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30년된 태권도 체육관을 인수받은 처녀관장

   
 
스승의 30년된 태권도 체육관을 인수받은 처녀관장

변산의 화랑태권도장은 남정준(52) 관장이 지금까지 30년 동안 운영하던 곳인데, 올해에 제자에게 물려주게 되었다. 새 관장은 37살의 옹골차게 생긴 처녀 관장이다. 스승은 자주 ‘내가 체육관을 그만 두게 되면 꼭 너에게 주겠다’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스승님과의 인연은 언제부터인가요?
“초등학교 4학년 때 격포 초등학교에서 태권도를 배웠어요. 그 땐 학교 운동장에서 배웠어요. 5학년 때부터는 선수로 활동하기 위해서 도장이 있는 변산에 버스를 타고 다녔어요. 그 후로 계속 태권도를 해서 사회체육과를 졸업하고 스승님 밑에서 5년정도 사범활동을 했어요. 22살 무렵부터요. 그 뒤에 큰 세상을 구경하려고 밖으로 나갔지요. 하하. 주로 도시에 돌아다니면서 사범 생활을 하다가 고향으로 작년에 돌아오게 된 거예요.”
- 고향에 돌아오니, 아직도 스승님이 도장을 운영하시고 계셨겠네요.
“예, 정정하시잖아요. 그리고 제가 변산초와 격포초에서 방과후 지도 교사를 했기 때문에 가끔 학교에서 뵙기도 하고 그랬어요. 그런데 갑자기 올 초에 저를 부르시더니 인수받으라고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기쁜 마음으로 받았습니다.”
-체육관이 참 산뜻하고 아기자기 하네요. 여자 관장님이라는 게 실감나요.
“고맙습니다. 학생들 어머님들이 좋아하셔요. 아무래도 연령대가 비슷하고 같은 여자라는 게 공감되는 부분이 많아서 그런가 봐요. 애들 스스로 출석 체크하는 곳도 있고, 애들 사진, 그리고 큰 소리로 함께 읽어보는 좋은 글도 있어요.”
- 체육관에서는 태권도만 가르치는 줄 알았는데 다양하게 가르치는군요.
“태권도가 체육활동이면서도 그 중심 내용이 인성교육으로 방향을 잡은 지는 꽤 됐어요. 이제 국기원에서도 그런 목적에 맞는 프로그램을 더 개발 중에 있기도 하구요. 학교교육이 주되게 공부 위주로 되기 때문에 태권도장에서 보충해야 할 부분이 크게 늘어난 것같아요. 어린 애들은 뛰노는 때인데 뛰놀 공간이 없잖아요.”
벽에 걸려 있는 사진을 보니 태권도 품새만 있는 것이 아니라, 마치 운동회처럼 팀을 이뤄 놀고 있는 사진이 많았다.
- 애들이 활기차 보이네요. 애들을 어떻게 가르치시나요?
“힘이 넘치는 애들이 있잖아요. 이런 애들은 에너지를 발산시켜야 하는데, 그럴 곳이 마땅히 없어요. 예전 시골에선 놀 곳이 많았는데, 지금은 시골 아이들이 놀 곳이 도시 아이들보다 더 없는 것같아서 안타까워요. 도장에서 최대한 에너지를 발산시켜주려고 하지요. 그리고 어떤 애들은 자신감이 없어서 기가 죽어있기도 한데, 이런 애들에게는 패기를 불어 넣어주려고 해요. 육체적인 활동이 패기를 불어넣는 데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잖아요. 그리고 여러 가지 슬픈 사연이 있는 아이들도 많아서 자꾸 안아주고 싶고, 칭찬해 주고 싶고 그래요.”
- 애들을 참 좋아하시나봐요.
“예, 애들을 좋아하는 것은 맞아요. 특히 고향 애들이라 더 애정이 가는 것같아요. 얼마전까지 10여년 동안 일산, 전주 등 타지를 돌아다니면서 사범을 했었는데, 고향에 와보니 상대적으로 교육이나 문화 혜택이 좀 부족한 것같아서, 그런 부분을 채워주려고 더 욕심을 내게 되네요. 함께 놀 수 있는 교구들도 더 많이 준비해서 사회성을 발달시키는 교육도 해보려고 해요.”
고향을 떠나 타지를 전전하던 사람들이 고향으로 돌아온다. 귀촌이다. 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공부하고 생활하면서 경험과 경륜이 생겨 돌아온다. 고향은 애정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고, 다시 가진 것을 베풀어 주고픈 공간이기도 하다. 그렇게 어울렁 더울렁 살아가는 곳이다. 그리고 부안에 처녀가 하나 더 늘었다는 것도 반가운 소식이다. 부안 총각 여러분! 여기 옹골찬 처녀 사범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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