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피고 싹 트는 좋은 시절인데 마음 한 구석이 우울하다.
국정원은 국가안보가 아니라 정권안보를 위해 없는 간첩을 만들고 내고 있고, 새정치는 알맹이 없는 내용으로 헌정치의 전철을 따를 조짐을 보이고 있으니 그렇다. 규제개혁이라는 그럴싸한 이름으로 서민들의 삶은 돌보지 않은 채 자본가들의 요구를 착착 들어주려는 과정이 그렇고, 의료민영화를 비롯해 각급 공공기관을 민간에 팔아먹으려는 시도가 그러하며, ‘민생’을 약속하며 들어선 정권들이 나라 빚을 십년 새 곱절도 더 늘려놓았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부안이라고 별 수 없다.
뭔가 잘못된 사안에 대해 취재를 시작하면 우선 막고 보자는 식으로 방어막을 치는 공무원이 그렇고, 거창한 명분을 내걸었으나 사적인 이익을 향해 궤변으로 중무장한 채 뚜벅뚜벅 행진하는 일부시민사회단체가 그렇다.
평생구독권을 살테니 전면 인터뷰를 실어달라고 요청하는 어느 지방선거 예비후보자가 사람을 우울하게 하고, 출판기념회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세를 과시하기 위해 청중을 동원하려고 애쓰는 예비후보자들이 안쓰럽다.
시대가 바뀌었다.
지금은 3김시대가 아니다.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말아야 할 것은 우정, 사랑, 의리 정도이다. 그 외에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바뀌어야 한다.
잘못된 사안에 대해 취재가 시작되면 오히려 문제점을 양지로 드러내서 함께 해결을 하려는 노력을 하는 게 요즘 시대에 맞다. 어려운 문제일수록 혼자 끌어안고 끙끙댈 것이 아니라 언론을 비롯한 주위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말이다.
시민사회단체가 부안사회를 위해 봉사하려는 목적을 내세웠으면 스스로의 몸가짐부터 단속할 일이고, 부안독립신문에는 있지도 않은 평생구독권을 사겠다는 제안을 하려거든 그 돈을 좋은 일에 써서 기사거리를 만들어내는 게 시대에 맞는 기획력이다.
실타래 얼키듯 이리저리 연결된 우리 부안사람들의 관계망이 변화를 어렵게 한다는 지적도 없진 않다. 하지만 부안 뿐 아니라 세상은 인드라망처럼 어차피 연결되어 있을 수밖에 없고 보면 그 관계망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유도하는 게 시대에 맞다. 다만 소수의 힘으로는 어림도 없을테니 함께 변화를 시작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변화를 모색하는 소수는 이 박제된 거리에 또 하나의 정물이 될 수밖에 없을테니.
꽃 피고 싹 트는 좋은 시절에 넋두리는 집어치우고 함께 꽃구경 가기를 손꼽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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