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봄볕이 제법 따스해졌다. 움츠러들었던 몸을 추슬러 나들이를 나가는 이들이 늘어나는 시기다. 꽃피는 산으로, 제철 해산물이 넘치는 바다로, 또는 해외로, 가고픈 곳은 많으나 시간과 돈이 없음이 아쉬울 뿐이다. 한때 여행이 사치였던 시절이 있었으나 오늘날 일상여가의 중심에 들어왔음을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와 함께 여행의 트렌드도 크게 바뀌고 있다. 
과거 대부분의 평범한 일상인들에게 여행은 익숙한 두 가지 유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여럿이서 큰 차를 타고 정해진 코스를 돈다. 멋진 풍경이나 유명한 유적지가 주요한 목적지다. 정해진 곳에 내려서 명승지를 돌아보고, 모여서 사진을 찍고, 기념품 가게에 들른다. 그리고 다시 차에 탑승해서 다음 목적지로. 때로는 차를 타고 이동하는 시간이 차에서 내려 보는 시간보다 길 때도 있다. 점심은 지역의 유명한 맛집에 들르고 저녁엔 거나한 술판이 벌어진다. 수학여행형이다.
아니면 이런 식이다. 친구들과 휴양림이나 펜션을 예약한다. 먹고 마실 것을 구입한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먹고 마시고 놀다가 다음날 해가 중천에 뜰 때쯤 짐을 챙긴다. MT형이다. 이런 여행방식에서 사실 어떻게 여행할 것인가는 큰 문제가 아니다. 집과 일상을 떠나 어디로든 갔다는 사실이 중요할 뿐이었다. 
물론 이전에도 이와는 다른 방식의 여행을 떠나는 이들은 종종 있었다. 무전여행이랄지, 배낭여행 같은, 고생스러울 것 같지만 멋져 보이는 여행자들도 많았다. 다만 누구나 그렇게 떠날 수 있다고는 생각하기 어려웠다. 그럴만한 여건도 갖춰지지 않았다.
오늘날에는 그러한 세태가 분명히 변화하고 있다. 대규모에서 소규모로, 관광에서 체험으로 선호도가 달라졌다. 전주 한옥마을, 서울의 북촌한옥마을이나, 부산의 감천문화마을 등 최근 몇 년간 새롭게 관광명소로 떠오른 곳들은 그런 추세를 반영한다.
이들 사이에는 공통점이 있다. 지역주민들은 왜 이렇게까지 많은 사람들이 오는지 잘 이해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주민들에게는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요소들이 여행자들을 사로잡기 때문이다. 거대한 시설이나, 거창한 행사가 아니라 일상에 녹아있는 그 지역만의 문화와 삶의 방식이 매력이 된다.
여행이나 관광의 전문가는 아니지만 몇 차례 역사전문가와 함께 부안답사를 진행한 적이 있다. 수성당과 내소사, 개암사, 청자박물관 등은 이전에도 몇 차례 찾아본 적이 있었지만 역사적 배경과 뒷이야기들과 함께 돌아보니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자연스럽게 지역의 스토리가 이어지고,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이해가 높아졌다. 후에 다시 생각해보니 이런 기회를 얻지 못하는 여행자들은 부안의 매력을 절반밖에 느끼지 못하겠구나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꼭 전문가만이 이런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답사를 동행하면서 느끼는 것은 좋은 해설자는 마치 좋은 배우와 같다는 것이었다. 정해진 장소에서 정해진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순발력있는 애드립을 넣을 수 있는 좋은 배우 말이다. 지역 주민들도 교육과 훈련을 통해 충분히 더 감칠맛 나는 안내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타지의 전문가들은 모를 지역이야기들을 곁들여서 말이다.
선거철이다. 지역의 많은 입지자들이 문화관광정책을 중요 공약으로 내세울 것이다. 글이 돌고 돌았지만, 결국 하고픈 말은 이것이다. 선심성 공약이 아니라 진짜 지역을 살리는 문화관광정책을 만들고 싶다면, 부디 뭔가를 새롭게 만들지 말고 갖고 있는 것을 잘 살피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공약을 내세우는 사람을 뽑자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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