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독립신문이 취임 한 달을 맞는 김종규 군수를 만났습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다른 언론사가 이미 제기한 문제는 가급적 제외했으며, 서면 답변이 아닌 직격 인터뷰형식으로 진행됐습니다. 편집자 말
 
군수실은 단촐했다. 채 3~4평이나 될 것 같은 공간에 그 흔한 소파 하나 없이 집무용 테이블 하나와 10여명이 앉을 수 있는 원탁이 집기의 전부였다. 약간은 피로해 보이는 김 군수가 편한 셔츠 차림으로 기자를 맞았고, ‘로마인 이야기’를 썼던 시오노 나나미의 ‘바다의 도시이야기’라는 책이 놓여있는 원탁에서 곧바로 인터뷰가 시작됐다. 김군수는 부안독립신문이 창간된 이래 정식인터뷰는 처음이라는 말로 운을 뗐다.
우병길 편집국장 우선 8년 만에 군청으로 돌아오신 소감부터 말씀해 주시죠.
김종규 군수 소감보다 책임감이 너무 커요. 선거가 끝났으니까 통합도 해야 되고 또 일 하라고 주신 기회에 대한 감사함도 일로 보답해야 되고, 선거 때 버스정류장에서 한 어머님을 만났는데, 나보고 “사탕군수, 집에다 데려다 줘. 무릎 아파서 못 가.” 그런 초심도 잃지 말아야 되고. 말할 수 없이 감사한데 지금은 부담감이 너무 커서 정말 어깨가 무거워요. 그래도 군민 여러분께 정말 보답하고 싶은 간절함과 애절함이 있어요.
우 방금 간절함 말씀 하셨는데요. 선거 때 여러 후보들 취재하면서 유독 군수님의 간절함이 좀 심하다 싶을 정도로 강하다고 느꼈는데, 동기가 있나요?
김군수 그게요, 제가 무슨 큰 범죄를 저지른 게 아니라 출발은 일단 잘 살자 이거였는데, 근데 이게 부딪히면서...... 어떻든 그런 걸 깨달아가면서, 그 속에서 군민들이 부족했지만 너는 일을 참 잘했어, 이랬단 말예요. 너는 군민의 맘을 아프게 한데다가 일도 못 했어, 이랬으면 제 스스로 기회라고 할까 그런 걸 잡으려는 노력조차 못했을 거예요. 그런 과정에서, 아, 내가 왜 우리 군민들과 동행하지 못했지? 이런 자책이 간절함으로 바뀐 거죠. 그래서 선거에서의 승리보다 이 간절함을 군민들이 마음속으로 받아만 준다 해도 선거결과와 관계없이 난 명예회복을 하는 거다, 그런 맘이었어요.
우 소폭이지만 첫 인사가 있었습니다. 정기인사를 곧 하실 텐데 이번 인사의 방향이랄까 주안점을 두는 부분이 있다면요?
김군수 인사에 대해서는 정말 언론에서도 진영논리로 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왜냐면 제가 군청을 떠난 지가 언젠데, 그렇잖아요?
우 공무원들이 많이 바뀌었단 말씀인가요?
김군수 그렇죠. 지금은 편을 나눌 것도 없어요. 공무원은 기본적으로 누구의 사람이냐, 군민의 사람이에요. 차이가 있다면 인재를 보는 시각이 다를 수는 있다는 것, 그 차이는 제가 인정해요. 그런데 진영논리로 보는 것은 오히려 군정이나 군민들이 통합으로 가기 위한 행보에 방해가 될 뿐이죠. 두 번째로는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일이 과연 부안군이 대한민국의 속의 부안, 전북 속의 부안, 새만금 속 부안으로 우뚝 서기 위해 과연 어떤 사람이 경륜과 능력을 갖췄냐, 그리고 나와 함께 이 에너지와 간절함을 가지고 부안군민을 위해 열정을 다 해줄 수 있느냐, 이걸 찾는 게 제 인사의 원칙이라고 말할 수 있겠죠.
우 조직 개편에 대한 방향은 잡으셨나요?
김군수 그건 아직 안정했어요. 왜냐하면 이제 업무보고를 받고 막 일을 시작했잖아요. 그런데 벌써 조직개편을 할거냐, 이대로 갈 거냐. 전임군수님이 했다고 무조건 없애고 이런 건 저는 아예 싫어해요. 지금은 조직개편에 대해 어떻게 할 것인가를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다, 이게 정확한 답이겠네요.
우 지난 지방선거 때 많은 지역에서 버스공영제가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우리 부안군에서도 버스완전공영제를 실시할 의향은 있으신가요?
김군수 앞으로 지자체가 버스를 어떻게 운영할 거냐, 그러면 답이 공영제가 되면 좋겠지요. 그게 안 되면 준공영제라도 해야 되지 않겠어요? 준공영제도 못하게 되면, 우리 부안군에 33개 버스노선이 있는데 전체적인 예산과 부안군의 교통실태를 총체적으로 검토해서 예산이 뒷받침되는 선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렇게 출발하려고요.
우 정책이라는 게 목표를 정하고 어떻게든 예산을 끌어오는 방식이 있고요, 예산이 되면 하겠다 기다리는 방식이 있다고 보는데, 사실 예산이라는 건 늘 부족하잖아요?
김군수 다른 사업은 그런데, 버스공영제는 국·도비와 군비 비율이 있잖아요? 결국은 국가에서 예산을 많이 줘가지고 군비 부담을 줄여주면 되는 건데, 현재 우리가 버스회사에 19억을 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순수 군비에요. 우리 부안군의 실정으로 보면 19억도 만만치 않은 돈이란 말예요.
우 이 부분은 군수님이 한 번 더 체크해 보셨으면 하는데요, 모 신문이 신안하고 우리를 비교했는데, 지금 신안이 버스공영제를 하는데 20억이 들었대요. 버스대수도 가장 비슷하고.
김군수 인건비가 달라요. 신안하고 우리가. 신안은 버스 1대당 운송원가가 5천3백만원이고 우리는 운송원가는 1억1천8백만원으로 두 배가 넘어요. 버스기사 인건비도 다 합쳐서 신안은 9억8천4백만원이고 우리는 23억8천7백만원이예요. 버스공영제한다고 이 분들 막 짜를 수 없잖아요. 어쨌든 버스 숫자나 예산으로 봐서 공영제 할 수 있으면, 그럼 바로 해야죠.
우 ‘군정예산심사위원회’와 ‘군정참여위원회’를 설치하시겠다고 하셨는데요? 최근에 보니까 ‘군정소통위원회’라는 게 또 있더라구요?
김군수 군정참여하고 소통은 하나로 묶으려고 해요. 우리가 매니페스토협약을 했지 않습니까? 결과적으로는 위원회가 중요한 게 아니고 완전히 오픈된 행정을 하는 것이 중요한 거죠. 완전 누드로 가겠다는 거예요. 주민참여예산제도 그래요. 우리 군 전체예산을 놓고 보면 4천억이 넘지만, 실제 가용예산은 1년에 300억 정도 되잖아요. 여기에 국·도비 비율이 다 들어간다고. 그럼 실제적으로 쓸 수 있는 예산은 몇 십 억도 안돼요. 저는 주민참여예산이라는 게 우리가 낸 세금을 어디에 쓰느냐도 중요하지만 정말 살림이 빠듯한 걸 군민이 알면 지역발전에 대한 참여율이 높아질 수 있잖아요. 그런 것까지 겸해서 보는 거죠.
우 제가 말씀 드린 주민참여예산제는 주민들이 예산의 1% 이내 소액으로 자기 마을에 필요한 예산을 직접 세워보자는 건데요?
김군수 그런 건 가능하지. 주민숙원사업에 주민 참여시켜서 하는 건 정답이예요. 근데 지금까지 다해왔어. 어떻게 다 해왔냐 하면 면장님들이 이장님들 계시는 데서 전체 우리가 재량사업으로 어디어디니까 이미 다 마을마다 무엇이 필요한지 다 나와 있어요. 결국 선후 정하는 것 밖에 없거든.
우 군수님 공약사항에 향기박물관 설립 조항이 있는데요. 또 하나의 하드웨어 아니냐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김군수 민선3기 때 제가 향기 나는 도로를 만들자고 한 적이 있어요.
우 향기 나는 도로라면 가로수를 심는 방법인가요?
김군수 그렇죠. 치자꽃도 심고 천리향도 심고. 제가 말하는 향기박물관은 청자전시관처럼 뭐 몇 백억을 들여서 만드는 게 아니고 조그마한 향수박물관이예요. 예를 들면 지금 군청 앞에 있는 금융조합건물도 검토 대상이에요. 리모델링해서 쓰면 예산도 안 들고 부안의 관광거점을 하나 만드는 거지. 내용물은 화장품회사에 요청하면 다 채워줄 수 있어요.
우 반값 등록금 공약도 하셨는데요. 기본적으로 등록금 지원을 왜 살림살이 빠듯한 지자체가 해야 하는지 의문스럽다는 의견이 많은데요.
김군수 선거 때 저녁에 식당에 가니까 제가 잘 아는 친구가 혼자 소주를 마시고 있어요. 동생 왜 혼자 소주를 마셔? 이랬더니 뭐라냐면, 아, 형님 아들이 둘 있는데 내 벌이로는 도저히 대학을 못 가르치겠습니다. 그래서 오늘 저녁에 집에 들어가서 대학을 그만뒀으면 좋겠다, 그 말을 하고 싶다는 거예요. 정말 맘 아픈 얘기잖아요. 그때 뭔가 해야겠구나 생각을 했죠. 그리고 젊은이들이 부안에 정착하는 문제 말씀하셨는데, 여기서 가르치는 애들은 외지에 가서 정말 인재가 돼줘야 합니다. 교육이 뭐냐, 무작정 고향에 남는 게 아니고 글로벌시대에 나가서 인재가 되어봐라, 이것이거든요. 그렇다면 두 가지잖아요. 하나는 우리 고향에 사는 청소년들에게 그들이 할 수 있는 교육의 뒷받침이 되고, 나는 좀 더 큰 곳에 가서 이바지하고 내 비젼의 완성을 위해서 살아보겠다, 하는 아이들에게는 그 뒷받침이 되어주고. 장학재단만 튼튼해지면 인구가 늘게 돼요. 실제 그런 사례가 있어요.
우 리더라면 꼭 해야 할 일, 측근관리는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김군수 저는 측근관리 할 거 없어요. 왜 관리할 필요가 없냐면, 저 군수 만들어 준 건 측근이 아니라 군민이거든요. 물론 부안의 비젼을 함께한 가까운 사람들이 있긴 해요. 근데 그 중에는 정치하려는 사람도 없고 그저 자기 일하는 사람들이예요. 제가 도울 게 없어요.
우 저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고 싶은데요, 외부에서는 그렇게 안 보는 분들이 계시거든요. 특히 선거운동을 했던 분들, 그것도 아주 밀접하게.
군 시각이라고 하는 것은, 새로운 시작에 대한 비젼을 갖는 사람들은 과거를 말하지 않아요. 근데 과거에 머무는 사람은 과거를 말하거든요. 과거에 측근관리를 했었던 사람이라면 그렇게 말하겠죠. 물론 어떤 사람은 선거운동 같이 해줬으니까 측근이다, 이렇게 볼 수 있어요. 충분히 있을 수 있어요. 하지만 그렇지 않다, 비젼을 위해서 함께 동행하는 거지. 그리고 제가 군수로서 도와줄 수 있는 것이 수의계약 밖에 없습니다. 그것도 이젠 맘대로 안 돼요. 한 번 지켜보세요.
우 부안에는 건강한 시민단체가 없습니다. 또 부안저널 사건에서도 보듯이 언론도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실정인데요, 앞으로 언론과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하실 것인지요?
김군수 만약에 군청에 대한 비판기사가 났다고 하면 담당자 보고 왜 이런 기사가 나갔냐, 저는 이런 말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우리가 잘 하면 돼. 우리가 잘 하면 언론은 잘 써주게 돼있어 그럽니다. 특별히 관계를 설정하고 이럴 생각 없어요.
우 지금 의회구성이 새정련에서 여섯, 무소속에서 넷, 그래서 일각에서는 의회와의 관계가 그리 쉽지 않을 거라는 소리도 나오는데요.
김군수 군수가 밀어붙이기식 행정을 하려고하면 의회와의 관계가 쉽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 그럴 게 없어요. 군민들에게 다시는 마음 아픈 일 안하겠다고 했고, 투명행정 하겠다고 했고, 지역의 비젼을 위해 예산을 올리면 그에 대한 갑론을박은 있을 수 있지만 그것을 가지고 의회가 정당중심에서 논의한다고 하면 군민이 용서치 않겠죠. 그리고 임기태의장님은 반드시 대안을 내놓으시는 분이예요. 오히려 저는 이번 의회만큼 일하기 좋은 의회가 없다고 생각해요. 행정에 달인이신 분들도 많이 계시고.
우 끝으로 군민께 한 말씀 해주시죠.
군 군민여러분 정말 정말 감사드립니다. 누누히 약속드린 대로 100%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달려가겠습니다.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군민들이 저에게 항상 해주시던 말씀, 초심을 잃지 마라, 하는 말씀을 새겨 동행하는 행정 꼭 펼치겠습니다. 군민여러분, 이제는 모두가 하나 되어 부안을 위해 힘을 모아 주셔야겠습니다. 그 힘이 군정의 에너지원이라고 저는 굳게 믿고 있습니다. 낮은 자세로 동행한 종규에게 군민여러분들에게 화합된 모습으로 하나로 함께해 주시길 간곡히 바랍니다. 언제나 가정에 행복이 있기를 기원하고 저도 그 행복을 만드는데 힘을 보태 6만여 군민들로부터 자랑스럽단 말을 들을 수 있도록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인터뷰 다음날 이른 아침, 김 군수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잊은 게 있다고 했다. 7월 4일자 본지 1면에 실린 취임식 기사와 사진을 코팅해서 책상 위에 붙여놨는데 못 보여줬다는 것. 그러면서 본지가 촬영한 사진을 좋아하는 이유로, 수많은 군민 사이에서 자신이 점 하나 크기로 찍혀 있는 모습이 각별한 의미로 다가왔다고 설명한다. 오로지 점 하나의 낮은 자세로 군민을 섬기겠다는 의지와 함께. 그의 이같은 친화적 액션이 말로만 그칠지 군정으로 연결될지 이제 군민과 함께 지켜볼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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