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 부안 군민의 선택이 있었고 그 결과 새 군수가 취임했다.
이제 겨우 3일이 지났는데, 대통령도 도지사도 아닌 작은 지역의 기초단체장 취임에 따르는 뒷공론이 대통령에 버금갈 정도로 무성하고 무성하다. 주로 술자리 같은 곳에서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일부 부안군 관련 홈페이지에 공개적으로 올린 글도 눈에 띈다.
군수 측근에 관한 소문에서부터 재판 관련 소문, 술렁거리는 공직사회에 이르기까지 종류도 다양하거니와 한 사안에 대해 정반대의 내용인 것도 많다. 이런 이야기들이 갖는 한 가지 공통점은 들으면 들을수록 사람을 우울하게 한다는 것이다.
대체 어디서부터, 뭐가, 얼마나, 잘못 됐기에 우리 부안이 이처럼 갈갈이 찢어져 고향사람들 끼리, 담장 하나 사이에 둔 이웃끼리 날 것 그대로의 적대감을 드러내야 하는지 참담할 따름이다.
김종규 군수는 취임식에서 ‘다시는 군민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일은 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일부에서는 이를 ‘쇼’라고 폄하한다. 하지만 속는 셈 치고 일단 믿어 보는 건 어떨까 싶다. 그러다가 군수 자신의 공언대로 실천하지 않으면 용서하지 않으면 된다. 이미 한번 호되게 당하고 8년을 와신상담하며 속절없이 세월을 보낸 김 군수가 군민의 응집된 힘을 모를 리 없다. 대충 석 달이면 답 나온다. 그 정도의 기다림은 최소한의 예의이기도 하다. 신임 군수가 민주주의 원칙을 훼손하고 교묘하게 주민 편가르기를 시도한다면 주민소환 등 군민의 힘으로 응징할 수 있는 방법은 많다. 겪어보지도 않고 무조건 분노와 증오를 퍼붓는 건 본인을 위해서도 부안 전체를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다른 한쪽 승자 진영 일각에서는 이번 기회에 확실히 본때를 보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한마디로 정치 보복을 하겠다는 말인데, 참으로 위험스럽고 불온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그럴수록 군민 간에 반목과 갈등은 더 깊어지리라는 것을 모르지 않을 텐데 그럼에도 그런 주장을 한다면 그의 정치적 잇속을 의심해야 한다. 모름지기 승자라면 포용과 배려를 통해 깊은 좌절을 느끼는 반대편을 끌어안는 게 마땅하다. 그것 역시 패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뒷공론 가운데는 우리 신문사에 관한 이야기도 제법 들린다.
일부 독자는 편집국에 직접 전화를 걸어와 벌써부터 신임군수에 대한 용비어천가를 부르는 거 아니냐고 항의를 한다. 분명히 말하지만 그건 우린 신문사에 대한 모독이다. 누가 군수가 되건 부안독립신문은 빨아줄 생각이 잠자리 눈꼽 만큼도 없다. 다만 언론의 본령이라 할 균형을 잃지 않으려 노력할 뿐이다.
다른 한쪽에서는 본때를 보일 대상중 하나로 우리 신문을 꼽기도 한다. 이 역시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무엇으로 어떻게 본때를 보인다는 것인지 의아하기까지 하다. 기초단체장과 그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권력에 대한 과대망상이 아니라면, 그들이 휘두를 수 있는 권력의 크기와 강도는 그리 대단치 않다. 우리는 건강한 긴장관계를 원할 뿐이다.
이제는 차분히 지켜보자. 신임군수가 자신의 공언대로 군민 화합에 노력하는지, 인사는 어떻게 하는지, 각종 개발사업에 따르는 이권을 측근들에게 나누어 주지는 않는지, 밀실에서 정책결정을 하지는 않는지, 선거기간 동안 쏟아낸 공약을 제대로 지키는지, 무엇보다 군민의 행복을 위해 군민만 보고 가겠다는 약속을 지키는지 말이다.
개인적인 감상인데, 신임군수 취임을 전후해 쏟아져 나오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접하면서, 군수 취임식이 부안군민 전체의 잔치가 되는 날이 어서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4년 뒤 취임식의 주인공이 누가 되던 부안 전체가 흥청거리고, 지난 일 따위는 서로 용서가 되며, 네 것 내 것 없이 다들 부안사람이라는 공통점만으로도 살가운 그런 날이 왔으면, 하는 꿈을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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