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이른 추석이 다가오고 있다. 추석은 풍성하다. 그러나 언제나 풍성한 것은 아니다. 어떤 어떤 이에게 추석은 쓸쓸하고, 어떤 이에게 추석은 절박하고, 어떤 이에게 추석은 잔인하다. 추석이 쓸쓸한 사람은 추석날 갈 곳이 없거나 찾아오는 이가 없는 사람이다. 가족, 친지들이 각지에서 찾아와 동네가 떠들썩한데 이러 저러한 이유로 자식들이 찾아오지 않는 시골집이 늘고 있다고 한다. 이 분들에게 추석은 평일보다 더욱 쓸쓸하다. 절박한 추석이 있었다. 1999년 가을 농산물 수입개방 반대와 쌀값보장을 요구하며 농민들이 농성에 들어갔다. 각 지역별로 면사무소 앞에 천막을 차려 놓고 정부 수매 확대와 수매가 인상을 요구하는 농성이 추석까지 이어졌다. 정부와 자치단체, 농협도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결국 농민들은 추석 차례를 천막에서 모실 수밖에 없었다. 올 추석은 잔인하다. 세월호 사고로 자식을 잃은 부모들과 철저한 진상규명을 바라는 시민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말아야한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이 잔인한 추석을 맞이하고 있다. 부안에서도 변산 주민들이 일일 릴레이 단식으로 잔인한 추석을 준비하고 있다. 끊어진 천륜 앞에서 절규하는 이들의 고통을 어찌 말로 다 할 수 있을까? 추석이라서 더 고통스러운 이들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올 차례상에는 따로 밥 한 그릇을 올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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