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베를린국제영화제 수상작 ‘프라미스드 랜드’(약속된 땅)를 보았다. ‘침체된 지역을 되살릴 수 있는 방법은 개발뿐일까, 개발 말고 지역 경제를 되살릴 수 있는 방법은 또 없을까' 영화를 보는 내내 파노라마처럼 새만금이 겹쳐 보였다.  
 세풍그룹은 1998년 가을 ‘F1그랑프리’ 자동차대회를 군산에서 개최하려고 그룹 소유의 방치되었던, 새만금 하제 포구 근처 소금밭에 자동차 경주장, 호텔 등 건설 계획을 세웠다. 유종근 도지사는 1백6만 평을 준도시지역으로 용도 변경해주고, 세풍으로부터 뇌물 4억원을 받아 감옥에 갔다. 세풍은 이 땅을 담보로 1천억 원을 대출받았지만 결국 부도가 났고, 그 돈은 국민들이 물어냈다. 그 후 영암으로 옮겨진 ‘F1그랑프리 코리아’는 한국산업개발연구원의 국가브랜드 가치상승 효과 포함 5조8000억원 평가가 무색하게, 수천억원의 누적 적자만 쌓여 접어야만 할 상황이다. 
삼성은 갯벌을 메워 만든 부산 신호공단에 자동차 공장을 건설했다. 지반이 약해 55만평 공장부지 조성에 들어간 돈은 6000억원, 평당 100만원이 넘었다. 당시 완공된 현대 아산공장 평당 20만원, 대우 군산공장 30만원에 비하면 3∼5배다. 한보 당진제철소도 매립지 연약지반으로 인해 투자비가 당초 계획보다 배가 넘게 들어가는 바람에 똑같이 실패했다. 수조원의 공적 자금이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
매립지역은 토목공사비가 몇 배 더 들어간다. 게다가 새만금은 땅 값마저 비싸다. 다우코닝은 새만금 간척지 토지비용이 말레이시아의 300배, 중국의 5배나 되기 때문에 투자를 포기한다고 했다. 새만금 개발 보상과 투자비용을 원가로 환산해보아도 인근 농지, 공업용지에 비하여 각각 두 배가 넘는다. 이 무모한 사업이 바로 새만금 간척사업이다.
갯벌을 매립하여 공업단지를 조성하는 일은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박근혜 정부에 들어서 농지비율 70%로 되돌렸다. 그럼 대규모 농업단지는 성공 가능한가.
 동부그룹은 경기도 화성 화옹간척지에 2년동안 400억원을 투자하여 아시아 최대 규모(10.5㏊)의 첨단유리온실을 지었다. 토마토를 생산해 일본과 중국 등에 수출하겠다고 자유무역협정(FTA) 지원기금 87억원까지 사용했다. 그러나 농민단체들의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라는 반발로 사업을 포기했다. 동부그룹은 새만금에 예정된 다른 사업은 계속 진행하겠다고 한다. 이마저도 소규모 영농하는 농민을 죽이는 결과가 될 것이 불 보듯 뻔한 일인데,  또 다른 반발은 없겠는가.
지난 30년 동안 새만금이 과연 전북에게 약속된 땅이었는가. 오히려 전북지역 다른 곳에 투자되어야 할 예산이 새만금에 매몰되어 갈수록 낙후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전북 발전에 오히려 걸림돌 역할을 한 것은 아닌지 돌이켜보자. 유종근 지사의 다우코닝 28억불 유치, 김완주지사의 10조원대 새만금 투자유치 MOU 등 99%의 투자유치가 성공할 수 없었던 이유가 있는 것이다. 새만금은 완공된 것이 아니다. 전체 공정으로 보면 기초공사도 마무리되지 못한 상황이며, 지금까지 투자된 비용보다 앞으로 들어갈 비용이 더 많다. 
정부는 새만금 담수호도 2015년까지 추이를 지켜본 후 해수유통까지 고려하여 최종 결론을 내기로 했다. 새만금 사업 전체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2010년 공청회에서 환경부 관계자는 "웬만한 비용투자로는 2020년까지 담수화 상태에서 목표수질 달성은 불가능하며 해수유통이 불가피하다"고 말하고, 더불어 "전북도청도 이 사실을 알고 있지만 새만금에 대한 민심이 워낙 민감하기 때문에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해수유통을 반대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2015년 해수유통 여부 최종 결정 앞두고 있음에도 올해 새만금 수질개선 사업비 요구액 2200억원의 53.7%인 1182억원을 편성하는 데 그쳤고 새만금 개발청 예산도 404억원 요구에 113억원만 계상되었다. 이런 개발청 예산으로는 인건비와 기본경비로  87%가 해당되어 아예 사업을 하지 말라는 뜻으로 보인다. 명품복합도시 건설, 국내외 자본 유치, 명소화 사업 추진 등을 한다고 발표하고 사업비는 최소화했다. 지난 30년 동안 선거철에만 잠시 반짝하고 지지부진으로 일관해 왔다. 경제성도 타당성도 없는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한 지 오래다. 오로지 전북 정치권과 도민들만이 30년째 일편단심 애처롭게 매달리고 있다. 
원점에서 다시 생각해봐도 새만금 문제는 방조제를 허물고 계화도 간척지까지 역간척을 해서, 조기떼의 산란지를 복원하고 위도 파시(波市)의 영광을 되돌리는 것이 가장 경제적이고 합리적이며 미래 세대를 위한 가장 좋은 방안이라는 판단은 확고하다.
 그러나 해수흐름은 갈수록 정체되고, 방조제 밖에 토사가 쌓여 살아있는 갯벌도 죽벌로 변하고 방조제 안은 이미 생명현상이 없는 죽은 땅이 되어가고 있다. 이런 생태변화보다 더 심각한 것은 이곳에 살던 주민들의 생활이 크게 변했다는 점이다. 새만금 생태시민조사단은지난 10년간 모니터링한 결과 '삶의 터전도, 희망도 잃은 채 처참하게 살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때문에 지금 개발이냐 보존이냐 이분법적인 논쟁을 떠나 실현가능성을 우선하여 현명한 판단이 절실히 필요하다. 이제는 편 가르기를 중단하고 빨리 합리적인 대안을 만들어야 할 때이다. 그 시발점은 무엇보다 해수유통이다. 환경부의 지속적인 해수유통 불가피론만이 아니라 2012년 국정감사에서도 여야의원 공히 해수유통을 검토하라고 했다. 전북의 입장만 전환하면 된다. 설령 해수유통이 된다하더라도 전북 도민이 원하는 개발을 할 수 있다. 신항만, 공업단지 모두 가능하다. 새만금 공업용지 30%만 돼도 국내 대기업 원하는 만큼 들어와도 남는 땅이다. 해수유통이 확정되면 오히려 불확실성이 없어져 사업을 앞당길 수도 있다.  해수유통이 되면 그나마 남은 황금 갯벌을 살릴 수 있다. 농지 예정인 70%를 해수유통을 통하여 최대한 살려보자. 그리고 해양수산부가 시화호 해수유통 후 수질 개선을 위해 배수갑문 확대나 신설을 고려한 것처럼 새만금 갯벌에도 같은 방식의 해수유통이 필요하다. 특히 군산쪽 비응항 가까이 배수갑문을 설치해야한다. 부안 해창쪽 배수갑문 건설이나 기존 배수갑문을 확대하면 가장 확실한데, 우선은 급한대로 비응항 배수갑문 건설이 반드시 필요하다. 해수유통을 통하여 갯벌 서서히 살아나기 시작하면 어패류의 산란 서식장을 만들어 대규모 갯벌 농장을 만들어야 한다. 배수갑문으로 수위 조절까지 가능하다면, 맨손어업 작업시간도 늘어 더 많은 맨손어업이 가능하다. 예전처럼 다시 5,000명이상 맨손어업도 기대해본다.
지난 30년 동안 개발 약속 믿고 하늘만 쳐다보고 살았다. 지금과 같은 속도라면 50년을 기다려도 지역경제에 아무런 혜택이 없을 것 같다. 지금부터라도 해수유통으로 갯벌을 살리기 시작하면 10년 남짓 기간에 수천명의 일자리 창출도 가능하다. 선택은 아직 우리 손을 떠나지 않았다. 부안에서 먼저 시작하자. 군산은 갯벌이 차지하는 부분이 크지 않고 게다가 나름 새만금 혜택도 있어서 여론의 변화가 쉽지 않을 것 같다.
곧 지방 선거다.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에게 ‘해수유통’ 여부에 대한 확답을 받자. 뜻을 모으면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새만금은 변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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