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일 중에 가장 힘들고 어려운 일이 무엇일까? 모를 키우고 논을 고르고 모를 심는 과정에서 어느 하나 쉬운 일은 없다. 하지만 그러한 모든 과정에서 빠져서는 안될 일이 물꼬를 보는 것이다. 물꼬를 보는 일은 매우 쉽게 느껴질 수 있다. 농사 초년기에는 물꼬를 단단히 정리하지 않아서 어떤 논은 물이 너무 많이 들어가고 어떤 논은 물이 너무 적게 들어가 트랙터를 끌고 논에 들어가 헤매다 나오기 일쑤였다. 물꼬를 본다는 것은 단순히 물이 넘어가는 높이만 조절하는 간단한 일이 아니다. 물이 들어가고 나가는 흐름을 가장 자연스럽게 형성해 주고 논두렁에 구멍이 나지 않았는지 찬찬히 살펴야 한다. 이런 일은 매우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심어 놓은 모가 물에 잠기거나 하루 종일 물을 댔는데 저녁에 가보면 논에 물이 하나도 없을 수 있다. 따라서 마무리 바빠도 농부가 새벽에 가장 먼저 가장 신중하게 하는 일이 물꼬를 보는 일이다. 이렇듯 물꼬를 보는 일은 상당한 노동과 지혜가 필요한 작업이어서 옛날에는 가장 영리하고 힘좋은 일꾼에게 물꼬 보는 일을 맡겼고 세경도 두배로 주었다. 물꼬는 농사의 가장 핵심이 된다. 세상 일에도 물꼬를 보는 일처럼 겉으로는 별일 아닌 듯하지만 핵심적으로 중요한 일이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모든 이들이 지역 살림의 흐름을 원활히 하고 혈세가 새지 않도록 자치의 물꼬를 잘 틀어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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