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은 참 좋은 대통령이다. 국민들 건강을 지켜주기 위해 노심초사 하루도 편할 날이 없다. 세월호 특별법은 여야가 합의한 대로 국회가 통과시키면 될 일이니 대통령이 할 일은 다했다. 드디어 국민 전체를 위해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을 찾아낸 우리 대통령 정말 최고다.
박 대통령이 우리 국민 전체를 위해 할 일을 찾아냈다. 담뱃값 인상이다. 500원, 1000원도 아니고 2000원을 올리겠단다. 그래야 많은 국민들이 금연을 하게 되고 금연을 해야 건강해진다. 정말로 고맙고 감동 받아 눈물이 나올 지경이다.
비록 ‘증세 없는 복지’라는 공약은 지키지 못하게 됐으나, 국민들의 건강을 위해서라면 공약쯤이야 언제든지 버릴 각오가 서있는 분이다. 공약을 지키지 않은 것이 뭐 한 두 개도 아니니 새삼스레 말을 꺼내기도 민망스럽다. 세상 일이 다 그런 이치 아니겠는가?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라면 무슨 약속인들 못하겠냐는 말이다. 화장실에 들어가기 전하고 나왔을 때하고 같을 수 없는 이치나 마찬가지다.
“걸핏하면 골프장으로 달려가는 이 정권 고관대작들이야, 소주, 담배 없어도 스트레스 풀 기회가 많으니 하루종일 뼈 빠지게 일하고 난 후 서민들이 즐기는 소주와 담배 맛을 알리 없다.” 자신을 ‘대통령의 입’이라 불러주기 원하지만 남들은 ‘메기 입’이라고 부르는 이정현 의원이 2005년 당시 박근혜 대표 밑에서 부대변인을 할 때 한 말이다. 참여정부 시절 담뱃값을 500백원 올리려 하자 ‘서민을 잡는 정권’이라고 몰아붙이며 이런 명언을 남긴 것이다. 청와대 대변인을 거쳐 국회의원이 된 이 분에게 자신의 이 말을 지금 되돌려 주고 싶다.
정부는 담뱃값을 올리기 전에 국책 연구소에서 올라온 보고서를 참고한 것 같다. 그런 보고서중 하나가 조세재정연구원에서 지난 6월에 내놓은 <담배과세의 효과와 재정>이란 문건이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담뱃값이 4500원일 때 정부가 거둬가는 세금수입이 2조7천억원으로 제일 많은 것으로 나와 있다. 기업에서 어떤 상품의 가격을 매길 때 이익이 가장 큰 단가를 찾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무슨 상품이든 가격을 올리면 판매는 줄어든다. 그러나 가격을 올리면 1개 당 이익은 늘어난다. 판매량이 줄더라도 1개 당 이익이 크면 전체 이익은 더 커질 수 있다. 기업에서 단가를 정하는 방법을 우리 정부가 그대로 적용해 담뱃값을 정한 것이다. (아뿔사! 국민건강이라 주장하며 세금 극대화를 노렸구나!)
또 다른 보고서가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11월에 내놓은 ‘담배가격 변화에 따른 인식 및 행태변화’ 보고서에는 ‘담뱃값이 얼마까지 오르면 금연하겠냐’는 설문에 응답자의 평균값이 8900원으로 나온다. 부자계층은 1만원이 넘어야 끊겠다는 대답이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8000원이면 금연을 하겠다고 응답했다. 정부가 진정으로 국민 건강을 생각한다면 담뱃값을 1만원 이상으로 올려야 하는 것이다. 그럴 경우 정부는 세금이 줄어드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국민 전체의 금연을 위해서라면 세금이 덜 걷히더라도 담뱃값을 1만원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 반면에 세금을 가장 많이 걷기 위해서라면 담뱃값을 4500원으로 인상해야 한다. 이것이 두 곳의 국가 연구기관이 발표한 보고서의 결론이다. 국민 건강을 위해 세금이 조금 줄어든다고 대수인가? 이명박 ‘친기업 대통령’은 부자감세를 하지 않았던가, 그는 기업과 부자들을 위해 법인세 3%, 소득세 2%를 줄여 줬었다.
그런데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담뱃값이 4500으로 오르면 하루에 한 갑 씩 피는 사람이 내는 세금은 십 수억원대의 고급주택을 가진 사람이 내는 재산세와 맞먹는다. 담배는 이제 ‘하루종일 뼈 빠지게 일하고 난 후 서민들이 즐기는 담배’가 아니다. 담배는 10억대 부자가 내는 세금을 바치며 즐기는 귀족의 호사가 됐다. 담배는 중독성이 강한 준 마약이라는 주장도 있다. 사실 만원이 넘어도 피울 사람은 필 것이다. 그러나 2015년 최저임금인 5580원에 육박하는 4500원은 ‘비싸도 너무 비싸다’. ‘뼈 빠지게 일하는 서민’들에게서 세금을 거두어 부자 어르신에게 노인연금을 주는 웃을 수도 없는 개그를 박 대통령은 연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