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신문사가 부안을 농단하고 있다.
사실 확인도 거치지 않은 홍보성 기사를 실으면서 평생독자권 명목의 대가를 요구함으로써 부안 사회 전체를 진흙탕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이런 일들이 부안에서는 관례처럼 굳어져 별 것처럼 아닌 듯 보일 수 있지만 상식적인 보통 사람의 시각에서 보면 지극히 후진적이고 퇴행적인, 매우 심각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지금까지 부안에서 예비후보 등록을 한 후보자는 비례대표까지 포함해 모두 45명. 이 중 30명이 그 신문사의 평생독자권과 관련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줄줄이 선관위의 조사를 받았으니, 꼭 3분의 2의 후보자가 연루된 셈이다. 우리나라 어느 지자체에서도 없었던 사상 초유의 사태가 하필 우리 부안에서 발생한 것이다.
앞으로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혐의가 사실로 드러날지 해프닝으로 끝날지 결론이 나겠지만, 진실 여부와 별개로 그 많은 수의 예비후보자가 단일 사건으로 조사를 받았다는 사실만으로도 부안은 고개를 들 수조차 없는 궁색한 처지에 내몰렸다.
핵폐기장 반대투쟁과 2.14주민투표를 통해 한국의 주민자치와 지방자치 역사에 새로운 장을 열어 보인 우리 부안이 공직선거법 위반 부분에서 또 다른 의미의 신기원을 이루게 되었으니, 부끄럽고 부끄럽다.
“쪽팔리니까 기사 내지 말어” 한 친분 있는 예비후보자가 취재를 하는 기자에게 농담처럼 던진 말이다. 막 조사를 받고 나온 다른 예비후보자 한 사람도 이렇게 넋두리를 한다. “어이구 챙피시러. 뭣허러 기사를 내서는......”
다른 대부분의 후보들 심정도 이들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예비후보자 뿐 아니라 부안 전체가 전국적 망신살이 뻗치게 생겼으니 부끄럽지 않다면 오히려 이상한 노릇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수의 후보자들이 억울하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선거철에는 언론사가 갑이고 후보자는 을일 수밖에 없는데, 그래서 크던 작던 지역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신문이 그 같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평생독자권을 ‘권유’하는 행위는 압박으로 느끼기에 충분했다고 하소연 한다. 심정적으로 이해 못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한번 생각해 보자. 후보자들이 그동안 출사표를 통해, 출판기념회에서 연설을 하면서, 공약을 내걸면서 뭐라고 했는지. 새정치, 정직한 후보, 깨끗한 군정, 투명한 예산 등등 의욕적으로 다짐했던 약속이 불과 두어 달 만에 헌신짝이 되어 군민의 눈앞에 처참한 모습으로 뒹굴고 있다. 이래도 되는가.
군민의 희망이 되어야 할 후보자들이 외려 부끄러움의 대상이 되어 유권자의 손가락질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새정치는 무슨 헛소리고 정직한 후보는 또 무슨 궤변인가.
고개를 들 수 없기는 부안독립신문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항간에 떠도는 소문을 접하면서, 그리고 그것이 조만간 큰 문제가 될 거라는 직감을 하면서 방기한 책임이 크다.
이미 4월 초 전북도선관위가 내사를 벌이고 있다는 정황을 파악했을 때 지체 없이 기사를 냈더라면 관련자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었을 텐데 그마저 하지 못했다.
부안독립신문 혼자 나선다고 그동안 굳어진 관례를 바꿀 수 있을까 회의가 들었는지도 모르겠고, 취재과정에서 미운 정 고운 정 다 든 많은 예비후보자들의 앞날이 걱정됐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저러다 유야무야 되기를, 그래서 우리 부안에 평지풍파가 이는 일만큼은 없기를 은근히 기대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유야 어찌됐든 부안독립신문은 이번 사태에서만큼은 이른바 정론직필에서 한걸음 비껴서 있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차라리 올해 초부터 떠돈 평생독자권에 대한 소문을 접했을 때 작정하고 나서서 파헤쳤더라면 사태가 이렇게 커지진 않았을 것이다. 좁은 지역이니만큼 우리 부안의 치부를 건드린다고, 왜 긁어 부스럼을 만드느냐고 욕을 먹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 정도 감수하려는 용기를 내지 못한 것이 지금은 참으로 후회스럽다.
그래서 이렇게 무기력한 상태로 부끄럽고 또 부끄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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