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말도 가르치고 가족 갈등 치유도 해요

부안에 딱 3명이 있다. 다문화 한국어교육 지도사! 한국어 2급 정교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어야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한다. 전주 토박이가 부안, 그 중에서도 저 깊은 골짜기인 변산에 발령받아 내려온 것이 벌써 36년 전. 변산 서중학교 가정 과목 선생님이 결혼 후 그 일을 그만 두고, 애들을 키웠다. 애들마저 다 큰 뒤 15년 전부터는 봉사 활동을 시작하였다. 그 봉사 활동 중에는 2008년부터 한국어교육지도사로 다문화 가족 방문 서비스가 있다.
- 좀 생소한 분야라 기초 설명을 해 주셔야 할 것같은데요. 다문화 여성의 한국어 교육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죠?
“부안군 다문화가족 지원센터에서 무료 강좌도 있구요. 여러 가지 사정상 참여하기 힘든 분들을 대상으로 방문 서비스가 있어요. 입국한지 5년 이내의 다문화 여성분들이 쉽게 정착할 수 있도록 도와드리는 서비스 중 하나예요. 한국어교육을 담당하는 게 우리들이구요. 임신 출산 육아 등의 과정에서 도움이 필요할 때는 생활지도사들의 지원도 있어요. 10개월 과정으로 일주일에 4시간씩 이루어집니다. 지도사들은 각 4명씩을 맡아서 지도합니다. 근데 1년마다 계약하는 계약직이기도 해요.”
- 대학 과정 한국어 문화학과까지 졸업해야 한다고 하던데, 결론은 단기 계약직이군요. 우리 나라는 참 인색한 사용자인 것같아요. 그런데 어떻게 가르치는 건가요? 다문화 여성은 베트남 중국 네팔 캄보디아 우즈베키스탄 필리핀 등등 여러 나라 분들이던데요. 그런 나라 말을 다 하시나요?
“호호. 그 나라 말을 다 할 줄 알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근데도 참 신기하게 교육이 돼요. 처음에는 사물의 이름을 그림 카드를 이용해서 가르쳐요. 그러다가 점차 한국어의 특성에 맞게 한글을 가르치게 되죠. 초등학교에서 옛날에는 ㄱ ㄴ ㄷ 이렇게 배웠죠? 한국어는 모음부터 배워야 해요. 그래서 우유, 아이 같이 모음만으로 되어있는 말을 가르치고 그 뒤 모음 자음의 여러 조합들을 가르쳐요. 정확하고 유창한 한국어를 위해서는 문법 교육도 필수구요. 배우는 사람들이 열심이고, 생활을 하면서 주변 가족들에게 계속 배우기 때문에 잘 익히는 것같아요. 다만 가끔 무학인 분들이 있는데 그 분들은 배운다는 것 자체를 좀 힘들어 하긴 해요. 그래도 이곳에서 살아야 하는데 어쩌겠어요. 그분들에게는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에 결국 익혀 나가게 되죠.”
- 보수 때문에 이 일을 하시는 것같지는 않구요. 보람이 많아서 이 일을 시작하신 건가요?
“이 일을 시작하기 전에도 독거노인 도우미 같은 봉사 활동을 했었어요. 그런데 친구가 교사로서의 경력도 있고 하니 일이 잘 맞을 것같다고 지원해 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시작했는데 힘은 들어도 보람은 정말 많아요. 다시 공부를 하게 된 것도 너무 즐거운 일이구요. 다문화 여성 분들이 의지할 데가 없잖아요. 그래서 필요할 때 저를 찾고 의논하고 그래요. 그래서 어떤 때에는 업무 시간이 따로 없어요. 가정 상담도 하고, 요리 강습도 하고, 모임 주선도 하고 그래요.”
- 위기의 다문화 가정 이야기도 많이 나오던데요. 그런 가정을 보면 걱정이 많으시겠어요.
“한번은 가르치는 여성에게서 전화가 온 적이 있어요. 지금 본국으로 돌아가는 길이라고. 깜짝 놀랐죠. 좀 위기가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렇게 빨리 파국이 오리라고는 생각을 못했으니까요. 그래서 일단 만나자고 하고 만나서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리고는 시아버지와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서 수습책을 논의했죠. 그 때 시아버지 되시는 분이 ‘선생님 믿고 다시 만나보겠다’고 하시더군요. 그런 때 보람을 많이 느꼈죠. 남의 가정사에 쉽게 끼어들 수 없는 거잖아요. 그런데도 제가 뭐라고 제 말을 믿고 평가해 주시니. 결국 두 나라의 문화적 차이에 대해서 서로 이해시키고 서로 양보를 해서 다시 살게 됐고, 지금 잘 살고 있어요.”
- 다문화 가정의 역사도 이제 제법 오래되었다. 자녀들이 대학생이 된 가정도 있다. 그 뒤로 꾸준히 이어져 지금까지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지역 공동체에서도 이들에 대해서 따뜻한 시선으로 잘 대해주고 있어 다행이다. 여러 가지 행사 지원뿐만 아니라, 모임 등에서도 자신들의 주체성을 당당히 주장할 수 있게 배려를 해 주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다문화 가족이 행복한 가정을 이루도록 도움을 주는 걸 취재하면서 덤으로 드는 생각 하나. ‘헌데 부부들끼리 갈등 생길 때 해결하는 방법이라든가, 고부간의 갈등 해결하는 문제, 애들 교육의 문제 이런 것들 다문화 가족에만 필요한 건가? 현재 모든 가족에게 필요한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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