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곳곳이 어렵다고 합니다. 농촌지역은 인구가 계속 줄어들고, 장밋빛 환상을 심어주던 개발사업들은 ‘헛된 꿈’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사는 모습도 말이 아닙니다. 빈부격차와 불평등이 심해지다보니 사회가 각박하기 짝이 없습니다. 저마다 ‘각자 생존’을 위해 경쟁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건강, 환경도 위협받고 있습니다. 우리가 먹는 먹거리에는 외국농산물이 넘쳐나는데, 이제 쌀시장까지 개방한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지역에 희망이 있을까요? 농촌에 희망이 있을까요?
어제 전남 영광에서 ‘여민동락 공동체’라는 공동체를 일구고 있는 분의 강의를 들었습니다. 그 분을 비롯한 공동체 사람들은 귀농ㆍ귀촌한지 8년째라고 했습니다. 전남 영광에서도 가난한 편이고 노인들이 많은 묘량면이라는 곳이 공동체가 자리잡은 곳이라고 했습니다.
이곳에서 이 분들은 마을경로당을 노인복지센터로 바꾸고, 노인들을 복지서비스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삶의 지혜를 가진 어른으로 존중하는 복지활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마을 어르신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준 모시송편떡 공장을 운영하고, 문을 닫을 위기에 놓인 시골학교를 살리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3가구로 시작해, 지금은 18명이 함께 활동하고 함께 공부하며 지역을 바꾸고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동락점빵’이라는 사업도 시작했다고 합니다. 마을에 가게들이 없어서 기본적인 생필품을 구하는 것도 불편한 현실을 보고, 이동식 가게를 운영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런 분들이 활동하는 얘기를 들으면, 지역에 희망이 없는 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사실 많은 지식인들은 ‘이제는 농촌이다’라는 얘기를 합니다. 대도시에서의 삶에 대한 회의는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장시간 노동하고, 출ㆍ퇴근에 몇 시간이 걸리며, 아무리 일해도 아파트 전세금 올려주기 급급한 삶은 행복한 삶이 아닙니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많은 젊은이들은 이 구조에 갇혀 답답한 나날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점점 더 심각해지는 기후변화는, 결국 사람들에게 ‘농촌’에 눈을 돌리게 할 것입니다. 국제곡물가격이 10년 전에 비해 2배 이상 올라갔고, 앞으로도 세계 식량사정은 불안하기 짝이 없습니다. 지금은 국가정책이 농업을 버려도, 결국에는 농업을 살려야 한다는 진리를 깨닫게 되는 날이 올 것입니다. 유럽의 선진국들과 미국은 농업을 포기하지 않고, 오히려 농업대국으로서의 지위를 유지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시대의 흐름은 결국 농촌과 농업을 강조하는 쪽으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당장 희망이 보이지 않는 것 같아도, 지역의 미래를 고민하고 토론해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역언론은 그런 공론의 장을 여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한편 일본이나 한국의 농촌을 보면, 모든 지역이 똑같지 않습니다. 어떤 지역에는 사람들이 모여들고, 어떤 지역에는 사람들이 떠나가기만 합니다. 어떤 지역에는 지역특성을 살린 지역순환경제가 살아나고 있는 반면, 어떤 지역에는 끝없는 토건공사만 벌어집니다. 어떤 지역은 교육과 문화가 살아있는 반면, 어떤 지역은 황폐한 느낌이 몰아칩니다.
고민하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는 지역은 희망을 만들어 갈 것입니다. 그러나 정치와 행정이 무사안일에 빠져 있고, 주민들마저 무력감에 휩싸여 있는 지역에는 희망이 생기지 않을 것입니다.
공론장을 만드는 언론이 있는 지역은 다양한 토론 속에 지역의 미래를 찾아갈 것이고, 그런 언론이 없는 지역은 의사소통의 부재 속에 희망 없는 미로에 갇혀 버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부안독립신문은 지난 10년동안 부안의 미래를 찾는 소중한 공론장을 만들어 왔습니다. 창간 1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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