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갯벌을 보존하기 위하여 그간 국내외에서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다. 새만금사업을 '세계 생태계를 파괴하는 국제적인 문제'라고 했던, ‘지구의 벗’ 리카르도 나바로(53) 의장이 기억난다. 틱 낫한 스님도 신자들을 이끌고 새만금을 찾아 와서, 때론 새만금이 환경단체들의 성지 순례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종속국가 일본', '허울뿐인 풍요’ 등을 저술한 세계적인 경제학자 개번 맥코맥 교수도 새만금을 방문하여 관심을 표명했고 같이 백합죽을 먹었던 기억이 새롭다.
특별한 기억은 일본에서 온 모 대학교수다. 환경문제나 새만금 갯벌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새만금을 반대하는 부안사람들’의 조직 구성원, 활동가 수, 그리고 운영방식, 기금 등을 꼬치꼬치 물었다. 새만금과 같이 커다란 갈등이 존재하는 문제를 시민단체에서 풀어가는 방식을 연구한다고 했다. 서울의 큰 단체도 많은데 굳이 이 궁벽한 시골까지 온 이유를 물었다. 작은 단위에서 더 빨리 문제의 본질을 파악할 수 있다고 말한다. 순간 이 놈들이 우리 밥숟가락 숫자까지 세고 있구나 하는 섬뜩함이 느껴졌다.
당시 부안 주민들은 갯벌의 보존에 거의 관심이 없었지만 새만금은 그렇게 세계의 주목을 끌었던 문제였고, 지금도 그 지대한 관심은 여전하다고 본다. 앞으로도 결코 끝나지 않을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군수후보 중 새만금 갯벌에 관심 없는 두 분을 제외하고 많은 후보들이 갯벌을 살리는 해수유통에 긍정적인, 혹은 적극적인 의사를 표명해서 참으로 다행스럽고 반가운 일이다. 이제 부안에서 먼저 갯벌 살리기 활동을 시작하면 다시금 세계가 주목하리라 확신한다. 더구나 최근 우리나라 다른 곳에서 갯벌을 복원한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전남 강진군 칠량면 봉황리와 장계리 마을이다. 1965년까지 갯벌이었다가 쌀이 필요해서 간척지가 됐다. 다시 50년 만에 갯벌로 되돌리는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갯벌로 돌리려는 것은 어업이 농업보다 훨씬 소득이 높고, 갯벌로 바꿔 꼬막양식을 할 경우 많은 고정 투자비 없이도 고소득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전라남도는 꼬막양식이 쌀농사보다 11배나 소득이 높다고 보았다.
한국해양연구원은 갯벌가치를 1ha당 3,900만원으로 추산했다. 수산물 생산가치 1,200만원, 보존가치 1000만원, 서식지 제공가치 900만원, 정화기능 400만원, 재해 방지 등은 200만원 등으로 집계하여 농지에 비하여 6배가 넘는 것으로 보았다.  [Nature]지에 발표된 갯벌의 가치 100배 이상은 아니더라도 대부분 최소한 농지보다는 몇 배 이상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도 새만금에서는 천문학적 혈세를 쏟아가며 갯벌의 가치를 1/6, 1/11, 혹은 1/100로 줄이는 납득하지 못할 공사가 진행 중이다. 무슨 부도난 회사 주식 감자도 아니고 멀쩡한 대낮에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수십조 원을 4대강에 버리고 또다시 수십조 원을 바다에 버리는 일을 서슴없이 하고 있으니 말이다.
세 모녀 자살 사건과 같이 대한민국을 사는 민초들은 하루하루 고단한 삶을 죽지 못해 버티며 살고 있다. 쳇바퀴를 굴리지 않으면 끝 모를 추락의 공포가 기다리고 있다. 1인당 국민소득 5,500불에 교육과 의료를 국가에서 보장하는 나라도 있는데, 25,000불이 넘어도 사회 안전망은 없다. 그래서 대한민국 국민들은 여유가 없고 삶을 즐기지 못한다. 삶에 찌든 얼굴에서 평화를 찾기 힘들다. 복지에 쏟아야할 재원이 저렇게 낭비되는데도 큰 불만이 없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그런데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용익 의원은, ‘식약처는 국가기관인가, 삼성재벌 용역회사인가’ 라고 묻는다. 식약처 만이 대기업의 용역회사가 아니라 정부는 더 큰 용역회사일 수도 있다. 친재벌 정책과 4대강 사업, 새만금 사업, 경인운하 사업과 같은 시대착오적 토건으로 혈세를 낭비하고 있고, IMF이후로 오로지 대기업만 잘 살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이런 문제에 분통 터지지 않고 속병이 나지 않는 사람들, 그리고 앞장서서 협조하고 동조하는 사람들은 분명 대한민국 국민보다는 용역회사 직원쯤으로 사는 분들이다. 이제야 비로소 새만금 갯벌 살리기 운동이 생각처럼 진행되지 못한 이유가 명확해진다.
도처에 용역이 많다. 헌데 정작 본인들은 용역인지를 모르고 살기도 한다. 그래서 용역식별법을 생각해 보았다. 예를 들자면 혈세 낭비임을 알든 모르든 오직 대기업의 수익 편에 서서 4대강 사업, 새만금 사업을 찬성하면 용역이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혈세를 그렇게 낭비하는 꼴을 용납할 수 없는데, 도리어 이것을 찬성한다면, 용역이 아니고선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런 용역들은 어디엔가 요령 좋게 숨어 있다가 선거철만 되면 꾸역꾸역 기어 나온다. 대선 쯤 되면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아진다. 그러니 선거철에는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 것인지, 대기업 용역회사 직원 노릇을 하고 살 것인지, 잘 판단해야 한다. 우리 사회가 좀 더 행복한 복지 국가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간첩식별 보다도 용역식별이 더 중요한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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