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1. 의회는 왜 열리는가
사전적 의미나 행정상의 정의는 모른다. 단순무식하게 생각할 때, 부안군의회의 존재이유는 부안군의 살림살이에 대한 계획을 잘 세워 군민들에게 그 혜택이 골고루, 되도록 많이 돌아가게끔 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집행부는 그 동한 해온 일과 앞으로 할 일을 의회를 통해 군민에게 보고하고, 의회는 그 정책들이 꼭 필요한 것인지, 잘 추진하고 있는지, 예산을 낭비하고 있지는 않은지, 군민을 대신해 감시하고 견제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러니까 의원들과 공무원들이 모여 오순도순 회의를 여는 이유는 오로지 군민을 행복하게 하는데 목적이 있다. 그 외에는 의회의 어떤 활동도 곁가지에 불과하다.
선거를 통해 그토록 “더 잘 살게, 더 행복하게 해드리겠다” 목청껏 외쳤던 의원들이 이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투표한지 불과 한 달이 지난 지금 군민들의 기대는 한껏 부풀어 있는 게 당연하다. 의원들이 한 약속이 아직도 귀에 맴맴 돌고 있는데, 표를 구하며 굳게 잡았던 그 손의 온기가 아직도 남아 있는데, 행복은 이제 시간문제라고 생각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그들이 정말 약속대로 잘 하고 있을까?

의문2. 군민은 회의내용을 어떻게 아는가
참으로 궁금하다. 공무원은 어떤 내용의 보고를 하는지, 의원들은 어떤 질의를 하고 어떤 대안을 내놓는지, 누구 하나 시원하게 알려주는 이가 없다. 홈페이지라는 인터넷 머시기에 회의록이 공개된다고 하지만, 그 작업이 얼마나 복잡한지(?) 최소 한 달은 지나야 올라온다고 한다. 대부분의 다른 지자체는 회의장면을 담은 동영상 서비스를 한다고 하지만 우리 부안군은 그럴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시스템이 아날로그라 디지털 장비로 바꾸는 데만 억대의 비용이 들어간다는 설명이 돌아온다.
그나마 인터넷이라는 게 어디에 쓰는 물건인지 당체 알쏭달쏭한 어르신들은 그저 속수무책으로 먼 산만 바라볼 뿐이다. 의원들이 철썩 같이 약속했으니 잘 하겠지, 그렇게 좋게좋게 생각하면서.
상황이 이러니 의원과 공무원이 얼굴을 맞대고 오순도순 여는 회의는 단지 그들만의 리그에 불과하다. 군민의 삶을 도마 위에 올려놓고 이리저리 칼질을 하는 그 회의에 정작 군민은 빠져있으니, 내용조차 모르니, 그 회의 계속하긴 해야 하는가?

의문3. 의회사무과의 역할은 무엇인가
그래도 의회는 계속 열려야 한다. 군민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의원들이 자신의 신념과 약속을 실현하기 위해, 집행부로서는 혹시 모를 시행착오를 방지하고 의원들을 통해 각 지역의 여론을 수렴하기 위해, 두 주체는 회의장 문턱이 닳도록 오순도순 머리를 맞대야 한다.
이 지점에서 의회사무과의 역할이 부각된다. 회의를 준비하고 진행하고 마무리하는 일이 일차적인 업무이겠으나, 이보다 더 중요한 업무는 회의 내용을 취합해 군민께 알리는 일이다.
이번 임시회의 주요 의제는 ‘군정에 관한 업무보고’였다. 형식은 공무원이 의원에게 보고하는 것이지만, 실제 보고의 대상은 군민이다. 즉 의회사무과의 최우선 업무는 의원과 공무원 사이에 있었던 ‘보고’를 최종적으로 군민께 ‘보고’하는 일이다.
물론 언론도 이 ‘보고’를 게을리 해선 안 된다. 하지만 언론은 정보 접근에 한계가 있다. 비밀문서도 아닌 업무보고 자료 하나 얻는데도 온갖 미운 털 박혀가며 나대야(?) 겨우 손에 쥘 수 있는 게 현실이다.
게다가 보고에 나선 담당과장이 “OOO사업에 대해서는 서면으로 갈음하겠습니다”라든가 “요구하신 자료는 따로 제출하겠습니다”라는 답변을 하면, 또 한 번 나대야겠구나, 한숨부터 나온다.
어떤 이는 취재를 열심히 하라고 한다. 좋다. 기자니까 모름지기 그래야 한다. 하지만 본회의장 방청석에 앉아 스피커를 통해 웅웅 울리는 의원들의 발언을 속기사도 아닌 것이 발언 속도로 수첩에 따라 적는 일이 얼마나 고역인지 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녹음도 되고 녹화도 되고 속기사도 따로 있는 의회사무과와는 한마디로 껨이 안 된다 이 말씀이다.
모쪼록 의회사무과가 자신의 높은 위상을 인식하기 바란다. 의회사무과는 의원들 뒤치다꺼리하는 부서가 아니다. 그런 요구를 하는 의원이 있다면 그는 의원 자격이 없다.
의회사무과는 의원들이 전문적이고 수준 높은 의정활동을 하도록 보좌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동시에, 의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군민에게 가감 없이 알려 그들로 하여금 군정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도록 하는, 참으로 중요한 책무를 안고 있다.
군민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의회에서 어떤 말이 오고가는지 궁금해 한다는 점 잊지 말기를, 나아가 의회사무과가 바로 서지 못하면 의회가 휘청거리고, 의회가 중심을 못 잡으면 집행부는 통제불능에 빠질 수도 있다는 점, 의회사무과는 부디 새겨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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