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가 한창인 행안 들녘을 지나 우슬재를 넘어가는 초입에 그림 같은 풍경 속에 황토집 한 채가 보일 듯 말 듯 자리하고 있다. 황토집 옆 사방댐을 넘어 흐르는 물은 돌계단 형태의 보를 타고 내려와 연못에 머무르고 주인장은 그 곳에 마을 이름과 같은 수련을 심고 그 앞으로는 나무데크를 만들어 공연장으로 꾸며놓았다. 가을국화와 고목나무에 매달린 감들이 가을의 정취를 더해주고 한가로이 모이를 쪼는 닭가족과 강아지, 거위들이 먼저 손님을 반긴다. 
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전통문화예술원 바람꽃”의 단원이기도 한 라현환(57), 이혜순부부는 국화울타리 국화축제준비, 바람꽃 풍물공연, 주업인 토종닭도 기르기, 부업인 식당일까지 일 년 중 가장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곳 수련동에서 태어난 라현환씨는 대학에서 축산을 전공한 이후 고향으로 내려와 토끼, 돼지, 젖소, 육계 같은 다양한 가축들을 길렀다. 그 후 육계사업에 전념하여 1만 마리로 시작한 육계는 6만 마리까지 늘어 몸집이 커졌다. 돈벌이는 그런대로 좋았으나 잊을만하면 중간상인들의 농간으로 돈을 떼이기도 수차례 몸과 마음을 지치게 했던 육계사업을 과감하게 정리하고 돈보다는 행복하게 사는 방법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부부가 궁리 끝에 내린 결정이 지금의 토종닭(참뽕 우리맛닭)종계, 실용계 농장과 수련동 녹색체험마을에 포함되어있는 “우슬재 황토촌”이다. 국립축산과학원에서 원종계를 받아 수탉과 암탉을 일정비율로 섞어 기르면 토종닭 유정란이 생산된다. 이를 부화시켜 종계를 분양하기도 하고 또한 식당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실용계를 직접 길러 출하하기도 한다.
순탄한 과정만은 아니었다. 사육장으로 들어온 수리부엉이 한 마리 때문에 놀라 달아나던 출하직전의 닭 1500마리가 압사당하는 일이 수차례 있었다. 이것 또한 너무 건강하게 자란 닭들이 활동성이 좋아서 생긴 일이란다. 보통 육계들은 평소에 움직이질 않아서 도망도 못 간다는 설명이다.
일부 방사 중인 이곳 닭들은 야생동물을 피해서 감나무위에서 새끼를 품고 잠을 잔다.
“직접 유정란 생산부터 부화과정을 거친 후 건강하게 자란 우리맛닭으로 맛있게 식탁에 까지 올려야 마무리가 되는 것이지요. 아무리 좋은 재료라 하더라도 좋은 솜씨로 마무리 하지 못하면 말짱 꽝이지요. 그래서 늦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나는 전주에 있는 요리학원에 다니고 아이 엄마는 유명하다는 한정식 식당의 찬모로 1년 이상을 일하면서 익혔습니다.
“바람꽃 공연으로 바쁘시던데요?”
“예! 요즘 축제나 경연대회같은 행사들이 계속 있어서 강행군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신이 나고 재미있습니다. 얼마 전 부안에서 열린 전국국악대전에서 우리 바람꽃이 상을 휩쓸었습니다. 그것을 계기로 오라는 데가 많습니다. 어제도 소리문화축제에 다녀왔고요”
이혜순씨는 상서주부농악단 시절부터 익힌 꽹과리솜씨가 수준급이라고 하고 입으로 부는 악기는 풀피리부터 하모니카, 리코더, 단소, 플릇, 태평소, 색소폰까지 못하는 것이 없다는 라현환씨는 태평소 소리가 일품이다.
13남매 속에서 자란 라현환씨는 어려서부터 부는 악기에 관심이 많았다. 초등학교 2학년 어느 날 하모니카를 사달라고 떼를 썼는데 공부를 잘하던 형들에게 엄청 혼난 일이 있었다고 한다. “그 때 하모니카 때문에 형님한테 1박2일로 얻어맞았어요. 아이고……. 당시에는 예술인들이 참 천하게 취급당하던 때니까…….  그렇게 좋아하고 재능도 있는 음악 쪽으로 조금만 기회를 주었더라면 인생이 달라졌겠지요.”
문방구에서 파는 리코더라도 라현환씨의 입술에 닿으면 심금을 울리는 단소 소리가 난다. 어느 날은 음주단속에 걸렸는데 경찰관이 내미는 음주측정기의 대롱에 음주측정은 거부하고 피리를 불었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들 부부에게 풍물은 행복한 삶을 위한 하나의 큰 축이다. 결코 남에게 보여주는 공연을 위한 음악이 아니다. 그래서 녹색체험마을에 숙박을 하는 손님들이 찾아오면 저녁 식사 후 대부분은 풍물이 어우러진다. 일단 풍물이 시작되면 주인과 객이 하나가 되어 한바탕 화끈하게 논다. 달 밝은 밤 라현환씨의 각종 악기연주로 분위기는 최고조에 이른다. 모두가 행복해지는 순간이다. 이곳에서의 유쾌한 경험을 바탕으로 풍물에 입문한 사람이 여럿 있다고 한다.
앞으로의 꿈은 이곳에 어울리는 멋진 공연장을 하나 만드는 것과 닭학교를 만드는 것이란다. 닭학교는 닭에 대한 모든 것을 가르쳐주는 학교를 말한다. 동물복지까지 염두에 둔 생태순환적인 방법으로 닭을 기르는 것부터 요리를 해서 식탁에 올리는 전 과정을 본인과 같이 시행착오를 겪지 않도록 해주고 싶다고 한다. 이들 부부의 희망대로 맛있는 먹거리, 흥겨운 놀거리, 편안한 휴식공간이 어우러지는 멋진 문화공간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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