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지역에서 관광에 관해서라면 나름 일가견이 있다는 학자·연구원들이 부안 관광산업에 도움을 주기 위해 부안군청에 모여 토론회를 열었다. 이름 하여 ‘한·중경협단지 성공적 추진을 위한 부안 차이나교육문화 특구 구상’이라는 토론회였다. 군수, 부군수를 비롯해 관련 실과소 공무원들이 모여 경청을 하고 방향을 모색하는 취지였다.
하지만 일부 학자들이 쏟아내는 제안들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는 함량미달의 것들이었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전주대 허문경 교수는 전북지역에 유학을 온 중국학생들과 부안 사람들이 의형제나 양부모 맺기 운동을 벌이자는 제안을 내놓았다. 대인커뮤니케이션을 늘림으로서 자연스럽게 부안을 홍보하자는 취지였는데, 얼핏 그럴싸해 보이지만 현실성도 효과도 없어 보인다.
뜬금없이 굶주리고 있는 아프리카 어린이들과 결연을 맺자는 운동이 생각나는 건 과한 망발이라 치자. 아무려나 중국에서 우리나라까지 유학을 올 정도면 제법 사는 축에 드는 집안일 테니 후원은 필요 없을 것이고, 학교에 또래 친구가 많은데 굳이 부안까지 찾아와 의형제를 맺을 이유도 없을 것이다. 말도 안 통하는 한국 양부모를 새삼스레 맞아야 할 어떤 이유도 찾을 수 없다. 더구나 요즘처럼 쿨하고 개인적인 젊은이들이 생판 처음 보는 외지인과 의형제나 양부모를 맺고 불편한 저녁식사를 함께 한다? 도무지 수긍이 가지 않는다.
또 한 가지, 안승권 바른교육 대표는 중국에 부는 한류의 바람을 예로 들며, 부안에 영화 제작자나 영화감독이 득실대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제안을 내놨다. 한국영화계의 현실을 얼마나 알고 이런 제안을 했는지 안타깝기까지 하다.
한국 영화산업은 이른바 대박 아니면 쪽박, 즉 도박산업에 가깝다. 다시 말해 몇 개의 메이저 외에는 영세하기 이를 데 없는 업체군이 바로 영화제작사들이다. 그러다보니 이들은 늘 한탕을 노린다. 그 한탕거리 가운데 제일 만만한 상대로 순진한 지자체를 일순위로 꼽는다. (실제로 기자는 영화 일로 제작자와 함께 모 지자체 시장을 몇 차례 만난 경험이 있다. 그곳 시청 공무원 중에 영화인들의 사기성(?)을 간파한 능력자가 있어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그 공무원에게 축복이......!)
지역에서 영화촬영만 하면 관광객이 구름처럼 몰려들 거라는 일부 영화인들의 사탕발림에 넘어가, 전국의 지자체가 피 같은 세금을 들여 지은 영화·드라마 세트장이 대체 몇 개인가. 이름도 그럴싸한 부안의 영상테마파크는 또 지금 어떤 지경인가. 영화감독, 제작자가 많이 어슬렁대는 지자체일수록 영화계에서는 ‘호구’로 보고 있다는 걸 왜 모르는지.
카메라를 비롯한 온갖 장비 렌탈부터 편집, CG 등 모든 후반작업을 서울이 아니면 할 수가 없다. 지자체는 단지 촬영장소를 빌려줄 뿐이다. 그렇다면 우리 돈을 들여 모셔올 게 아니라 부안의 아름다운 풍광을 잘 지켜 그들로부터 돈을 받고 사용허가를 내줘야 한다.
이외에도 공자 동상을 세우자, 부안의 학생들에게 중국어를 가르치자, 동아시아 청년원탁회의를 열자, 무릉도원을 개발하자는 등 많은 제안이 쏟아졌지만, 속상한 것은 정작 이들 제안 속에 부안 사람들이 빠져 있다는 점이다.
우리가 관광산업을 활성화시키고 부안 경제를 살리려고 하는 이유는 다름 아닌 부안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다. 자기 자신을 희생시키면서 관광객들의 행복을 추구하는 얼간이는 지구상 어디에도 없다. 그래서 전 주민이 통역사가 되면서까지 관광산업을 일으켜야 한다는 주장 속에는 부안이라는 상품에 부안사람들이 덤으로 끼워져 있는 느낌이다.
그렇지 않다. 부안의 주인은 부안사람들이다. 부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개발과 행사와 행정과 논의는 부안 사람들의 행복에 초점이 맞춰져야 마땅하다. 아울러 부안이 아무리 작은 지역이라 해도 그 정도의 허구를 꿰뚫어볼 인물은 많다는 점, 외부에서 오시는 분들이 꼭 좀 알아주셨으면 한다.
별다른 대가도 받지 않고 먼 길 어려운 걸음을 해주신 학자들께 다시 한 번 고맙다는 인사를 드리며, 결례가 있었다면 용서하시길 바란다. 또한 집행부도 조금 더 세심하고 치밀하게 준비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모쪼록 특구 조성 사업이 부안 군민의 지혜를 모아 슬기롭게 방향을 잡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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