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 국궁장 ‘심고정’...우리나라 전통 무예···양궁도 파생폐활량 좋아지고 정신수련도 도움

전통 활쏘기인 ‘국궁’이 요즘 청장년층의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최근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이 방영되면서부터 국궁 동호인들도 모처럼 신바람이 났다. 그러나 드라마에서 보여지는 ‘활쏘기’ 장면이 국궁인들의 비판을 사고 있다.

“국궁은 비정비팔(比丁比八)이 기본자세라고 할 수 있어요. 여덟 팔자도 아니고, 고무레 정자도 아닌 옆으로 서는 자세에요. 출연진들이 비교적 교육을 잘 받은 것 같지만 틀린 자세도 눈에 띕니다. 국궁은 시위를 귀 뒤로 힘껏 당겨야 하는데, 드라마에서는 양궁 자세를 취하고 있어 고증이 잘못 됐다고 할 수 있죠.”

부안 심고정(사두 송대룡)의 김수윤(73) 씨의 지적처럼 국궁인들은 임진왜란 당시의 주무기인 편전(片箭) 쏘기 광경이 제대로 재연되지 않아 자칫 전통무예가 잘못 알려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임진왜란 당시 주무기였던 편전(片箭)은 사거리가 조총을 능가해 육지와 바다의 판옥선 등에서 적의 가슴을 꿰뚫었던 무기로 알려져 있다.

“국궁도 태권도처럼 우리나라 전통 무예라 할 수 있어요. 활이 전쟁무기로서 조총 등에 밀리면서 스포츠화 됐어요. 양궁도 국궁에서 파생된 것이라 할 수 있죠.”

현재 우리나라에는 386개의 정(국궁장)이 있고, 전라북도에는 총 7정이 있다. 그 중 한 곳이 서림공원 안에 있는 ‘심고정’이다. 국궁을 스포츠로 즐기기 시작한 것은 국궁장이 생기기 시작할 무렵인 20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재 동양권에서는 중국과 일본에서 많이 즐기고 있고, 아르헨티나와 미국 등지에는 우리나라 사범들이 나가서 국궁을 전파하고 있다.

서림공원 안에 있는 심고정의 원래 위치는 중앙교회가 있는 곳보다 아래쪽에 있었다. 조선시대 당시 중앙교회 자리에는 고을 원님의 집무실인 동헌이 위치하고 있었고, 동헌 아래에 바로 국궁장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일제시대 때 관아가 사라지고, 신사참배 공간인 신사당이 설치됐다. 신사당이 만들어지면서 심고정이 강제 철거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국궁을 다시 즐기게 된 것은 광복 이후였다. 현재 심고정이 제모습을 갖춘 것은 1966년이며, 99년에는 부속시설들을 갖췄다.

“국궁 하는 사람치고 허리 굽은 사람이 없어요.” 국궁은 손쉽게 잡아당기는 것 같지만 발끝에서 머리끝까지 힘이 골고루 들어가지 않으면 활시위를 당겨도 화살이 뜨지 않는다. 특히 국궁을 하게 되면 폐활량이 좋아진다는 것. 또한 육체적인 운동 뿐 아니라 정신수련에도 도움이된다. 국궁을 행하는 사람들에게는 아홉가지 덕목을 지키도록 하고 있는데, 바로 국궁의 ‘구개훈’이라고 한다. 이 구개훈에는 서로 사랑하고 덕을 행하라는 ‘인애덕행’과 마음을 바로 잡고 기를 바르게 잡는다는 ‘정심정기’, 이긴 사람을 원망하지 않는다는 ‘승자불원’등이 있다.

“예전에는 지방의 부호나 벼슬아치들이 즐겨 했기 때문에 ‘한량들의 운동’이라는 오해를 샀어요. 하지만 엄연히 대한체육회에 등록된 스포츠에요. 일반인들에게 문턱을 낮추기 위해 더욱 노력할 것입니다.”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는 스포츠로 만들고 싶다는 것이 궁도인 김수윤씨의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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