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을 좋아하고, 부안 사람들이 좋아하는 유쾌한 아줌마

   
▲ 왼쪽 두번째가 조학원씨
부안을 좋아하고, 부안 사람들이 좋아하는 유쾌한 아줌마

부안에 내려온지 5년, 부안 아줌마들과 어울려 재미있게 놀면서 밀양의 송전탑 반대 할머니들도 돕고, 건강한 먹거리 문화도 만들어 가고, 함께 독서도 하는 유쾌한 아줌마를 만났다.
- 부안에는 어떻게 오시게 됐어요?
“부안에 오기 전에 대전에서 살았는데요. 도시에서 너무 정신없이 살았어요. 그래서 작은 동네에서 좀 여유있고 자연을 가까이하는 삶을 살고 싶어서 여기 저기 조사를 했는데, 곰소에 사시는 언니 블로그을 알게 됐고, 그래서 인연이 되어 오게 되었어요.”
- 지금까지 부안 생활은 어땠어요? 
“제가 인복이 있는 사람인가 봐요. 부안에 와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어요. 처음 불로그를 통해서 만난 언니부터, 한살림 생협 회원들, 그리고 문화모임 도울에서 만난 분들까지  지금까지 부안에 와서 만난 분들이 너무 좋은 분들이어서 쉽게 부안에 정을 붙이게 된 것같아요.”
세상에서 제일 살기 좋은 곳은, 세상에서 제일 좋은 이웃이 있는 곳이라고 했다. 사람들이 좋은 곳이 가장 살기 좋은 곳이다.
- 대도시와 다른 부안만의 특징이 있던가요?
“부안 생활에서 특이한 거 두 가지만 들면요. 우선 먹거리가 ‘예술’이예요. 꿀을 한병 먹어도 누가 어떻게 딴 꿀인지 정확히 알고 있는 진짜 꿀이구요. 계란도 마찬가지로 누가 어떤 방식으로 길러서 나온 계란인지 알고 먹어요. 그런 식품은 친환경 농산물을 엄선해서 판매하는 생협보다 신선한 경우도 있는 것 같아요.”
여기 살고 있는 사람들은 너무 당연해서 가치를 잘 모르는 것일 텐데, 도시에서 살다가 온 사람들은 크게 감동받을 일인가보다. 우리 뒤안에서 오직 재로만 길러서 먹고 있는 부추를 이분에게 한 움큼 선물해 드려야겠다. 가치를 아는 사람이 먹어야 한다.
“그리고 부안 사람들의 어마어마한 생활력(?)에 감동받았어요. 대전에서 생활할 때 잔치한다고 하면서 준비하던 것과 부안에서 ‘도울’이라는 모임에서 행사하면서 준비하던 것이 너무 차이가 나는 거예요. 도시에서는 제일 거창하게 해도 전 부치는 정도인데, 여기오니까 사람들이 큰 솥을 막 걸더라구요. 사람들이 일을 무서워하지 않고 속 시원하게 제대로 할 줄 알더라구요.”
- 나쁘게 보면 좀 무식하다고 흉보기도 하는데, 학원씨는 그런 것에도 감동을 받으시는군요. 그래서 부안 사람들도 학원씨를 좋아하나 봐요. 지금 부안 사람들과 지내는 것은 어때요?
“너무 재미있게 잘 지내고 있어요. 책모임도 뭐 거창한 거 아니구요. 몇 사람이 자주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의견이 모아졌어요. 그 뒤로 여러 사람들이 참여하게 되었는데, 사람들 내부에 잠재적인 욕구가 있었나 봐요. 꼭 어떤 지식을 얻겠다는 것보다 여러 사람이 함께 읽는다는 거 그 자체가 좋은 것 같아요. 책을 매개로 생활이야기도 많이 하게 되고, 혼자 읽기 어려운 책도 서로 도와가면서 읽을 수도 있고 고립감도 벗어날 수 있고 여러 가지로 좋은 점이 많아요.”
- 젊은 아주머니들이 함께 모여 책을 읽는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 같은데요?
“아이구 제발 너무 거창하게 생각하지 말아주세요. 우리들은 우리들끼리 즐겁게 사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니까요. 특별한 목적성을 설정하지는 않아요. 그렇지만 여러 가지 계기로 관심사가 겹치는 경우도 있어요. 예를 들면 거의 모두가 학부모라서 교육 문제 같은 경우에는 민감하게 서로 관심을 가지는 주제더라구요. 이러다 아줌마들이 또 ‘필’받으면 무슨 일을 벌일지도 모르죠.”
- 이제 여기로 터를 완전히 잡으신 건가요?
“사람 일을 어떻게 알겠어요. 장담은 못하죠. 하지만 그러길 바래요. 좋은 사람들이랑 더 좋은 공동체 만들면서 그렇게 건강하게 잘 어울려 살면 좋겠어요.”
젊은 아줌마들이 모여서 책을 읽는다. 그것도 너무 유쾌하고 즐겁게 읽는다. 뭔가 부안에 좋은 기운이 샘솟는 것 같다. 세 아이의 엄마인 학원씨의 굳세면서도 부드러운 미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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