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사람값을 싸게 취급하면서 사는 비용 즉 생활비는 비싼 나라다. 모든 국민이 사람다운 대접을 받으면서도 생활하는 데 드는 비용이 저렴한 나라가 이상적인 국가임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사람값을 높이 쳐주는 나라는 보편적으로 생활비도 비싼 편이다. 반면에 저개발국가에서는 대부분 생활비가 싼 대신 사람값도 싸다. 물론 어떤 경우도 국민의 행복과 직접 관련은 없어 보인다. 다만 사람대접을 못 받으면서 삶이 팍팍한 대한민국 국민들의 행복지수가 바닥권에 속해 있음은 확실하다.
‘사람값’이란 단어가 도발적이고 천박한 느낌을 준다면 ‘생명의 가치’라 바꾸어도 무방하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생명이 국가보다 우선일까? 국가를 위해서라면 국민들 목숨은 어느 정도 희생할 수 있을까? ‘국가가 있어야 국민이 있다’ 독재시절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던 말이다. 자기 스스로를 국가라 생각했던 독재자 박정희는 자기 정권의 안녕을 위해 수많은 생명을 앗아갔다. 사람보다 국가를 중요시 하면 그게 바로 독재국가다. 사람 목숨보다 제 자신의 이익을 더 중요시 하면 악인이요 살인자와 다름없으니 오히려 악마라는 말이 더 적합할 것이다. 인명보다 제 잇속을 더 중시하는 악마가 대한민국에 넘쳐난다. ‘사람보다 돈이 최고다’라는 구호가 신앙이자 진리가 된 대한민국이다. 노동자의 죽음보다 회사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재벌, 국민의 안전보다 자기 자리보전과 제 주머니로 들어오는 촌지를 우선으로 생각하는 공직자들이 넘쳐난다. 천민자본주의로도 모자라 신자유주의적 배금주의가 온 나라에 악취를 풍기고 있다. 사람값은 싸구려 취급을 하며 제 잇속만 밝히는 권력과 재벌의 악마근성에서 세월호 참사는 이미 잉태해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가 터진지 34일 만에 공식적인 대국민 사과를 했다. 고개도 숙였고, 눈물도 흘렸다. 그런데도 많은 국민들이 그녀의 사과에서 진정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대국민담화를 발표한 지난 19일 이후 서울대, 가톨릭대 교수들의 시국선언을 위시해 각계의 비판이 이어졌다. 그녀의 사과에는 말만 있기 때문이다. 말로는 대통령인 자신의 책임이라고 하면서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하는 내용은 빠졌다. 자기성찰과 반성은 어디에도 없이 전 정권의 적폐와 정부조직의 무능 만 탓했다. 이것은 책임전가다. 천주교 미사에 참석하여 자신의 가슴을 두드리며 ‘내탓이오’를 세 번이나 외친 박 대통령은 뜻도 모르고 그저 보여주기 위해 성당에 갔단 말인가? 참사 초기에는 청해진 해운사의 책임으로 돌리더니 이제는 해경이 모든 문제의 원흉인 것처럼 호들갑이다. 전형적인 도마뱀 꼬리 자르기다. 대통령 담화 다음날인 지난 20일 세월호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에서 호소문을 내어 “대통령의 담화문에 대한민국 국민인 실종자는 존재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실종자 수색이 진행 중이고 실종자 가족이 시신이라도 수습되기를 애타게 기다리는 상황에서 사고수습에 관한 대책 한마디도 없이 구름 위에서 놀고 있는 말만 하고 있으니 그 가족들의 분노가 더 커질 뿐 아니겠는가. 박근혜의 사과에는 사람이 빠진 자리에 정권의 안보와 책임전가만 들어 있다. 국민을 우습게 알고, 사람의 생명을 자신의 권위와 명예보다 가볍게 여기는 거만함이 느껴진다. 박근혜는 안전한 사회를 공약으로 내걸었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안전하게 지키는 것은 복지의 기초이자 국민행복의 기본조건’이라며 ‘각종 재해와 재난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위태롭게 합니다. 치밀한 예방태세를 갖추고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는 긴급재난체계를 갖추겠습니다.’라고 약속했다. 그녀의 지키지 않은 공약이 하나 더 늘었다. 8년 전인 2006년 5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대표시절 선거의 여왕이라 불리던 그녀는 “이런 정권을 심판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미래는 없을 것입니다.”라고 일갈했다. 그녀의 8년 전 이 말에 이제는 국민이 투표소에서 대답할 차례다. 대한민국 사람값을 올리기 위해서, 민주주의를 위해서.

저작권자 © 부안독립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