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들은 ‘인권’이라고 하면 고문이나 양심수를 떠올린다. 1970~80년대 독재정권 치하에서 악랄한 고문이 자행되었고, 민주화를 위해 싸우던 많은 사람들이 정권의 뜻을 거슬렀다는 이유만으로 감옥으로 가야만 했다. 표현의 자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노동조합을 만들고 가입할 권리 등 인권은 국가가 보장해야 하는 중요한 일 중의 하나였다. 1990년 이후 우리 사회에서 민주주의가 발전해 가면서 ‘인권’은 사람들에게서 서서히 잊혀져 가는 단어가 되었다. 가혹한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이나 FTA 체결로 농업인들의 생존권이 위협을 받게 되었을 때나 종종 떠올리게 되었다.
그런데 2000년이 들어서면서 ‘인권’이 지자체의 주요한 업무로 주목받고 있다. 국가의 일로 여겨졌던 인권이 지방행정의 한 부분이 되고 있다. 작년(2013) 9월 26일 유엔 인권이사회에서는 ‘지방정부와 인권’이란 결의안이 채택되기도 했다. 우리나라가 인권이사회에 제출한 최초의 결의안이었다. 인권의 역사에서 아주 중요한 이정표가 되는 결의안이 되었다. 그동안 국가의 역할과 책무로 논의되던 기존의 인권 담론과 정책에 지방정부가 중요한 행위자가 되었음을 확인해 주는 상징적인 일이었다.
우리나라가 대표가 되어 제출한 이 결의안에는 이집트, 칠레 등 40여 개국 이상이 공동 제안국으로 참여하였고, 인권 보호와 증진과 관련하여 지방정부의 역할에 대한 보고서를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하라는 것이 결의안의 내용이었다. 이 결의안에 따라 보고서를 작성하여 제출할 전문가들이 지난 5월에 서울시와 광주시를 방문하여 자료도 수집하고 관련자들과 면담하고 토론하기도 하였다. 
1948년 유엔에서는 유엔인권헌장을 제정한 이후 고문방지협약, 여성차별철폐협약 등 여러 인권조약 등을 만들어 세계적 차원에서의 인권의 보편성을 추구해 오는 인권의 세계화가 진행되어 오는 한편에서는 이러한 보편성을 지닌 인권을 한 국가나 지역에서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인권의 지역화도 동시에 확산되어 왔다. 더욱이 지난 10년 동안 국제사회에서는 인권에 대한 지방정부의 역할이 매우 커져 왔다. 2005년 캐나다 몬트리올 시가 최초로 도시 차원의 인권헌장을 제정하고 인권옴부즈맨 제도를 도입하여 시행한 이후, 스페인의 바르셀로나, 아르헨티나의 로사리오, 오스트리아의 그라츠, 독일의 뉴른베르크 등이 인권도시를 표방하며 지방행정에 인권을 다양한 형식으로 접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지자체들이 2000년 후반부터 인권을 지방행정에서 중요한 업무 중 하나로 규정하는 인권기본조례를 제정하게 되었다. 2013년말 현재 광역자치단체에서는 서울시, 광주시, 부산광역시 등 11곳에서 인권기본조례를 제정하여 시행 중에 있고, 기초자치단체에서는 서울의 성북구, 부산의 해운대구, 경기도의 수원시, 경남의 진주시 등 47곳에서 인권기본조례를 제정하여 시행하고 있다. 올해에도 서울시 서대문구 등 많은 기초자치단체에서 인권기본조례를 제정했거나 제정하고 있다. 인권의 지역화, 지방화가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고 있다.
각 지자체별로 시행하는 인권행정은 다양한 모습으로 시행되고 있다. 서울의 성북구의 경우에는 조례를 제정하거나 어떤 정책을 시행하기 전에 인권영향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국가나 지자체에서 도로건설이나 규모가 큰 개발을 진행할 때 공사를 진행하기 이전에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개발에 있어서도 인간과 자연환경이 서로 공존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발전을 중요하게 고려하듯이, 지방행정에서 수행하는 어떤 정책이 관련 당사자들을 불리하게 대우하거나 하는 차별 요소는 없는지, 장애인이나 교통약자들의 이동권을 제대로 보장할 수 있는지 등 인권의 관점에서 사전에 검토하여 정책에 반영토록 하고 있다.
(*지방행정에서 인권행정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이 난을 통해 계속 소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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