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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자치의 희망이 보인다”

분임구성과 심의안건 선정 등 자율적으로
군민과 공무원의 토론...곧 주민자치의 현장
배심원 “혼자보다 여럿이 할 때 더 지혜로워”
매니페스토 “부안군민 공공성 매우 강해”

민선6기 공약실천계획서 수립을 위한 주민배심원단이 순조롭게 운항하고 있다.
배심원들은 지난 12일 오후 6시 부안군청 중회의실에서 2차 회의를 열고 37개 심의안건에 대해 담당 공무원을 출석시켜 설명을 들은 뒤 질의·응답 및 토론을 나눴다.
배심원들은 ‘지대로 해줘’ ‘매창골’ 등 스스로 이름을 붙인 7개의 분임으로 나뉘어 각각 6~7개의 공약을 심의했다. 분임조 구성은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제비뽑기로 이루어졌으며, 각 분임에 배정된 심의안건 역시 토론과 다수결을 통해 자율적으로 결정했다고 군청 관계자는 밝혔다. 각 분임에는 매니페스토실천본부 활동가들이 촉진자라는 이름으로 토론을 이끌었다.
배심원들은 이날 회의에서 공무원도 당혹스러울 정도의 날카로운 질문을 쏟아 내거나 대안을 제시하는 면모를 보였다. 일테면 ‘부안힐링타운 조성사업’ 토론에서 한 배심원은 예정부지로 검토 중인 변산온천지구가 국립공원지역이라 개발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지적을 해 공무원으로부터 타당성조사가 선행돼야 한다는 답변을 이끌어냈다. ‘부안농축수산특산품 매장 조성’ 토론에서도 한 배심원은 신축중인 농업인회관이 매장으로서의 입지가 좋지 않으니 바이어상담센터로 활용하고 매장은 차라리 대도시에 내자는 아이디어를 내기도 했다.
공무원들의 열성적인 태도도 눈길을 끌었다. ‘창북-계화간 도로 확포장사업’이나 ‘매창 민속마을 조성사업’을 담당하는 공무원들은 대형 챠트나 조감도 등을 준비해와 배심원들의 이해를 도왔고, 다른 분임에서도 각종 자료를 챙겨와 배심원들의 질문에 소상히 답변하는 모습을 보였다.
배심원 사이에 입장이 팽팽하게 갈리는 안건도 있었다. ‘행복1’ 분임조의 ‘군립산후조리원 조성사업’ 토론에서 일부 배심원들은 분만을 하는 산부인과도 없고 의사도 없는 상황에서 산후조리원은 예산낭비로 그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은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그래도 젊은 부부의 편의를 위해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들은 3차 회의에서 사업을 계속 진행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해 집행부에 권고하게 된다.
또한 ‘방폐장 피해자 보상법안 제정’ 토론에서는 한 배심원이 “보상을 하려면 가해자가 사비로 해야지 군비나 국비로 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역정을 내는 바람에 분위기가 어색해지기도 했다. 결국 다른 배심원들과 촉진자 등이 나서 “묵은 갈등을 해소하자는 차원의 공약이니 앞으로 잘 꾸려갈 방법을 찾자”며 중재에 나서 가까스로 수습됐다.
이처럼 김밥 한 줄로 저녁을 때운 채 주민들과 공무원들이 군정을 두고 열띤 토론을 벌이는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도 주민자치의 뜨거운 현장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전국에서 처음으로 주민배심원제를 도입했다는 군청 관계자의 설명처럼 미흡한 부분도 적지 않았다.
‘부안힐링타운조성’이나 ‘매창민속마을 조성사업’ 등의 안건에서는 공무원들도 아직 확실한 개념을 잡지 못해 배심원들로부터 ‘컨셉부터 잡으라’는 충고를 듣기도 했고, 평소 접하지 못했던 군정에 관한 ‘고급정보’를 접한 배심원들은 심의안건과 상관없이 평소 불만을 갖고 있던 민원성 질문을 던지는 사례도 없지 않아 옥의 티로 지적됐다.
이날 회의에 참가한 배심원 장혜정(59)씨는 “회의에 참석하기 전에는 걱정도 됐는데 막상해보니 정말 재미있다”면서 “혼자 생각보다는 여럿의 생각이 더 지혜롭다고 생각한다. 몰랐던 군정과 살림살이도 알게 됐고 앞으로는 더 열심히 부안군 일에 참여하고 타지 사람들한테 홍보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소회를 밝혔다.
‘행복1’ 분임조 촉진자인 매니페스토 활동가 오현순(39)씨는 “부안 주민들과 막상 토론을 해보니 우리 전문가들보다 공공성이 더 강하다는 인상을 받았다”면서 “주민들이 정책을 보는 시야가 넓고 예산과 관련된 어려운 용어들도 잘 알고 있다. 각 토론마다 스스로 균형과 접점을 찾아가는 모습에서 부안의 희망을 본다”고 말했다.
이번 회의를 주관한 부안군 관계자는 “주민자치라는 기본에 충실한 시스템이 구축되면 공직사회에 일하는 분위기는 자연스럽게 조성된다”면서 “첫 사업이니만큼 미흡한 점도 있겠지만 주민배심원제를 통해 주민들이 좀 더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집행부는 가슴을 열고 주민을 만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향후 배심원들은 공무원 등을 대동하고 현장활동을 벌인 뒤 오는 9월 3일 최종회의를 통해 집행부에 제출할 권고안을 마련하게 된다. 집행부는 이 권고안을 9월 16일 의회에 보고하고, 주민공고기간을 거쳐 공청회 등을 통해 다시 여론을 수렴한 뒤 10월 8일 민선 6기 취임 100일을 즈음해 확정·발표하게 된다.
 

우병길 기자  ibuan@ibu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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