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은 들판에만 있을까? 가뭄을 구분하는 기준에는 몇 가지가 있다. 농사에 필요한 양의 물이 비나 눈에 의해 공급되지 않는 농업적 가뭄이 있고, 생활용수가 부족한 사회경제적 가뭄이 있으며, 예년에 비해 강수량이 적은 기후학적인 가뭄이 있다. 가뭄은 단순한 물부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사막에는 물이 부족하나 가뭄은 없다. 가뭄은 필요한 물의 부족을 말한다고 볼 수 있다. 지난 겨울 부안에는 이렇다 할 눈도 비도 오지 않았다. 동해안에 2미터에 이르는 눈이 내릴 때에도 부안에는 스산한 겨울바람이 전부였다. 이미 마늘이나 양파밭에는 스프링클러나 물호스가 깔리고 있다. 보리싹의 끝잎이 노랗게 말라가는 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10미리정도만 와도 해결될 비가 내리지 않고 있다. 부안댐의 수위는 예년에 비해 1.5m정도 낮다고 한다. 섬진강 댐의 수위도 예년보다 1.7m정도 낮다고 한다. 하지만 부안댐은 비가 오지 않아도 200일 이상 공급 가능한 물을 저장하고 있다하고, 아직 본격적인 농사철이 아니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란다. 다만 겨우 내내 함박눈 한번 내리지 않은 것은 께름찍하다. 겨울이 따뜻하고 눈이 오지 않은 해의 농사가 어려웠던 까닭이다. 그러니 지금 착실하게 내리는 봄비를 기다리는 것은 들판의 가뭄보다는 마음의 가뭄이 깊어지는 탓이다. 한나절쯤 촉촉하게 비가 내리면 마음의 가뭄도 들판의 보리나 밀도 새파랗게 일어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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