과연 멋이 남을랑가 고민이다. 농사의 결산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임대료다. 임대료를 보통 화리라고도 한다. 원래 화리란 말은 조선시대 소작인들이 임의로 경작권을 매매할 수 있는 특수한 전답을 일컫는 말이었다. 소작인들의 힘이 쎘던 시절의 임대료 정산 방식이었는데 지금은 대체로 임대료를 일컫는 말로 쓰이고 있다. 임대료는 지난 20년 동안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꾸준히 상승해 왔다. 영농의 규모화와 농가간의 임대 경쟁이 가장 큰 요인이라고 볼 수 있다. 직불금도 임대료 인상에 한 몫을 했다. 지금은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임대료로 주는 곳도 있다. 임대료는 특수작물을 재배하는 지역이 가장 높고 도시에서 멀어질수록 비싸진다. 경기도 인근은 마지기당 반짝이나 한 짝을 넘지 않는다. 익산부터 부안에 이르는 평야부는 두 짝수준이다. 도시 인근 지역에는 부재지주들이 많기 때문에 시골에서 이루어지는 일들에 대한 정보에 어둡기 때문이고 시골지역에는 농촌에 함께 살고 있는 지주들이 많기 때문에 각종 정보와 경쟁에서 지주가 우월한 것이 이유인 것 같다. 역사적으로는 국가가 힘이 강할 때는 임대료가 내려가고 나라가 어지러워 지면 임대료가 올라갔다. 임대료가 생산량의 절반을 넘으면 각종 민란이 일어나거나 나라가 망하기도 했다. 그러니 지금의 임대료의 수준을 보면 그리 만만한 상황은 아닌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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