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혁명을 해야 되겠어요.’ 요즘 공부하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는 아들 녀석이 얼마나 공부를 했는지 몰라도 혁명을 해야 되겠다는 말을 하는 것을 보면 공부가 깊어지긴 깊어진 모양이다. ‘어떤 혁명을 할래?’ ‘글쎄요, 어쨌든 이대로는 아닌 것 같아요.’ ‘확 뒤집어 엎어버리는 거를 혁명이라고 그러는데 좀 거시기하지 않냐?’ ‘뒤집어 엎는 게 어때서요?’ ‘사람도 다칠 수 있고 또...’ ‘안 다치게 뒤집으면 되잖아요’ ‘... 그래 한번 해봐라...’ 아들은 고등학생이다. 그가 생각하는 혁명이 어떤 모양인지는 몰라도 요즘 또래 아이들의 답답한 심정을 느낄 수 있다. 혁명의 시절이 있었다. 광주의 오월이 그랬고 6월항쟁을 예비하던 86년 오월이 그랬다. 화염병과 돌, 최루탄과 눈물이 범벅이 되어 거리를 달리던 때가 있었다. 그립지 않다. 너무 고통스러웠던 기억이다. 그래서 다시 돌을 들고 거리로 나서야 한다면 한참을 주저할 것이다. 하지만 방법이 다르더라도 확실하게 고쳐야 할 것들이 세월호 참사를 통해 속속들이 드러났다. 아마도 조금 지나 6월이 되면 브라질 월드컵에 가려져 우리가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 잊어먹고 그런대로의 일상으로 돌아가 버릴 것이다. 하지만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선 고등학생들의 ‘잊지 말아 주세요’ 라는 외침속에는 이대로는 절대 안된다는 절박한 의지가 담겨 있다. 피흘리지 않게, 그러나 확실하게, 왜곡과, 비리와, 돈에 중독된 세상을 바꿔야 하는 것은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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