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알아 보는 재미에 반핵싸움 동참 보람


지난해 7월 이후 반핵 집회가 장기화하고 목요 야간 촛불집회가 정착됨에 따라 주민들의 사랑을 받는 반핵 스타들이 줄을 잇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평소 갈고 닦은 숨은 기능과 재량을 맘껏 발휘하며 반핵싸움에도 활기를 불어 넣는 등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본보는 ‘부안 반핵스타들’을 만나서 ‘무대에 오르게 된 사연’을 중심으로 얘기를 들어 보았다.
▲ ‘격포 할머니’ 현북례씨(75. 변산면 격포리)
“여러분 김종기(김종규)는 산 가막살이(감옥살이)를 하고 있어요. 이 눔이 꾀를 내다 내다 못해서 7만 군민 눈을 속이고 있어요. 너 이놈, 후려아들 놈 같으니... 에이 낯바닥 좋은 놈. 에이 붕알 까서 구워먹을 놈. 순사도 안 무섭다. 군민 없는 순사가 어딨냐? 군민 없는 군수가 어딨냐? 짜구로 낯짝 밀 놈. 핵폐기장 결사반대!. 여러분, 지가 100살까지 살랍니다. 김종기 죽는 거 보고 죽을 랍니다.”
지난 9월 8일 목요집회에 격포의 욕쟁이 할머니로 알려진 현북례씨가 처음으로 열린 ‘욕대회’에 나와 연설한 욕 한 대목이다. 격포 할머니는 ‘욕 연설’이 끝나자 사탕 한 봉지를 군민들에게 나눠줬다. 시장에서 고추 판 돈으로 사탕을 사서 집회 때마다 주민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격포할머니의 욕은 요즘 젊은이들의 욕처럼 그리 살벌하지가 않다. 격포 할머니의 욕은 ‘인간의 도리’를 이야기 하고 있고, 또 인간의 도리를 지키지 못한 이에게는 따끔한 욕으로서 다스리고 있는 것이다.
▲ ‘소리꾼’ 이존호씨(47, 부안여중 과학교사)
20년간 교직에 몸담고 있는 이 교사가 반핵 무대에 처음 오른 것은 작년 10월 수협 앞 촛불집회에서다. 청소팀에 속해 집회가 끝나면 뒷정리를 전담해오던 그에게 관객들 앞에서 숨겨둔 판소리 솜씨를 선보일 기회가 다가온 것이다. “판소리를 접하기 전에는 고리타분하게만 생각했다”고 털어 놓으며 “실제 배우고 익히다 보니 요즘 유행하는 랩보다 더 리드미컬한 음악”이라는 게 그의 판소리 찬양론. 이 교사가 한 지인의 권유로 집회에서 선보이고 있는 레퍼토리는 심청가다. 심청가 완창이 판소리 공부의 일차 목표라는 그는 “주민들의 요청이 있는 한 핵폐기장이 백지화 될 때까지 소리를 할 것”이라고 약속한다.
▲ ‘가수’ 이은정씨(21, 진서면 곰소리)
‘어머나’와 ‘너는 내 남자’라는 트로트곡으로 주민들에게 친숙한 이씨. 특히 ‘어머나’는 이씨가 반핵싸움에 맞게 직접 개사한 애창곡이기도 하다. 그녀의 ‘반핵 체질’은 아무래도 ‘엄마’와 ‘아빠’에게서 물려받은 듯하다. 모친 이성숙씨는 작년 청와대 앞 삭발을 감행했고 부친 이상수씨는 진서면 대책위 홍보국장으로 생업을 뒤로 할 만큼의 ‘열혈파’로 소문나 있기 때문이다. 이씨는 알아보는 팬들이 없느냐는 물음에 “주로 아줌마 아저씨들이 반가와 한다”며 수줍게 웃었다. 그녀는 “보통 집회 시간엔 아이들이 학교에 있을 시간”이라며 10대 팬들이 없는 이유를 근거 있게 제시했다. 현재 부모님이 경영하는 횟집을 돕고 있는 은정씨는 노래 솜씨를 인정받아 부안군연예인협회의 추천으로 직업 가수의 꿈을 꾸고 있다.
재능은 모두 다르지만 “‘핵폐기장 백지화 되는 그 날’까지 우리 부안 군민이 부르면 어디든지 달려가겠다”는 이들 각자의 소박한 꿈 또한 이루어지는 날을 기대해 본다.

이향미/서복원 기자 isonghm@ibu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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