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밟기는 왜 했을까? 조선시대 농업을 연구한 자료를 보면 겨울작물재배에 대한 기록이 있다. 주로 보리와 밀의 재배와 관련된 것으로 전국적으로 고르게 밀과 보리를 재배한 기록이 있다. 밀은 주로 중부 이북지방에서 단작으로 재배하였다. 물론 중부 이남지역에서도 2모작으로 재배한 기록이 있으나 영호남지역에서는 주로 보리를 재배했다고 한다. 밀, 보리가 겨울을 나면서 겪어 내야하는 어려움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추위와 가뭄에 대한 것이다. 밀, 보리가 겨울작물이기는 하지만 너무 추우면 얼어 죽기 마련이다. 그래서 중부이북 지역에서는 겨울에 파종하지 않고 봄에 파종하여 여름에 거두는 춘파의 방식을 택했다. 중부 이남의 경우에 겨울을 나면서 땅이 얼었다 녹기를 반복하는 데 이때 땅이 얼부풀어 얕게 내린 뿌리가 공기 중에 드러나게 된다. 이때 건조한 겨울바람이 불게 되면 드러난 뿌리가 말라서 작물이 죽게 된다. 이것을 방지하기 위해 봄이 올 무렵이면 보리, 밀을 밟아주는 일을 했다. 그러니 보리밟기를 한 이유는 얼어 죽는 것을 막으려는 것보다 말라죽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게 맞는 답이다. 올겨울은 다른 해보다 덜 춥고 눈도 별로 오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는 밀, 보리 작황이 그런대로 괜찮은 것 같은데 앞일이 걱정이다. 밀보리가 다소 웃자라 있어서 꽃샘추위가 심하면 냉해 피해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올해는 특히 우리밀이 모자라는 상황이 될 것으로 예측되어 작황에 따라 우리밀 파동이 올수도 있는 까닭에 날씨가 좋기만을 바랄뿐이다. 우수무렵에 큰 추위가 오지 않기를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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