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17명에 7000여만 원의 거액 체불
하도급업체인 지구건설, 알고 보니 빚더미
법원 ‘지급명령’ 받았지만 군청이 공탁 걸어
부안군은 시정명령도 노동사무소 통보도 안해

군청이 발주한 공사에 거액의 임금체불이 발생했으나 책임지고 해결할 주체가 없어 현장근로자들만 애를 태우고 있다.
부안군이 2011년 5월 발주한 ‘동진하수관거 정비사업’ 현장근로자들에 따르면 현재 총 17명이 6870만3550원의 임금을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이 받을 임금은 많게는 1인당 1000여만 원 이상, 적게는 70여만 원에 이른다.
전주 소재 업체인 ‘명산건설’이 원도급사인 이 공사는 부안업체인 ‘지구건설’이 하도급업체로 전체 공구의 약 절반가량을 맡고 있다. 임금체불이 발생한 업체는 지구건설로 발주자인 부안군청으로부터 공사대금을 직접 받는 형태로 참여하고 있다.
지구건설은 현재 부안군청으로부터 기성금(실제 공사가 이루어진 부분에 대한 대가)으로 1억4946만4000원을 받을 수 있지만, 지난 3월부터 7월 초에 걸쳐 12명의 채권자로부터 압류가 걸려있어 지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 압류금액은 총 7억6785만449원으로 여기엔 현장 근로자들의 임금도 포함돼 있다. 상황에 이렇게 되자 부안군청은 기성금 전액에 대해 공탁을 걸어 놓은 상태이다.
그러나 근로자들은 부안군청이 공탁을 걸 것이 아니라 기성금 가운데 체불임금 부분은 선 지급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부안군이 공탁을 걸기 전인 지난 7월 근로자들은 이미 법원으로부터 체불임금에 대한 ‘지급명령’을 받아둔 상태였다. 이 지급명령은 송달된 날부터 2주 이내에 채무자가 이의신청을 하지 않으면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가지는데, 부안군청과 지구건설이 이의신청을 하지 않아 법적 효력을 가지고 있다. 더구나 근로자들은 법원의 임금 청구 근거를 소명하라는 보정명령에 따라 지구건설 대표 명의로 된 ‘체불임금 지급동의서’까지 받아 법원에 제출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안군이 굳이 공탁을 건 것에 대해 군청 실무자는 “체불임금을 포함해 지구건설에 걸려있는 13개의 채권은 모두 법원의 판단이 내려진 것들이다. 따라서 이 가운데 어느 것을 먼저 변제하고 어느 것은 나중에 할 것인지에 대한 판단은 전적으로 법원이 한다”면서 “그래서 우리도 법리해석이나 법원의 자문 등을 받아 가장 말썽의 소지가 없는 법원공탁을 의뢰하게 된 것이다”라고 소명했다.
하지만 근로자들은 물론 지구건설 조차 이 부분에 대해 의아해 하는 분위기다. 지구건설 관계자는 “법원에서 지급명령이 떨어졌을 때 우리가 ‘체불임금지급 동의서’를 써 준 것은 군청이 다른 채권에 우선해 근로자들에게 임금을 지불할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다”면서 “기성금에서 임금을 지급한 나머지 금액에 대해 공탁을 걸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군청에서 기성금 전체를 공탁을 걸어 뭔가 사정이 있겠지 라고만 생각했다”고 말했다.
근로자들은 좀 더 격앙된 반응을 내놓았다. “현재 실정법상 임금은 어떤 채권보다도 최우선변제가 되는데다 압류의 대상도 되지 않는다”면서 “그런데도 굳이 임금까지 포함한 기성금 전액에 대해 공탁을 걸어 실질적으로 압류가 돼버린 효과를 낳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밖에도 부안군은 임금체불이 발생했을 경우 해당업체에 시정조치를 요구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관할 지방노동사무소에 통보하도록 되어 있으나, 현재까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져 업무를 소홀히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부안군청 관계자는 처음에는 “지구건설 대표가 연락이 닿지 않아 못했다”고 했다가 근로자들과 업체대표가 연락이 되자 “현재 공탁을 거는 등 사건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안 했다”고 말을 바꾸는 등 일관성 없는 태도를 보였다.
이처럼 발주자인 부안군청과 수도사업소, 원도급사인 명산건설, 체불업체인 지구건설, 감리책임을 맡은 ㈜삼안 등 공사에 관계된 어떤 주체도 임금체불에 대한 명확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면서 근로자들만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9월 초에 공탁금에 대한 배당이 실시될 예정이지만, 법원이 근로자들에게 체불임금 전액을 지급하라는 결정을 내릴지 조차 불명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같은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이번 기회에 공사 발주와 관리감독 주체, 대금결제 등 시스템 전반에 걸친 진단과 재발방지책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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