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 하나가 문을 닫았다. 개인이 기름을 많이 팔아 돈을 많이 벌겠다는 주유소가 아니었다. 농민들에게는 필수적인 구매품인 기름을 좀 더 싸게 공급하고, 남는 돈이 있다면 지역을 위해서 일하겠다는 사회적 성격을 가진 주유소였다. 그런 주유소가 얼마 전 문을 닫은 것이다. 이유는 외상 때문이다. 주민들에게 외상으로 준 기름값을 채워 넣느라 운영을 책임진 이가 빚을 내서 기름값을 넣었는데 외상을 가져간 사람들이 빚을 갚지 않아 날로 쌓여가는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문을 닫게 되었다는 것이다. 외상을 가져가고 기름값을 갚지 않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겨우내 기름을 때서 난방을 하고 작물을 키웠는데 막상 출하 시기가 되니 똥값이 되어 생산비도 못 건진 이도 있을 것이고, 트럭운전을 열심히 해서 기름값 주려고 했는데 본인도 돈을 못 받아 어렵다는 이도 있을 것이다. 기름값을 주려고 돈을 갖고 집에서 나왔는데 오다가 급하게 쓸 일이 생겨 내일 주겠다는 이도 있었다. 그 내일은 1년이 되고 2년이 되었다. 더러는 서비스가 맘에 안 들어서 혹은 겨우내 불을 땠는데 방이 안 따뜻해서 기름값을 안 주겠다고 맘먹은 이도 있을 것이다. 정작 기름값을 주지 못할 것 같은 어려운 분들은 현금을 챙겨 놓고 기름을 넣고 나면 곧바로 돈을 주었단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그런 핑게를 가진 분들이 해외 여행도 가고 차도 바꾸고 정말 잘 살더라는 것이다. 그분들의 핑계가 모여 주유소 하나가 문을 닫았는데 그분들은 정말 잘 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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