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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세에 앞서 공정한 과세가 먼저다
  • 김재성(서광약국 약사)
  • 승인 2014.10.13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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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2000년경 고대 이집트에서는 해마다 9월이 되면 나일강이 범람하는 일이 벌어지곤 했다. 남쪽나라 에티오피아의 높은 산들과 우간다의 빅토리아 호수로부터 발원하여 지중해로 흘러드는 나일강은 봄, 여름동안 정기적으로 내린 빗물이 모여 그 수위가 점점 높아져 결국 하류지역에 홍수를 일으킨 것이다. 강의 범람은 비옥한 유기물을 상류로 부터 싣고 와서 검은색의 축복어린 흙을 선물했지만 누가 그 땅의 주인인지를 밝혀줄 경계를 지워버리곤 했다. 결국 이집트의 왕 파라오에게는 그 경계를 새로 그려주는 일이 매우 중요한 일이었는데 이때 발달한 것이 고대 이집트의 수학으로 지금도 그들의 계산법대로 땅의 면적을 구해보면 큰 오차가 없다고 하니 4000년 전 사람들의 수학적 지식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렇게 통치자인 파라오가 새로운 땅에 경계를 지어 제 주인을 찾아준 이유는 그래야만 그 땅을 통해서 백성들로부터 저항 없이 세금을 거둘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반면 조선말기 고부 군수 조병갑은 황무지를 개간하면 세금을 면제해 주겠다고 해놓고선 약속을 어기고 세금을 뜯어가 백성들의 탄원이 끊이질 않았으며 정읍 이평에 있던 멀쩡한 만석보를 보수한다고 농민들을 강제 동원하여 새로운 보를 쌓게 하고 그 물을 이용하여 농사를 짓게 한 후 가을에는 수세를 받아 챙겨 이에 분노한 백성들이 들고 일어나 이는 결국 동학농민혁명의 도화선이 되었다.
이처럼 “누구에게 어떻게 세금을 거두어 누구를 위해 어떻게 쓰느냐”는 그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삶의 방식을 결정하고 이는 다시 한 나라의 흥망성쇠로 이어져왔다.
민주주의는 이러한 권한을 선거라는 과정을 통해서 행정부에 위임을 하였고 또한 그 권한을 독단적으로 사용할 수 없도록 의회를 통해 견제하고 있는 것이다.
현 정부는 비과세·감면제도의 개선과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한 “증세 없는 복지”를 약속하며
4대 중증질환 건강보험 적용, 기초연금, 저임금 노동자 보험료 지원, 고교 무상교육, 반값 등록금, 국민 행복주택 등의 공약들을 내걸어 당선이 되었으나 이러한 것들은 당선 후 줄줄이 연기되거나 축소되었다. 증세를 통한 재원마련 없이는 애초부터 가능하지 않은 일들이었다.
 이명박 정부 출범이후부터 꾸준하게 진행되어온 “부자감세정책” 즉 기업의 법인세인하, 고소득자의 소득세인하, 종부세 감면 등으로 인한 세수감소는 심각한 재정적자를 가져왔고 부족한 세수를 해결하기위해 정부는 로또판매점을 늘리고 학교 옆에 화상경마장을 신설하며 인천공항 같은 알짜 기업을 외국자본에 매각하려하거나 고속철도 같은 국가기간산업을 민영화하는 등의 빗나간 정책만 남발하였다.
“MB 2기 정부”라고 불리는 현 정부에 들어서서 국가부채는 올해 570조에 이르고 국가가 지급을 보증한 지방정부와 한전이나 수자원공사 같은 공공기관의 부채를 포함하면 1000조를 넘어서 국내 총생산의 80%에 육박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렇듯 계속 커져가는 재정적자와 이로 인한 국가부채의 증가를 해결하기 위해 꺼내든 카드가 담배세, 주민세, 자동차세, 지방세를 인상하는 실질적인 증세방안이다. 하지만 많은 재정 전문가들의 의견은 이러한 꼼수는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없고 오히려 공정하지 못한 조세정책에 대한 저항만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새누리당 집권이후 국세에서 소득이 증가함에 따라 세금이 많이 부과되는 직접세는 감소하는 반면 소득과는 무관한 간접세의 비중은 점점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또다시 간접세비율을 높이는 것은 거꾸로 가는 조세정책일뿐더러 거둘 수 있는 세수마저 한정적이어서 재정 적자를 개선하기에는 역부족이므로 과표에 일정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의 “사회복지세” 같은 별도의 복지예산을 위한 목적세를 신설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이미 우리는 교육재정을 위한 목적세로 교육세를 부과하고 있는 경험이 있다.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오세훈 전 시장과 박원순 현 시장은 무상급식을 이슈로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의 대결구도로 경쟁했고 결국 “보편적 복지”가 승리했다. 그 후 우리사회는 보편적복지라는 큰 틀의 공감대는 이루어졌다고 본다. 하지만 이어진 대통령 선거에서는 여야후보 모두 보편적 복지를 이야기했지만 구체적인 재원마련에 대한 대안이 존재하지 않았다. 박근혜 후보는 20조의 복지공약을 문재인 후보는 50조의 복지 공약을 내세웠다. 한 쪽에서는 지하경제활성화를 또다른 한 쪽에서는 부자감세의 철회를 대안이라고 내놓았다. 정작 증세이야기는 그 어떤 쪽도 표가 떨어질까 봐 꺼내지도 않았다. 야당의 주장대로 부자감세는 반드시 되돌려야만 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늘어나는 복지 수요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동시에 OECD평균에 한참 모자라는 우리나라의 조세 부담률을 높이는 정책도 함께 진행되어야 함을 솔직히 말했어야만 했다.
이제 우리사회는 “보편적 복지”에서 “복지를 위한 증세”로 복지정책의 화두를 돌릴 시점에 서있다. 정치인들은 국민들 앞에 우리가 나아가야할 방향과 이상적인 국가의 모습을 제시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세금인상이 반드시 필요함을 설득해야만 한다.
증세 없는 복지국가는 사기일 뿐이다. 그리고 그러한 증세에 앞서 많이 가진 자가 많이 내고 적게 가진 자는 적게 내는 너무도 소박하고 당연한 조세정의가 선행되어야만 한다.

김재성(서광약국 약사)  jeen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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