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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담론으로 가자 : 불평등
  • 김창현(BJ솔루션(주) 대표)
  • 승인 2014.11.19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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不患貧(불환빈)患不均(환불균), ‘가난한 것 보다 고르지 못함을 근심한다’는 논어에 나오는 구절이자, 지난 번 야당 대선후보 경쟁에 나섰던 한 정치인의 좌우명이기도 하다. 불평등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선진국이나 개발도상국 구분없이 상존해 왔다. 다만 어느정도인지가 문제일 것이다.
 우리나라는 60년대 저임금 기조의 급격한 산업화로 인해 생계적 절대빈곤은 빠르게 탈출했지만, 90년대 이후 누적된 소득불평등은 이제 사회통합의 저해요인으로 작용되고 있다. 한국의 소득불평등의 심각성은 국제 통계자료로 확인되는데, 프랑스 파리경제대학의 세계 상위소득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지난 2012년 한국의 소득 상위 1% 인구는 전체 소득의 12.23%를, 상위 10% 인구는 전체의 44.87%를 차지했다.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19개 OECD 회원국을 비교할 때 한국의 소득불평등 정도는 상위 1% 기준으로는 미국과 영국에 이은 3위, 상위 10%에서는 미국에 이은 2위였다. 게다가 소득 집중도의 변화가 현 추세대로 진행된다면  수 년 안에 모든 국가를 제치고 OECD국가 중 가장 불평등한 국가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니 놀라운 일이 아닌가.
 네덜란드의 경제학자 얀 펜은 '소득분배' 라는 책에서 한 사회의 소득불평등을 가상의 행렬을 통해 설명한다. 한 사회 구성원이 모두 참가하는 한 시간짜리 가상행렬이 있고 소득에 따라 참가순서가 정해진다. 처음 등장하는 사람들은 머리가 안 보인채 물구나무서기를 하면서 나타나는데 소득이 마이너스거나 빚쟁이다. 이들이 지나가면 키가 몇 센티에 불과한 개미 인간들이 나오고, 한참 뒤에 키가 1m가 채 안 되는 난쟁이들이 등장한다. 난쟁이들의 행렬은 무려 30분 동안 지속된다. 사회의 평균소득에 해당하는 키 170㎝의 사람들은 행렬을 시작한 지 48분 후에야 겨우 모습을 드러낸다. 이후에 등장하는 이들의 키는 비정상적으로 커지며 50분이 넘어가면 2m가 넘는 키다리들이 등장한다. 마지막 수십 초를 남겨 놓고는 초거인들이 등장하는데 이들의 키는 너무 커서 얼굴이 구름에 가려져 있다. 저자가 상징적으로 설명하고 싶은 건 난쟁이들의 행렬이다. 소득대로 키를 맞추면 47분까지는 평균 키 이하이므로 전체 구성원 넷 중의 셋은 평균소득 이하라는 뜻이다. 난쟁이들의 눈에 비친 거인은 탐욕의 상징이다. 행렬 모델은 영국이지만 한국도 이같은 가상행렬을 펼친다면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한다.
 이런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21세기 자본’ 이라는 책으로 경제학을 비롯한 사회과학 분야에서도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킨 토마 피케티 교수가 우리나라를 방문했을 때 ‘부의 격차는 합리적인 수준까지만 벌어져야 하고, 지나친 격차가 벌어지면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 는 제언과 더불어 경제적 불평등 해소를 위한 몇 가지를 제시했다. 누진적 소득세와 부유층 자산에 대한 글로벌 자산세, 상속 증여세 강화와 기업회계 감시 등이 주요 내용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의 방향성은 다르다.
 외환위기 이후 기업이윤이 큰 폭으로 증가하는 동시에 부자감세가 이뤄져 상위계층에 소득이 집중되어 소득 불평등이 심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4,500억에 달하는 대주주들의 배당소득 감면조치와 할아버지의 손자 교육비 1억원 면세조치, 기업상속 공제한도를 1천억 원까지 확대하는 등 고소득층에게 추가적인 감세 혜택을 돌리는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어 서민의 유리지갑을 분노케 한다. 중요 대선공약이었던 무상보육을 세수부족 이유로 지방정부에 전가하는 모습과 서민들에게 나라를 위해 담뱃세와 주민세, 자동차세 인상을 감내해 달라는 정부의 태도는 영 앞뒤가 맞지 않는다.   
  '세금을 깎아주면 기업의 투자가 늘고, 투자가 늘면 고용이 창출되어서 서민경제가 좋아 진다' 는 낙수효과 논리가 얼마나 허황된 것인지 드러났지만 정부는 감세정책을 고수한다. 더욱이 멀쩡한 강을 뒤집고 자원외교라는 미명아래 천문학적 금액을 쏟아 붓고, 그로인해 빚어진 처참한 결과에 대해서도 책임지는 사람은 없고 좀 더 지켜보자고 한다. 서민에게 가해지는 각종 직·간접세 부담과 견줄 정도의 부자증세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세금은 사회적 재분배의 목적이 포함된다. 불평등이 심화되지 않도록 예방하고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것이 정부의 책무이며 세수와 세출 모두 그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는 자명하다. 신뢰받지 못하는 정부아래 대다수 국민은 행복하지 않다. 아침저녁으로 시린 기운이 옷깃을 여미게 하고, 붉게 물든 나뭇잎이 겨울이 머지 않음을 알게 한다. 겨울의 문턱에서 소득과 기회 불평등, 탐욕과 부패에 대한 저항의 바람이 일기를 희망한다.
 

김창현(BJ솔루션(주) 대표)  ibuan@ibu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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