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고 발생 86일이 지났고, 아직도 가족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실종자가 11명이다. 또한 세월호 참사의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안전한 나라 건설을 위한 특별법 1000만인 서명운동에 동참한 사람이 300만 명을 넘어서고 있다.
 법이 없어서 진실이 밝혀지지 않는 것도 아닌데 특별법이 필요한가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대형 사건이 터질 때마다 특별법을 만든다면 결국 법제도 자체가 무력화되지 않겠느냐는 우려 섞인 시각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나 유가족, 시민 사회 단체, 국민들이 강력하게 특별법을 요구하는 것은, 그리고 대다수의 국민이 이에 동의하는 것은, 공권력에 대한 신뢰가 없기 때문이다. 공정하고 정의롭지 않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리고 언제든지 공권력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 공권력 스스로가 가져야 할 도덕률을 포기할 수도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해방 이후 짧은 역사 속에서 이러한 모습을 수없이 보아왔다. 이미 학습효과가 충분하다.
 법은 법대로 가더라도 남는 숙제는 있다. 국민 각자가 마음 속 깊이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 각자 삶의 도덕률이다.
 모든 국민이 마음 아파하고 괴로워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기성세대의 잘못으로 어린 생명들을 지켜주지 못한 자괴감도 있었을 것이고, 배의 출항에서부터 사고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수습 과정에서 등장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 속에 투영된 우리 자신의 어두운 그림자를 엿본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다.
 ‘역사는 반복된다. 한 번은 비극으로, 또 한 번은 희극으로’라는 마르크스의 말을 애써 떠올리지 않더라도 역사는 늘 반복된다. 역사의 교훈을 망각하는 국민들에게는, 그리고 자각하지 못해서 반복되는 비극은 희극이다.
 세월호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 서명운동은 그래서 특별한 의미가 있다. 반복되는 비극을 단절하고 새로운 시대로 가자는 국민서명운동이다. 그리고 새롭게 시작하자는 자기 고백이고 자기 선언이다.
 물론 특별법 내용을 가지고 네티즌 사이에 찬반양론이 있고 여야 간 이견도 있다. 17일까지 회기 중에 여야합의로 법을 제정키로 국민들에게 약속한 만큼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 내용들이 담기리라 기대한다.
 국민들은 무엇보다도 세월호 관련 전 과정, 전 분야에 대한 성역 없는 조사와 투명한 공개, 관련자의 처벌, 진상조사 결과가 반영된 재발 방지 시스템 구축을 요구하고 있다. 그 때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과거 시대를 청산하고 미래로 갈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이런 국민들의 요구에 부응해서 여야 정치인들이 특별법 제정 과정에서 책임 있고 분별력 있는 자세를 견지해 주기를 기대한다. 일부 국민 정서에 편승해서 불편부당한 조항들이 명문화 된다면, 세월호 희생자나 그 가족들, 그리고 이 과정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는 국민들을 모독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이학노(대한민국 임시정부 기념사업회, ‘독립정신’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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