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에는 12일째 눈이 내리고 있다는데 부안은 겨울 가뭄이 계속되고 있다. 논두렁 밭두렁을 태우는 들불이 여기저기서 희뿌연 연기를 피워 올린다. 해마다 이맘때 일어나는 산불이 한해 산불의 80%를 차지한다고 하니 논두렁, 밭두렁을 태우는 일은 커다란 위험을 감내하는 큰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탓에 논두렁을 태우는 것이 해충을 박멸하는 데는 별 효과가 없고 논두렁 생물의 80%에 이르는 익충을 태워버리는 백해무익한 일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어가고 있다. 맥없이 산불이나 일으키고 더러 산불을 끄다가 아까운 목숨을 잃는 경우도 일어난다. 하지만 마을 어르신들은 겨울동안 쌓였던 먼지를 털어내기라도 하듯 개운하게 논밭두렁을 꼬실라 버려야 농사가 잘 된다는 굳은 믿음을 가지고 계시다. 이런 믿음 탓에 오늘도 산 밑에서 아슬아슬하게 들불이 이어진다. 들불은 농사일뿐만 아니라 숱한 시인들과 혁명가들의 마음을 일렁이게 만든 상징이기도 하다. 4.19가 그랬고, 6월항쟁이 그랬다. 10년 전의 부안항쟁도 들불처럼 일어났었다. 봄이 오는 길목에서 여기저기 일어나는 들불을 바라보며 정작 살라버려야 할 것을 살라버릴 커다란 들불이 기다려진다. 올 지방선거가 새로운 역사를 만드는 참여의 들불로 일렁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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