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는 왜 경칩에 깨어날까? 이 무렵이면 농부는 오랜 겨울동안 묵은 때를 벗고 슬슬 논밭으로 나가기 시작한다. 들판에 서서 불어오는 봄바람을 맞으며 올해 농사를 계획해 본다. 깊이 심호흡도 해 본다. 지난 겨울 날씨를 돌이켜 보며 올해는 풍년이 들까 흉년이 들까도 짐작해 본다. 지난 겨울엔 눈도 별로 오지 않았고, 추위도 별것이 없었던 까닭에 올여름 병충해나 들끓지 않을까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특히나 대지를 적실만한 눈이나 비가 없어 아마도 날이 좀 더 풀리면 양파밭에 물을 주느라 스프링클러를 돌려야 할지도 모르겠다. 보리나 밀은 따뜻한 날씨를 무사히 지나왔지만 혹시 있을 꽃샘추위가 걱정이다. 예전이면 소에게 여물을 걸게 끓여 먹이고 멍에를 지워 논밭을 갈아 엎을 때다.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들판에서 이랴! 이랴!! 소리를 내며 밭을 가는 농부의 힘들지만 정겨운 모습은 트랙터 뒤로 사라져 버렸다. 갈아 엎은 이랑 사이로 개구리가 덜 깬 잠을 원망하며 엉금엉금 기어간다. 그러니 경칩에 개구리가 혼자 일어나 흙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튀어나오는 것이 아니라 논밭을 가는 농부의 쟁기와 소리가 잠에 빠진 개구리를 깨운다함이 맞겠다. 경칩이다. 진짜 봄이다. 두터운 외투를 벗어던지고 시원한 봄의 들판으로 나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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