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창현(BJ솔루션(주) 대표)

요즈음 우리 사회 전반이 심각할 정도로 흔들리고 있다. 바로 불신과 반목 때문이다. 언제 어디서건 불신과 반목이 상존해 왔던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2012년 18대 대선을 기점으로 증폭된 불신의 회오리는 4.16 세월호 참사 후 거대한 폭풍으로 진화해 대한민국 전체를 뒤덮어 버렸다.
대중과의 공감(共感)능력이 늘 부족했던 정치권이야 차치하더라도 진즉 정치군인의 잔재가 정화된 줄 알았던 군의 박근혜 당시 여당 대선후보를 돕는 선거개입과 국정원의 댓글공작을 통한 정치개입, 검찰과 국정원의 합작으로 간첩누명을 씌우기 위한 증거조작 등 서슬 퍼런 유신독재에서나 나올법한 일들이 국민의 신뢰를 금과옥조로 섬겨야 할 국가기관에서 자행됐다니 헛웃음만 나올 뿐이다.
수백 명의 꽃다운 청춘을 앗아 버린 세월호참사 초등대응과 후처리 과정에서 보여준 무능과 신뢰도 추락을 면피하기 위해 정부는 해피아와 더불어 공동정범 유병언일가의 생포작전을 전개하고, 연인원 120만 명이 동원된 유착과 은폐된 진실찾기는 느닷없는 유병언의 사망판정으로 코미디로 변해버렸다. 유병언 사망을 둘러싼 의혹은 급기야 각종 음모론으로 확대재생산되어 법의학 최고권위를 자랑하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발표도 믿지 못하는 게 작금 현실이다. 리얼미터의 여론조사를 인용하면 국과수의 유병언 사망발표에 대해 2040세대 네 명중 세 명이 믿지 못한다고 한다.
게다가 윤일병 구타살해사건 등 군내 범죄로 인해 군대에 복무중이거나 보내야 할 아들을 둔 부모들은 무사히 살아 돌아오기만 바란다고 하니 전쟁터에 내보내는 것도 아닌데 대한민국 군대에 대한 불신도 어느 정도인지 짐작된다.
대체 왜 대한민국이라는 나무에 이토록 썩은 열매가 많은 것인가? 불신이라는 치명적 병해(病害)는 어디에서 오는 건가? 잘 관리해야 할 책무를 진 정부와 집권여당, 야당은 무얼 하고 있는 건가? 선거판에 매몰되어 있었다 치더라도 이젠 야당이라도 정신 차려야 하지 않은가. 답답한 국민들이야 어찌 되건 동편, 서편으로 사이좋게 따먹을 열매가 있어서인가? 모호한 정체성은 선택받지 못함을 이번 재보선 결과가 대변하지 않는가.
건강한 사회가 되려면 각 구성원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각자의 역할과 기능을 충실히 하고 개인과 공동체의 이익이 유기적으로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데 지금 우리 사회는 서로 간에 불신하고 반목하며 냉소적인 분위기가 너무 팽배해 있다. 국가부처와 마피아의 합성어인 모피아, 해피아, 철피아 등 신조어로 비아냥거리가 된 관료들의 도덕적 해이와 권력자, 정치인들의 견강부회(牽强附會)하는 행언(行言)들이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한다.
개인의 사욕이 부패로 이어지고, 부패는 진실을 감추고, 은폐된 진실에 의해 불신이 조장되고, 불신은 반목과 방기(放棄)를 낳고, 방기는 또 부패를 잉태하는 불편한 악순환이 뫼비우스의 띠처럼 무한반복되는 건 아닌지 염려스럽다. 그래왔듯이 제식구 감싸기나 대충 넘어가고 덮어버리는 관행 때문에 썩은 열매를 내치지 못한다면 불신의 사회병을 고치기란 요원할 수밖에 없다.
부디 국정개혁 공직부패 추방을 위한 ‘김영란법’과 진실찾기의 수사권이 포함된 ‘세월호특별법’이 조속히 국회 통과되어 불신과 부패와 단절하는 첫걸음이 되길 바란다. 보편타당한 상식의 삶을 위한 노력이 좌절보다는 희망을 볼 수 있어야 최소한의 사회정의다.  
자치단체라는 나무에도 썩은 열매가 있다면 단호히 떨구어야 한다. 군민이 주인정신을 갖고 열매가 썩지 않도록 군정에 대해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한다. 가선(假善)도 10년이면 진선(眞善)이라는데 가선이라도 행해지도록 팽팽한 긴장감도 잃지 말아야 한다. 잘하는데 박수와 지지를 아끼지 말아야 함은 물론이다.
변변찮은 나야 그냥 눈감고 귀 닫으면 될 테지만 산 몸이라 뚫려 있고 열려 있으니 시절이 답답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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