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이번에는 잘 나왔어요 하하하”
변산면 운산리 변산공동체 학교 식구로 있는 조훤 군의 전화 넘어 목소리에 패기가 넘친다. 지난 주 처음 만든 두부는 실패했는데 이번 주에는 제법 그럴싸하게 두부가 나왔단다.
조훤 씨는 변산에서 유기농으로 농사를 짓는 조찬준 씨의 큰 아들로 올해 스물여섯 살 총각이다. 부모님의 정직한 농사를 어렸을 적부터 보아왔던 조훤 군은 변산공동체학교에서 중학교 3년을 보내고 영광 성지고를 졸업한 뒤 홍성에 있는 풀무학교 전공과정을 다닌 대안학교 출신이다. 작년에 군대를 제대하고 변산 공동체 학교 식구(공동체학교에서는 함께 있는 학생이나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식구라고 부른다)이자 기타 선생님으로 자리를 잡았다. 다들 대학을 나와 도시로 도시로 떠나는 때에 자기가 나고 자란 고향에서 새출발을 다짐하는 기특한 청년이다. 새출발이라기 보다는 어릴적부터 하던 일이 이어지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겠다. “농사짓는 것이 재미 있어요. 워낙 어렸을 적부터 농사일을 해서 그냥 자연스럽게 농사를 지어야 겠다는 생각이 든 것 같아요 하하하하” “근데 어릴 적에 집안일을 돕는 차원에서 했던 농사일이랑 지금 하는 농사일은 차원이 달라요. 어릴 적에는 집안일을 돕는 것이어서 가끔 힘들고 외롭기도 했는데 지금은 내가 다 알아서 해야 되잖아요. 얼마나 두부를 만들어야 할지, 농사는 어떤 작물을 얼마나 심어야 할지 모두가 내가 알아서 생각하고 결정해야 되니까 가끔 멍해질 때도 있어요. 하하하. 하지만 신나요. 힘든 줄도 모르겠어요. 옛날이랑 일은 같아도 느낌은 아주 달라요 하하하하하” “시켜서 하는 일과 알아서 하는 일의 차이라고나 할까요 하하하하하하” “그래도 힘들 때가 있을텐데?” “주문을 받아놓고 두부를 만들었는데 실패를 한거예요 엄청 당황스럽더라구요. 진땀이 나더라구요. 그런거 말고는 없어요 하하하하하하”
조훤 군의 두부는 콩농사에서 시작된다. 변산공동체학교는 유기농으로 농사를 짓는데 6월에 콩을 심어 두 번 정도 풀을 매는 고된 농사이다. 이렇게 농사지은 콩을 갈아 가마솥에서 끓여 염전에서 가져온 천일염 간수로 두부를 만들어 낸다. 한번에 3kg, 5kg, 7kg 정도의 콩을 쓰는데 각각 열다섯 모, 스물여덟 모, 사십모 정도의 두부가 나온단다. 조훤 군은 이렇게 만든 두부를 변산과 부안 지역의 지인들에게 한모에 4천 원씩 회원제로 판매하고 있다. 현재 회원은 열 네명이다.
“남으면 어떻게 하나?” “남으면 식구들이 먹으면 되지요 하하하하하” 걱정이 없다. “장사가 잘되면 두부공장을 차리겠네?” “욕심은 없어요 부안에서 소화할 수 있을 만큼만 할 거예요 하하하하하하” “아직은 시험단계이기 때문에 생각대로 안될 때가 있어요. 이런 점을 잘 설명해 주세요. 격려도 해주시구요. 하하하하하하” 내변산 길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벚꽃처럼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하하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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