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은 부통령을 비롯한 고위층 인사들의 아시아 방문이 잦더니 오는 4월에는 오바마 대통령이 아시아 4개국 순방길에 오른단다. 당초 계획에 없었던 한국 방문은 일본까지 왔다가 그냥 가면 주변국들에게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막판에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격랑에 출렁이는 동북아 정세를 미국도 중요시하고 있다는 증거다.
한일관계는 독도와 위안부, 역사왜곡 등 최악의 갈등상태다. 중일관계 역시 댜오위다오(센카쿠)열도 영유권을 놓고 일촉즉발의 긴장상태다. 이러한 동북아의 갈등과 긴장은 일본 아베정부가 의도적으로 조성하고 있다고 보여 진다. 일본은 미국의 대중국 견제정책에 편승해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있다. 일본은 미국의 양해 아래 집단적 자위권이란 개념을 내세워 재무장을 기정사실화하고 더 나아가 필요시 주변국에 무력개입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에 대항해 중국은 동중국해에 방공식별구역을 일방적으로 확대 선포했으며, 군사력 확장에 매진하고 있다. 지난 연말 혹한기에는 십만 명이 넘는 중국군이 백두산 근처에서 군사훈련을 실시했다. 북한은 핵미사일을 개발해놓고 누구든 그들을 건들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주변국들을 위협하고 있다. 지금 한반도를 중심으로 동북아는 19세기 말과 같은 격동기로 접어들고 있다. 오바마가 이번 아시아 순방을 통해 동북아문제를 풀어나갈 묘수를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한편 한국정부는 신뢰와 화해를 바탕으로 동북아 평화공동체를 위한 한국의 주도적 역할을 강조하면서도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아직 뚜렷한 방향을 못 찾고 있다. 그저 일본과의 역사전쟁에만 목소리를 높일 뿐이다. 김관진 국방장관은 지난 2월 11일 국회에서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은 일본이 결정할 문제’라고 남의 이야기하듯 방관 또는 용인하는 뉘앙스로 말했다. 작년 말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은 “자위권은 우리가 용인하고 말고 할 사안이 아닌 일본국민이 선택할 문제”라고 말했다. ‘꼿꼿장수’라는 애칭이 부끄러울 지경이다. 독도문제나 일본각료들의 야스쿠니 참배 또는 역사를 왜곡하는 망언에 대해서는 강하게 반발하면서도 유독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는 현 정권 인사들의 속마음을 알 수가 없다. 집단적 자위권은 일본이 유사시에 한반도로 군사력을 진출시킬 수 있는 근거가 되는 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중국은 일본의 재무장에 대하여 비판적 입장을 지속해왔으며, 집단적 자위권에 대해서는 자국에 대한 도발로 간주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매년 수차례 실시하는 한미군사훈련에 대해서도 극도의 경계심과 함께 민감한 반응을 나타내 왔다. 미국을 등에 업고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는 일본, 미국과의 협력과 경쟁을 통해 강대국의 지위를 공고히 하려는 중국, 이 두 나라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는 한반도 내의 남북정세가 현 동북아 위기의 본질이자 현상이다.
한반도문제는 외세가 아닌 우리 민족 당사자가 우선적으로 풀어가야 할 문제이듯 동북아문제도 이 지역 국가들이 주도적으로 풀어야 한다는 점은 당연한 일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미국의 개입이 동북아지역 안정에 부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미국은 중국과 서로 보완, 의존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나, 정치, 군사적인 측면에서는 경쟁관계라 할 수 있다. 1990년 구 소련 붕괴 이후 미국은 태평양과 인도양에서 중국을 반달 모양으로 포위하는 전략을 유지해 왔다. 그 일환으로 미국은 한국에게 미사일 방어망(MD) 참여와 한일군사협력을 종용해왔다. 현 정부는 이러한 미국의 압력과 국민정서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 김관진 장관과 김장수 실장의 일본 집단적 자위권에 대한 용인성 발언이 나온 배경에는 이러한 고민이 깔려 있는 것이다. 동북아지역의 긴장상태는 한중일 삼국에게 모두 불이익이다. 결국 한중일 삼국이 주도적으로 풀어야할 문제다. 최신 버전 삼국지에서는 최후의 승자가 누구인가보다 삼국이 함께 평화를 끌어내어 삼국이 모두 승자가 되는 결말이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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