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배구클럽

   
 
일요일 오후1시가 되면 동초등학교 체육관 앞이 북적인다. 부안배구클럽이 일주일에 한 번씩 1시부터 6시까지 연습과 자체 친선경기를 하기 때문이다. 유난히 개인택시들이 많이 눈에 들어온다. 부안배구클럽(회장 이헌구)은 10년 전 같은 개인택시를 하며 평소 친분이 있는 분들 10여명이 모여서 의기투합하여 만들어지게 되었다. 하루 종일 운전만 하다 보니 하체가 부실하다고 푸념하며 무슨 운동이든 한 번 해보자 하여 제일 먼저 축구를 하게 되었다. 모두가 의욕이 넘쳐 신나게 뛰었다. 그렇게 스트레스도 풀고 건강도 챙겼다. 하지만 마음처럼 몸은 따라주지 않았고 의욕이 너무 앞서다 보니 부상을 당하는 일이 잦아졌다.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비가 많이 와서 운동장에서 운동을 할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실내체육관으로 들어가 족구를 하며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하지만 이런 사건들을 계기로 부상의 위험이 큰 축구보다는 오히려 실내에서 하는 운동이 부상의 위험도 덜하고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할 수 있어 좋겠다는 회원들의 의견이 많아졌다. 그래서 족구도 조금 해보고 다른 것도 해봤지만 결국 배구로 종목을 정하게 되고 모두들 열심히 재미있게 잘 뭉쳤다. 매주 일요일이면 택시를 세워놓고 배구 코트 위에서 뛰고 뒹굴며 신나게 놀았다. 처음 배구가 뭔지도 잘 모르고 시작했지만 하고자 하는 의욕은 여전히 넘쳐났다. 그 후 사소한 오해와 갈등 끝에 많지 않았던 회원들 중에서 떠나가는 회원들이 생겼고 썰렁한 체육관에서의 운동은 신이 나지 않았다. 그래서 개인택시의 틀을 깨고 일반회원들을 모집하면서 새로운 도약을 모색하게 되었다. 그 후 모임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회원 간의 친목이 되었다. “체육관 밖에서는 사회적 지위가 어찌되었던 간에 코트에 나오면 모두가 똑 같은 거여, 모두 내려놔야 한당게” 이헌구회장의 말이다. 이제는 35명의 회원들이 일요일이면 거의 전원이 참석한다. 1시 부터는 감독, 코치의 지도하에 토스, 리시브, 수비 등의 훈련을 하고 나머지 시간은 팀을 나눠 경기를 한다. 1인당 1000원씩 하는 내기 경기에는 긴장감을 넘어서 파이팅이 넘친다. “내기 하고 안하고 눈빛이 다르당게 그리고 그 돈은 누가 갖는 게 아니고 한 달에 한번 회식비로 씅게 모두 다 좋아하지” 코치나 감독도 아마추어 이긴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회원들은 인정해주고 잘 따라준다. 1년이면 서너 차례 아마추어 배구대회에 참가하러 원정을 다니기도 한다. 개인택시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차를 빌리거나 하는 경우는 전혀 없고 선수들을 택시로 모시고 다닌다. 많은 회원들이 40대에 운동을 시작했으니 이젠 50이 넘은 회원이 많다. 그래서 시니어 팀으로 출전한다. 출전성적은 좋으냐고 물으니 이 팀의 자천 타천 라이트 공격수이며 에이스인 조남길씨는 “아슬아슬하게 이겨야 좋은데 아슬아슬하게 지고 마네요. 거참! 그래도 올해는 4강진입이 일차 목표입니다요” 회장님도 경기 결과보다는 형님, 동생하면서 소풍갔다 생각하고 즐겁게 놀려고 노력한단다. 이헌구 회장님과 잠깐 이야기 나누는 동안에도 눈동자 속에는 흰 배구공이 날아 다니는 듯 신이나 계셨다. “일요일 체육관에 갈 생각만 해도 신이 난다니까”
김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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