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이의 인생은 그리 순탄하지 않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한복 디자인 회사에 다니다가 옷가게를 열었다. 안산에서 장사를 하다 매형을 만나 결혼을 하고 딸 둘을 낳았다. 옷가게가 번성하던 무렵 아이엠에프가 터졌고 번성한 만큼의 빚을 지고 옷가게를 접었다. 쉽사리 재기하지 못하고 점원생활을 했다. 몇 년 전 모든 것을 접고 고향에 살고 싶다며 혼자 춘천에 정착했다. 음식점을 다니기도 했고 조그마한 옷가게를 열어 살림을 꾸려갔다. 그 사이 두 딸은 학교를 졸업하고 일찌감치 직업전선에 뛰어들었다. 그러던 누이가 얼마전 그림공부를 시작했다. 50줄에 들어서 손이 많이 둔해졌을텐데 꼭 해보고 싶은 일이라며 열심이었다. 그러더니 올 초에 춘천시민미술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단다. 며칠전에는 대한민국미술대전에 출품하여 입선을 했단다. 미술대회에서 상을 받았다는 것보다 누이가 중년에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은 가지게 되었다는 게 기뻤다. 마음 한구석에 오래도록 눌려 있던 맷돌 하나가 없어지는 느낌이다.
유재흠 기자
- 입력 2014.07.11 10:36
- 수정 2020.02.17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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