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격서(聲東擊西)란 동쪽에 공격하는 소리를 내고는 서쪽을 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을 가장 잘 써먹는 것들이 야바위꾼들이다. 이들의 현란한 손을 따라가다가는 빈털터리 되기 십상이다. 이런 눈속임을 MB정권 하에서 여러 번 경험했지만, 기억에 남는 것 중에 하나가 군 복무 기간 논란이다. 당시 군복무 기간은 줄어들고 있었다. 그래서 2014년 즉 올해에는 18개월만 복무하면 되도록 계획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명박 정권은 집권 당시 21개월 정도 되던 군복무 기간을 24개월도 되돌려 놓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엄청난 반발이 일고 어찌어찌 되더니, 되돌리지는 않고 21개월 현행대로 유지하겠다라고, 크게 양보하듯이 결정한다. 그래서 현재의 젊은이들은 청춘 3개월을 강탈당했다.
정당공천제 폐지 여부를 놓고 정치권이 시끄럽다. 그런데 정작 문제의 본질은 그게 아닌 것같다. 정작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시끄러운 소리가 나는 동쪽이 아니라, 조용한 서쪽이 아닐까? 왜 정당공천제가 문제가 되었던가? 왜 그것이 대선 공약으로 들어가게 되었던가? 그 문제의 핵심은 ‘공천비리’였다. 당협위원장과 국회의원이 공천권을 장악하고 있었다. 그래서 입지자들은 공천을 받기 위해서 국민들이 아니라, 국회의원 혹은 당협위원장 앞에 줄서야 하는 처지였다. 선거운동도 해줘야 했고, 심지어 어떤 자는 집안 일까지 해주는 일도 있었단다. 엄청난 뒷돈이 있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이에 대한 국민 혐오가 일어나자, 갑자기 공천 폐지 주장들이 일어났고 그것이 각 후보의 대선 공약으로 들어간 것이다.
그런데 잘 생각해야 한다. 지방 자치를 이루는 기본 핵심 3가지가 있는데, 그게 정당공천제도, 중대선거구제도, 비례대표제이다. 정당공천이 없어지면 비례대표제도 의미가 없어진다. (안철수의 새정치연합에서 지역 후보 공천은 하지 않고 비례대표 공천만 한다는 데 이는 비례대표를 통해서 대변되는 민심의 중요성을 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뭔가 좀 균형이 맞지 않는 모습이다.) 지방 자치의 근간이 되는 제도를 쉽게 없앨 수 있는가?
문제의 핵심은 민심을 정확히 반영하는 제도가 뭐냐는 것이다. 민심을 정확히 반영한다는 것은 소수의 의견을 사장시키지 않고 반영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다. A당이 50% B당이 30% C당이 20%의 지지를 받는다면 의원이 5:3:2의 비율로 뽑히는 것이 가장 민주적인 방법이다.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꿔야 하는 것이 본질적인 문제다. 전북에선 한나라당은 10여%의 지지를 받고 있는데 한 사람의 기초의원도 없다. 이래서는 민심이 그대로 반영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런 맹점을 고쳐나가기 위한 제도가 뭐냐, 그 방안이 뭐냐고 물어야 한다.
그런데 갑자기 ‘에이, 이 판은 더럽혀졌어. 판 엎어버려. 새 판 짜자고.'하는 식으로 논의 자체를 돌려버린다. 공천 비리가 문제면 '비리'를 없애야 한다. '공천'을 없애야 하는 것이 아니고 말이다. 공천권을 당원들에게 실질적으로 돌려주면 다 해결될 일이다. 이걸 돌려주기 싫어서 공천제도 자체를 없애려는 심뽀는 대체 뭐란 말인가?
도리어 쟁점이 되어야 할 것은 대선거구의 확대일 것이다. 소수자 및 정치 신인들이 들어올 수 있도록 4명의 후보가 경합하는 선거구들을 많이 만들고, 당은 2인 이내에서 후보를 내도록 해야 한다. 그러면 제1당이 그 선거구에서 과반을 얻지는 못한다. 그래서 일당 독재를 막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들려오는 소식들은 무엇인가? 전주시에서도 대구시에서도 4인 선거구제 도입은 취소되고 있다.
또 하나는 비례대표를 지금보다 훨씬 더 큰 비중으로, 적어도 30% 정도로 올리는 방안에 대해서 논의해 봐야 한다. 독일에서는 50%가 비례대표제라고 한다. 정당비례대표제는 인물중심의 선거가 아니라, 정당의 정책 중심의 선거로 전환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현재 우리 나라는 호남과 영남의 지역주의 때문에 당명만 내걸면 개가 나와도 당선된다는 말이 공공연하다. 그래서 정당 공천을 폐지해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렇게 비례대표를 늘리면 소수당의 의원들이 의회에 진입할 수 있다. 정당 공천을 그대로 두고서도 말이다. 이런 주제들이 논의 되어야 한다. 실질적으로 지방자치를 활성화시킬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
4인 선거구 하나도 없고, 비례대표도 단 1명밖에 뽑지 않는 부안, 한가지의 색깔로 점철된 정치판을 가지고 있는 부안에서, 다양한 정치적 입장들이 대변되는 지방자치가 구현되기를 희망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시끄러운 소음에 현혹되지 않고 날카로운 눈으로 서쪽을 직시하는 사람들이 늘어간다면 희망은 피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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