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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스마트폰 그리고 전동차
  • 이경덕(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강사)
  • 승인 2014.10.13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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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사람이든 물건이든 오래되면 잔 고장이 생기기 마련이다. 영원히 병에 걸리지 않거나 고장이 나지 않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봄에 씨앗을 뿌리고 바로 열매가 열리기를 기대하는 것과 다를 것이 없는 어리석은 일이다. 다만 사람이라면 평소에 가벼운 운동과 독서와 같은 육체적이고 정신적인 활용을 통해서 잔 고장, 즉 병을 예방할 일이고 그것이 물건이나 기계라면 닦고 조이고 기름칠을 해서 잔 고장을 예방할 수 있을 따름이다.
그리고 인류가 이 땅에 등장한 이후 예외가 없었던 진리에 따라 인간은 언젠가 죽고 따라서 인간들이 사용하는 물건과 기계 또한 언젠가 소멸된다.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은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박물관과 같은 곳에서 보관되고 기념되는 물건들이다. 인간이라면, 그것을 사람이라고 부를 수가 있다면 미라가 거기에 해당된다. 또한 인간이 사용하던 오래된 물건, 즉 빗자루 같은 것이 도깨비로 변해 영원성을 얻기도 한다지만 그것은 상상의 영역이다.
그런데 이렇게 유사한 것처럼 보이는 사람과 물건은 기본적인 면에서 서로 다르다. 그 차이의 핵심은 독일의 세계적인 철학자였던 M.하이데거의 지적처럼 바로 관심이다. 인류의 고상하고 아름다운 가치인 사랑이나 우정, 신뢰 등은 관심이 다양한 형태로 표현된 것이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에 대한 지극한 관심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물건에 대한 지극한 관심이 나타나는 것은 그것이 고장이 났을 때이다. 시계를 예로 들면, 평소에 우리는 시계를 시간을 알아보는 용도로만 사용한다. 흘낏 시간이 어떻게 되었는지 확인할 뿐이다. 우리가 정작 시계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는 것은 시계가 고장이 났을 때이다. 시계가 멈추면 우리는 흔들어도 보고 이리저리 살펴보며, 다른 말로 관심을 가지고 왜 고장이 났는지를 알아보려고 한다. 그래서 배터리를 바꾸거나 수리를 하는 것으로 시계에 관심을 겉으로 드러낸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의 사회를 보고 있으면 사람이 물건처럼 취급을 받고 물건이 사람처럼 취급을 받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예를 들면 스마트폰은 사람들이 두 손으로 받들고 하루 종일 모시고 다니는 물건이다. 그 안에 들어 있는 내용에 배터리에 지극한 관심을 기울이고 끊임없는 애정과 충성을 보낸다. 스마트폰은 사람들의 편의를 위한 물건임에도 사람들 사이의 관계와 관심을 차단하고 사람을 사물화(事物化)시키고 있다.
또 하나 생각해 볼 것이 지하철 전동차의 내구연한이다. 2014년에 개정된 도시철도법에 따르면 철도 차량과 도시철도 차량의 내구연한에 대한 기간이 삭제되었다. 즉 서민들이 주로 활용하는 지하철 전동차나 철도의 차량은 무기한으로 사용해도 좋다는 내용이다.
흥미로운 것은 처음 법적으로 제정된 전동차의 내구연한은 15년이었다. 그러니까 15년이 지나면 그 전동차는 폐기되어야 했다. 그런데 그 이후 25년(1996년)으로 늘어났다가 다시 40년(2009년)으로 연장되었고 마침내는 법적으로 영원성을 얻었다.
얼마 전 일어났던 홍도 여객선 침몰과 많은 생명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의 주요 원인은 배의 노후였다. 이미 폐기해야 할 배를 내구연한을 늘려서 계속 운행한 것이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였다. 이렇게 내구연한을 늘렸으면 잔 고장을 예방하기 위해 더욱 신경을 써야 할 터인데 일상적인 경정비는 2개월에서 3개월에 한 번으로, 정밀한 검사는 4년에서 6년으로 늘어났다. 거꾸로 가고 있는 셈이다. 이상하지 않는가?
지하철은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교통수단이다. 서민들도 사람인데 사람의 생명을 안전상태가 불확실한, 누군가의 표현처럼 세월호를 매일처럼 타고 다녀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게다가 경비절감을 위해 기관사를 두 명에서 한 명으로 줄이고 있는 실정이다. 이쯤에서 ‘사람은 물건인가?’ 하는 물음이 저절로 떠오른다. 그에 대한 대답은 ‘누군가는 사람이고 누군가는 물건일지도 모른다’가 아닐까?

이경덕(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강사)  ibuan@ibu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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