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부터 가을 어느 날 군청 앞마당에 국화꽃들이 만개한다. 국화울타리라는 동아리에서 개최하는 국화 전시회다. 이 국화 전시회가 가능하게 된 게 어떤 농부의 남다른 국화 사랑 때문이라고 한다. 국화울타리를 지도하고 있는 꽃 기르는 농부 강성길을 만나봤다.
- 꽃과의 인연은 언제부터 맺게 되었나요? 처음부터 꽃을 좋아했나요?
“꽃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없겠지요. 하지만 특별히 꽃을 좋아해서 기르거나 가꾸지는 않았어요. 꽃을 재배하게 된 계기는 순전히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었어요. 2000년에 귀농해서 농사를 지었는데 친환경 유기농 농사를 지었습니다. 그런데 여러 가지 사정이 있어서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했어요. 그래서 이리저리 궁리를 많이 했지요. 그러다가 화분에 재배하는 꽃 농사를 하게 된 게 2007년입니다.”
시골에서 농사를 짓는다는 게 참 소박한 바람만으로는 안 되는 것 같다. 농촌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다 보니 국제적인 무역 관계까지 고민했다고 한다. 꽃 시장은 절화(折花 뿌리를 잘라내는 장식 꽃)와 분화(盆花 화분에 기른 꽃) 시장이 있다고 한다. 절화는 무역 장벽이 없는 편이고 분화는 흙 때문에 무역장벽이 큰 상품이라고 한다. 그 대신 절화 시장은 자본 규모가 크고, 분화는 시장 규모도 작고 소득도 적은 편이라고 한다.
- 그런데 꽃 가꾸는 것은 일반적인 농사와 좀 다를 것 같은데?
“말도 마세요. 전국 단위로 발품을 엄청 팔았습니다. 꽃을 기르는 게 생각보다 훨씬 까다로워서 스승님을 찾아서 울산에도 가고, 용인에도 가서 배웠지요. 용인에는 1주일에 한번씩 3년을 꼬박 다녔습니다. 이렇게 직접 재배법을 배우는 것 외에도 전북 농업마이스터 대학 과정을 2년 다녔고, 좀 더 체계적인 공부가 필요해서 대학원 과정까지 다니고 있어요. 제가 기르던 꽃의 질이 확실히 좋아지던 때가 바로 마이스터 대학을 다닐 때였어요. 그 전에는 실패가 많았지요.”

   
 
- 그렇게 꽃을 기르는 게 어렵나요. 화분에 물과 거름만 잘 주면 될 것 같은데. 하하하.
“카네이션은 출하하기 전에 6개월 정도 재배를 해요. 그런데 카네이션은 주로 5월 8일 어버이날, 5월 15일 스승의 날에 소비되는 꽃입니다. 그러니까 딱 그 날에 맞춰서 꽃이 펴야 되거든요. 그걸 맞추는 게 쉽지 않아요. 질병관리, 영양관리도 다 하면서 온도관리 일조관리를 체계적으로 해야 하지요. 첫 해에는 한 포기도 못 팔았아요. 5월이 되었는데 꽃이 한 송이도 안 피었거든요. 하하하.”
- 뉴스 보니까 경기가 안 좋아서 꽃집이 울상이라던데, 꽃 기르는 것도 타격이 심하겠어요.
“그렇지요. 한국에서 꽃은 아직은 사치품 취급 받는 경우가 많아요. ‘화환 보내지 않기 운동’ 같은 게 잘 될수록 꽃 기르는 농가는 더 힘들지요. 금년 졸업식에는 생화는 안팔리고, 사탕으로 만든 가짜 꽃다발이 잘 팔렸다면서요? 전반적으로 꽃 시장은 안 좋은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아무리 힘들어도 꽃 시장이 사라지진 않을 거예요. 사람이 밥만 먹고 사는 동물은 아니잖아요?”
- 꽃을 좋아하게 된 계기는요?
“꽃을 바라보는 즐거움은 잠시 뿐이지만, 꽃을 기르는 즐거움은 상당히 깁니다. 처음에는 국화 재배법을 배우러 용인에 다녔거든요. 그런데 1년 수업을 하면서 전시회를 하게 되었지요. 1년 동안 기른 꽃을 우리나라에서 가장 화려한 곳에서 전시를 하는데 참 감회가 새롭더라구요. 그 때 꽃의 품격을 알게 되었지요. 그리고 그런 꽃을 기른 것에 대한 성취감이 차오르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렇게 몇 년을 더 하게 되고, 배운 것을 농장에서 다시 재현해 보면서 그렇게 국화꽃과 끊을 수 없는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대부분 향이 진한 꽃은 빨리 지고, 오래 피는 꽃은 향이 약하다고 한다. 그런데 유독 국화는 꽃도 화려하고, 향도 진하고, 개화 기간도 상당히 긴 꽃이라고 한다. 그것은 차가운 날씨를 굳건하게 견디는 고고함 때문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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