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6기 지방선거가 끝났다.
후보자들이 그토록 애타게 외치던 “존경하고 사랑하는 군민여러분”은 각자의 신성한 한 표를 행사해 지금의 결과를 내놓았다. 군민의 낙점을 받은 당선자들은 선거운동 과정에서 했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다시금 옷깃을 여밀 것이며, 군민은 그들이 제대로 하고 있나 기대에 찬 눈으로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볼 것이다. 그동안 부안이 겪은 불행한 과거를 되풀이하지 않기를, 또 화합을 바탕으로 부안이 크게 한 걸음 내딛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후보자들이 그동안 내세운 공약을 보면 무엇을 하겠다는 약속은 많지만 무엇만큼은 안 하겠다는 내용은 없다. 하지만 지도자로서 성공하려면 무엇을 하는가 보다 절대 해서는 안 될 무엇을 끝내 하지 않는 절제와 자기관리가 필수적이다.
구구하게 여러 말 할 것 없이 꼭 한 가지만 꼽으라면 ‘밀실’을 멀리하는 것이라고 하겠다.
밀실은 사방 벽이 막히고 방음이 완벽하고 출입을 은밀히 할 수 있는 곳 만을 지칭하는 것은 아니다. 한적한 고속도로 갓길이 될 수도 있고, 지하주차장이 될 수도 있고, 짓다 만 공사장의 바람벽 그늘진 곳일 수도 있다. 이미 짐작할 것이다. 중앙이던 지방이던 그런 밀실에서 그 동안 어떤 일이 벌어져 왔는지.
밀실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물론 일부이긴 하지만, 대체로 다음과 같은 부류들이다. 대대로 지역에 뿌리박고 살며 위세를 부리던 토호세력을 비롯해 지역 건설업자를 비롯한 기업인, 시민사회단체장의 탈을 쓴 정치꾼, 유력후보에게 줄을 대기 위해 선거판에 은밀하게 기웃거리던 정치공무원, 그리고 언론인을 빙자한 브로커 등이다.
당선자들이 업무를 시작할 즈음이면 수많은 ‘밀실로의 초대장’이 날아들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선거 때 진 신세를 갚으라는 압박을 하거나, 갖가지 그럴 듯한 기획과 제안을 들이밀며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거라는 감언을 속삭이거나, 모호한 약점을 들이대며 거래를 유도하는 은근한 협박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초대, 결단코 외면해야 한다. 그들의 요구를 하나 둘 들어주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군정은 꼬이기 시작한다. 게다가 그들은 이른바 간뎅이가 점점 붓기 시작하면서 온갖 이권에 개입하려 할 것이고, 벼라 별 청탁을 시도 때도 없이 들이밀 것이며, 간의 팽창이 극한에 이르러서는 심지어 군수 고유권한인 인사에도 간여하겠다고 덤빌 것이다.
섬뜩한 일이다. 제 욕심 차리기에만 급급한 몇몇 권력 주변 인사들이 군정을 들었다 놨다 하는 일은 한 번 벌어지고 나면 결코 되돌릴 수 없다. 결국 지도자는 부정부패 추문과 함께 사법처리를 받고 또 다른 밀실인 감옥으로 직행할 수도 있다. 엄포가 아니다. 우리나라의 많은 자치단체장이 이 밀실로의 초대를 뿌리치지 못한 채 패가망신하고 지역을 황폐화시킨 일이 어디 한두 번이던가.
그래서 말인데, 선거 때 당선자들을 도운 이들에게도 한마디 하자면, 진심으로 부안의 발전을 위한 사심 없는 지원이었다면 이제 당선자들에게서 멀찌감치 물러나 않는 게 온당하다. 마치 노무현이 대통령이 된 후 최대 후원자였던 강금원이 거리를 둔 것처럼 그렇게 멋지게 말이다.
요컨대 밀실을 멀리 하는 것은 오직 당선자들의 의지에 달렸다. 군수실이나 의장실 벽을 유리로 교체해 일반인들이 방문객을 다 볼 수 있고, 업무추진비 내역에 식사에 초대한 사람과 장소, 메뉴, 액수까지 명시할 수 있다면 그는 정말 난사람이다. 그렇게까지 못하겠다면 최소한 자신의 친인척과 측근, 밀실선호자 등의 목록을 만들고 그들과는 무조건 공개된 자리에서 만나겠다는 원칙을 세워야 한다. 성실한 공무원과 정치공무원을 구별해 인사에 반영하는 것도 지도자에게 꼭 필요한 능력이다. 공평치 못한 인사로 전체 공무원의 사기를 떨어뜨려놓고 부안의 발전 운운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군민 간에 갈등의 소지가 있는 정책은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공청회 등 토론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는 방법이 최선이다.
분명한 것은 “존경하고 사랑하는 군민여러분”은 밀실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순박한 그들은 주권자라는 지엄한 지위에도 불구하고 당선자들로부터 존경받고 사랑받기보다 공개된 자리에서 자신과 같은 눈높이로 설득하고 토론하는 지도자를 더 좋아한다.
새로 선출된 군수, 도의원, 군의원들이 밀실을 멀리하여 큰 성공을 거두기를, 그래서 4년 후 “존경하고 사랑하는 군민여러분”으로부터 존경과 사랑을 듬뿍 받게 되기를 진심으로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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