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애 (50)

   
 
‘세월호 사고’ 이후 안전에 대한 세인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얼마 전 서울 광화문 앞에서 소방 공무원의 국가직화를 주장하는 1인 시위에, 부안의 소방 대원이 참여해서 부안 사람들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래서 만나봤다.
- 소방서에 근무하신지는 얼마나 되셨나요?
“30년 됐어요. 처음 시작할 때는 기초 단체 단위로 소방서가 있었고, 1994년 광역화 되면서 현재의 전북도 소방본부 산하기관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 시위에서 주장한 내용은 국가 공무원으로 해달라는 거군요. 처우가 다른 건가요?
“일부 사람들이 오해를 하시는데, 우리는 처우 개선을 내걸고 시위하는 것이 아니구요. 이번 세월호 사고를 겪으면서 이제 더 이상 ‘가만히 있으라’라는 말을 따라서는 안되겠다고 생각해서 국민 안전에 대한 현장의 생생하고 절절한 상황을 국민들에게 밝히려고 시위에 나서게 된 것입니다.”
- 고무 장갑끼고 불끄는 물 호스를 잡는다는 소식은 봤습니다만....
“부끄럽지만 국민 여러분께서 기대하시는 만큼의 소방서비스를 할 수 없는 게 현실입니다. 구급차를 부를 때 국민 여러분은 최소한 3명 이상의 대원이 올 것으로 기대할 거예요. 규정도 그렇게 되어 있구요. 한 사람은 운전하고 두 사람은 뒤에서 의료 서비스를 해야 하니까요. 달리는 차에서 심폐소생술을 하려면 한 사람은 잡고 한 사람은 압박을 해야 하거든요. 그러나 불행하게도 현재의 인원 배치로는 2명의 대원밖에 도착하지 못합니다. 이런 현실에 대하여 이제는 알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왜 그렇게 운영되지요?
“지역 예산이 안전 예산으로 제대로 집행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중앙에서 지역으로 제공되는 교부세는 1.8%에 불과합니다. (참고로 미국에서는 67% 이상이 연방정부에서 집행됩니다.) 그래서 지방의 재정 상황에 따라 안전 예산이 큰 차이가 나는 것이지요. 재정 자립도가 높은 편인 서울을 제외하고는 전국의 지방에서 예산 배정의 우선 순위에서 밀리기 때문에 인원은 충원이 안되고, 장비는 노후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1인 시위 피켓에서 주장한 바와 같이 ‘안전도 빈부격차’가 생겨나고 있습니다. 정말 죄송한 말씀이지만, 여기 펌프차(우리가 흔히 불자동차라고 부르는 그 차) 중에서 수명을 다해서 출동하다 거리에서 멈출 가능성이 있는 차도 있고, 그냥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차도 있습니다. 연령 규정은 10년인데, 18년, 20년이 넘는 차도 있어요.”
  인터뷰 도중 스피커에서 어떤 상황을 알리는 소리가 날카롭게 울린다. 무슨 일인가 했더니 ‘화재확인출동’ 방송이라고 한다. 긴박한 움직임이 재난을 담당하는 기관에 와 있다는 실감을 느끼게 해주었다.
- 재난 요원으로서 세월호 사고를 봤을 때 심정은 어땠어요?
“소방관들은 늘 현장에서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해요. 늘 머리 속으로 염두에 두고 각오하고 있지요. 그래서 안에 사람이 있으면 ‘거의 반사적으로’ 들어가려고 해요. 근데 세월호 사고에서 해경은.... 그래서 너무 안타까웠어요.”
  정은애 센터장은 대학2학년에 다니는 딸을 두고 있단다. 자식 가진 부모의 심정이 ‘가만 있지’ 못하고 시위에 나서게 하는 것인가?
“그동안 ‘안전’은 우선 순위가 늘 먹고 사는 문제에 밀렸어요. 그래서 여러 가지 미비한 채로 덮어두었지만 이제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것같아요. 지난번 구미 불산누출 사고처럼 전문화된 사고도 있고, 재해는 점차 더 광역화되고 있거든요. 이에 맞는 시스템을 갖추어야 하는데 한국 같은 규모는 하나의 권역으로 보고 재난 대비를 해야 적합합니다. 그래서 국가단위로 단일 조직을 만들자고 요구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재난영화 덕분에 소방 서비스에 대한 기대가 높은 편이다. 그런데 진짜 소방서의 현실은 소방 영웅들이 나오는 재난 영화의 소재가 아니라, 정치 부조리 영화의 소재가 적당할 것이라 생각되었다. 국민의 안전을 위해 시위까지 하는 소방대원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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