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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오지 않은 리더를 기다리며
  • 황재근(전북문화저널 기자)
  • 승인 2014.05.19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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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를 한 마디로 정의하는 것은 고명한 학자라도 어려운 일이다. 그래도 거칠게 요약해보자면 한 집단이 공유하는 생활양식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집단의 규모는 중요하지 않다. 4인 가정에서도, 5인 이하 사업장에서도 특유의 문화가 존재한다. 소수가 공유하는 문화는 내부에는 결속력을 가져다주지만 외부와는 충돌을 일으키기도 한다. 그러한 낯선 문화환경과 사회환경에 아무런 준비 없이 내던져진 사람들은 ‘문화충격’을 느낀다. 세월호 침몰사고를 둘러싸고 보여주는 일부 공공기관과 정부의 양태를 보는 국민들의 참담한 심정에는 그러한 ‘문화충격’의 효과도 내재돼 있을 것이다.
실종자 가족들이 머물고 있는 체육관에 장관이 찾아온다고 팔걸이 의자를 준비하는 공무원, 진료대로 사용하던 테이블에서 굳이 컵라면을 먹는 장관, 빈소에 장관이 오신다고 유족한테 귓속말 하는 수행원, 펜션에 마련된 고위공무원 숙소, 언론에 적나라하게 노출된 그들의 민낯은 국민들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이것이 몇몇의 특출한 일탈행동인가? 공무원 문화를 아는 이들이라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대번에 알 수 있다. 기관의 수장이 오시는데 팔걸이 의자를 준비하는 것은 의전의 기본이다. 장관님이 오신다고 귀띔을 하는 것은 수행원의 기본임무다. 이들은 평상시 해왔던 그대로를 했을 뿐이다. 실종자 가족들과 국민들의 슬픔과 분노보다 몸에 배인 공무원 문화가 익숙하기 때문이다. 평범한 국민이라면 당연히 배려하고 생각했을 일들을 왜 그들은 하지 못했는가. 그들의 눈높이가 국민들이 아닌 상관을 향해있기 때문이다. 만약 그들이 공무원이 아니라면 그들의 행동에 받는 충격은 지금처럼 크지 않았을 것이다. 현행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면 민간 사기업이나, 단체, 조직에서 어떤 문화를 갖고 살아가든 신경 쓰는 이는 많지 않다. 또한 그 변화를 강제할 수단도 없다. 하지만 공공기관에서 국민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면, 그것은 문제다. 그것이 문제임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몸에 배인 문화라는 점이 더더욱 큰 문제다.
어쩌면 이러한 상명하복식 공무원 문화가 바꾸기는 더 쉬울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수장이 바뀐다면 그에 따라 별다른 저항 없이 문화도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변화는 영속성이 없겠지만, 선거가 눈앞에 다가오니 그런 변화라도 바라고픈 심정이다. 지인을 통해 들은 이야기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취임한 후 서울시 공무원들의 업무강도는 급증했다고 한다. 그러나 자신들이 하는 일에 대한 자부심도 커졌다고 한다. 사소하더라도 시민들에게 진짜로 필요한 일을 합리적으로 지시하기 때문이란다. 시장님, 실장님, 국장님, 과장님 의전에 신경 쓸 공력을 시민들을 위해 쓸 때 철밥통 공무원들도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두명을 통해 들은 얘기로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관료제 조직에 수장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끼게 해주는 이야기였다.
권위적인 공무원 문화를 바꾸겠다는 공약을 내걸 후보는 아무도 없다. 애초에 공무원 문화 개혁은 더 나은 시정을 위한 수단이지 목표가 될 수도 없다. 그렇다면 이런 사람을 어떻게 찾아야 할까. 달달한 공약과 선거용 친절의 가면을 피해 좋은 사람을 찾기는 쉽지 않다. 다만 지역에서는 가능하지 않을까. 작은 지역구일수록, 전통적 공동체가 남아있는 농촌일수록 후보자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알아볼 방법은 있다. 그가 약한 자와 낮은 자를 어떻게 대하는지,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인지, 공은 부하에게 돌리고 과는 책임지는 리더인지 조금 더 발품을 팔아 알아보길 권한다. 억울하고 참담한 마음을 들어줄 귀를 열어주는 리더, 책임질 일에 변명하지 않고 책임을 지는 리더가 너무 아쉬운 시대다. 다가오는 선거에서 그런 사람을 찾고 싶다는 마음은 모두가 같을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바로 적임자를 찾지 못할 수도 있다. 다만 만약 그런 사람이 있다면 꼭 적절한 직분에서 일할 수 있도록 눈을 부릅뜨고 있기를 바란다. 적임자가 리더가 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아쉬움이 커서 하는 푸념이다. 
 

황재근(전북문화저널 기자)  ibuan@ibu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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