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견학에 군예산 사용됐다"

지난달 20일 부안군의회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최훈열 의원(동진면)과 김양곤 기획감사실장이 165회 임시회 보충질문과 집행부 답변 차례에 맞부딪힌 때문이다.
“2005년도 경제산림과에 국내 여비가 1억8천16만원 증액된 거 알고 있죠? 목적이 뭡니까.”(최훈열 의원) “공통적으로 활용하는 여비, 즉 풀예산이라고 보면 됩니다. 국책사업의 새 프로그램 나오면 전 직원이 사용할 수 있는 활동여비로 보면 됩니다.”(김양곤 실장)
“예산항목을 마음대로 집행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에요. 국책사업단에서 갖다 쓸 수 있는 돈이 아닙니다. 국책사업에 필요하다면 의회 의결을 구해야지 경제산림과 돈을 써서 되겠어요?”(최의원) “관련 사업이라면 가능합니다. 경제산림과에 있는 공통적인 경제활동 사용 여비라 하면 경제산림과 직원뿐만 아니라 다른 과, 읍면 직원도 (사용이) 가능합니다.”
두 사람의 공방은 여비가 목적과 다르게 집행되면 감사원 감사를 청구하겠다는 최의원의 으름장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동생이 보증 서달라는데…”
하지만 이날 김영록 경제산림과장의 얘기는 달랐다. 그는 자신의 책임 아래 있는 경제산림과의 여비가 공통예산처럼 잘못 사용되고 있음을 시인했다. 그는 이런 사정을 채무보증으로 빗대 설명했다.
“(이런 상황을) 비유해서 말하면 채무보증을 서면 아내와 자식들의 원성을 들을 텐데 아침저녁으로 만나는 동생이 보증을 서 달라고 하는 것과 같습니다. 어떻게 할까 갈등을 느끼다가도 앞으로 잘 되겠지 하는 그런 안일한 생각으로 어쩔 수 없이 했다고 변명 아닌 변명을 합니다.”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예산을 떠안았다는 주장이다. 이 때문에 지적된 사항에 대해서도 “혼자 어떻게 한다고 결정을 하기 어렵고 예산을 편성하는 부서와 협의해서 합리적인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게 해법의 전부였다.
문제는 이 예산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움직여 왔다는 데 있다. 예년보다 1억8천만원 넘게 늘어난 여비가 어떻게 집행되고 있는지 관리 책임자들이 모른 척 하고 있다는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예산을 세운 기획감사실장은 “지금까지 쓰인 부분은 파악을 하지 않았으니 해당 과장에게 물어라”고 얘기하고 해당 과장은 “(집행을) 한 것도 있고 안한 것도 있다”고 말하고 있다.
‘보이지 않는 손’ 누구?
그렇다면 경제산림과의 여비를 전용한 곳은 어디일까. 경제산림과가 최훈열 의원에게 제출한 여비집행 내역에 따르면 1월에서 4월까지 이 과에서 사용한 여비는 3천763만원이다. 이가운데 비고란에 ‘국책’이라고 표기된 여비는 1천877만원, ‘자치’라고 표기된 여비는 614만원이다. 전체의 3분의 2 가량에 해당되는 돈이다.
국책은 국책사업지원단, 자치는 자치행정과를 의미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최훈열 의원에 제출된 여비 부분이 다른 의원에게는 보고되지 않았다. 최의원은 “다른 의원의 경우 찢겨진 채 전달됐다”고 말했다. 숨기려다 들켰다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는 부분이다.
게다가 ‘국책’이라는 이름으로 배정된 돈을 놓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국책사업지원단은 임의기구로 각 과에서 파견된 직원으로 구성돼 별도로 책정된 예산이 없다. 국책사업지원단 관계자는 “군에서 배정된 예산은 없고 직원들의 급여와 여비 등은 본래 소속된 실과에서 지급된다”고 말했다. 백종기 단장(문화체육시설사업소장)도 최근 본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사무실 비품은 파견 부서에서 갖다 쓰며 그 외 경상비는 타 부서와 공통예산을 나눠 쓰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백단장은 중식 비용에 대해서도 “국추련에서 제공하지만 내 개인카드로 지불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었다.
원전 견학비용으로도 쓰여
국책사업지원단의 운영 경비로 사용됐을 가능성도 높지 않다. 경제산림과가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이양받은 것은 지난 4월께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한 관계자는 “산자부에서 원전하고 연관이 돼 있으니까 1~4월까지는 그쪽(국책사업지원단)에서 했다”고 밝혔다. 그 기간에 경제산림과 이외에 곳곳에 표기돼 있는 신재생에너지 관련 비용이 국책사업지원단과 연관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암시한다.
여비를 받은 것으로 지목된 사람들의 반응도 이런 논란에 불을 지피고 있다. 당사자들이 “원전 견학에 쓰이는 돈”이라는 것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다만 이들은 “실과별로 배당했지만 가지 않아 내용은 잘 모른다”, “간 것은 같은데 주민들과 함께 갔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을 바꿨다.
원전 견학에 군의 돈이 흘러 들어가고 있다는 세간의 의혹이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지금까지 군은 “원전견학 비용은 전액 국추련 성금으로 활용되고 있다”며 “선거 관련법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군청버스를 활용해 군민의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혀 왔다. 면밀한 조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한계희 기자 gh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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