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육감으로서 지난 3년 반 동안 가장 중점을 두고 추진했던 정책은 무엇입니까? 그리고 그 성과는? 아울러 아쉬움이 남는 정책은 무엇입니까?
교육계의 반칙, 부정, 비리를 철저히 차단해 청렴도가 크게 높아졌어요. 혁신학교는 안정적으로 뿌리를 내렸고, 폐교위기에 처했던 농어촌 학교에도 학생들이 돌아와 활기를 띠고 있습니다. 학생인권조례 시행으로 학교문화가 인권우호적이고 민주적인 모습으로 바뀌어가고 있고, 학교폭력도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특히 우리 지역 학생들의 학력수준은 거의 정설처럼 굳어진 ‘지역의 학력수준은 지역의 경제력에 비례한다’는 속설이 무색할 정도로 전국 상위권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학교폭력 학생부 기재, 농어촌학교 통폐합, 인권조례 등과 관련해 교육부와 지방 정치권, 일부 언론 등의 집요한 공격에 맞서면서 우리 아이들과 교사, 학부모들을 위해 쏟아야 할 에너지와 시간을 낭비해야 했다는 점이겠죠.

 

- 흔히 진보교육감, 보수교육감이라고 지칭합니다. 교육자를 진보와 보수라는 정치적·이념적 잣대로 구분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제가 교육감이 되기 전에 헌법학자로서의 포지션은 진보주의자였습니다. 그리고 한국헌법학회를 이끌 때도 철저하게 진보적으로 이끌었습니다. 그런데 교육감의 자리는 헌법학자의 자리와는 다르죠. 교육에서 중요한 것은 좌우 이데올로기가 아닙니다. 교육감으로서 제 신념과 이데올로기는 오로지 우리 아이들입니다. 아이들이 어떻게 하면 건강하고 올바르고 똑똑하고 단단한 아이들로 성장해 가도록 할 것인가가 모든 가치 판단의 기준이자 중심입니다.

- 지난 6월 전라북도 학생인권조례가 우여곡절 끝에 통과되었습니다. 학생이 인권의 주체냐 하는 것은 질문의 가치도 없습니다만, 이런 당연한 논리가 현장에서 먹혀들어가지 않을 때의 답답함이 있을 거라 짐작되는데요?
학생인권조례의 시행으로 학생의 인권이 규범적으로 확인되고 일상생활에서 실현되고 있으며, 학교가 미래 민주시민으로서의 교양을 쌓아가는 터전이 되고 있습니다. 권위적이고 무겁기만 했던 학교문화가 인권우호적이고 민주적인 모습으로 바뀌어가고 있습니다. 학생은 누구나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존엄한 존재로서 건강권, 안전권, 학습권, 인격권, 차별당하지 않을 권리 등을 지닌 인권의 주체로 보호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학생인권이 교권과 충돌한다는 것은 궤변입니다. 인권을 존중받는 학생이 타인의 인권을 존중하게 되니까요.

- 교과부가 작은 학교를 통폐합했을 경우에 지급하는 보상 금액을 늘렸습니다. 교과부의 농어촌학교 통폐합에 관한 교육감님의 대책은 무엇입니까?
작은 학교 통폐합을 돈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은 교육부가 내놓을 정책이라고 할 순 없죠. 전북교육청은 강제통폐합도, 재정지원금도 모두 반대합니다. 학생 수가 적다고 학교 문을 닫는다는 일은 제가 교육감으로 있는 한 절대 없을 것이라는 점을 약속드립니다. 전북교육청은 오히려 통폐합이 아닌 살리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할 것을 정부와 국회에 촉구하는 한편 자체적으로 농산어촌 작은 학교 희망찾기 사업을 역점사업으로 추진해오고 있습니다. 그 결과 농어촌 학교에 학생들이 돌아오고 지역사회가 활기를 찾고 있습니다.

 

 

- 교과부가 시·도교육청 평가에 따라 특별교부금을 차등 지급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정책이 합당하다고 생각하시는지, 또 이러한 불이익에 대한 대책은 무엇입니까?
지난 11월29일 교육부가 2013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일명 일제고사 평가 결과를 발표하자 일각에서 전북의 학력 수준을 호되게 깎아내리고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과연 일제고사 본질은 뭐냐’, 그리고 ‘우리 전북 학생들의 실력수준은 어디 와 있느냐’는 것을 아는 겁니다. 잘 아시는 것처럼 전국단위 학업성취도 평가는 기초 학력 미달 학생들의 분포를 파악하고 원인을 분석함으로써 전국의 모든 학생들이 최소한 기초학력에는 이르도록 하겠다는 게 본래의 취지입니다. 그리고 전수평가가 아닌 표집평가도 가능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교육부가 이것을 반드시 해야 하는 전국단위 학업성취도 평가로 변질시킨 뒤,  결과를 언론에 내고 그러면서 이게 잘 안 나온 지역에 대해서는 언론의 뭇매를 맞게 하고, 잘 나온 데는 더 많은 예산 지원하고, 이런 변질된 행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어느 지역에서는 2011년 일제고사 1등 기념 돌탑까지 교육청에 세워 놓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일제고사 앞두고 10억원대 교원 노고 격려금을 지급해서 기재부 조사를 받기도 했고…. 왜 이렇게 시도교육청이 일제고사에 올인할까요. 교육부에서 하사하는, 표현이 적절할지 모르겠지만, 특별교부금을 많이 받기 위해서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아이들의 성적이 정말로 형편없을까요? 학생들 성적을 가장 객관적으로 정확하게 드러내는 자료라고 한다면 그것은 역시 수능성적일 것입니다. 전북 2013 수능에서 이미 아시는 것처럼 언어, 수리나, 외국어 도 단위 1위, 전국 4, 4, 6위입니다. 일제고사에서 5년 연속 1위라는 지역은 최근 몇 년 동안 수능에서 단 한 번도 전북을 앞선 적이 없습니다. 이건 뭐냐 하면, 진실은 전북의 학생들은 공부를 잘한다, 이게 성적에 관한 진실입니다.
- 고등학생의 식비 단가가 중학생과 같다보니 생기는 질 저하가 지적되고 있습니다. 실상은 어떠한지? 그리고 안전성을 담보할 계획은?
고등학교 여학생은 영양권장량이 중학생과 거의 비슷하고 남학생의 경우 영양관리기준이 차이가 있어 일률적으로 단가인상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 고등학교 학교급식은 영양관리기준에 부족함이 없이 제공하고 있으며, 기호도 등을 고려하여 열량 및 단백질 등 충분히 제공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고등학교 급식비 단가를 결정하는 데 충분히 참고하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급식의 제일 중요한 가치는 식품의 안전성입니다. 식품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개인위생은 물론 식생활관 현대화와 HACCP 인증 식재료 사용, 식재료의 안전성 검사(농산물 - 잔류농약검사, 축산물 - 한우 유전자 분석검사, 수산물 - 방사능 검사)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 경기도와 강원도 교육청은 고입 선발고사를 폐지하고 내신 성적만으로 고등학교에 진학할 수 있도록 하였는데, 전북도교육청은 고입선발고사(70%)+내신성적(30%)의 고교 입시체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고교 선발고사 폐지 여론에 대한 정책의지는?
고입 선발시험과 관련해서는 계속 고민하고 있습니다. 교육적으로 보면 하루라도 빨리 폐지해야 한다는데 동의합니다. 하지만 이 사안은 워낙 중대해서 부작용 부분에 대해 면밀한 검토를 하고 있습니다. 선발시험을 폐지했는데 결과적으로 실패한 것으로 결론이 날 경우 부작용이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있는 거지요. 앞으로 다각도로 여론을 수렴하고 논의 과정을 거쳐 부작용은 최소화하면서 교육적 효과는 큰 방안을 찾을 것입니다.

 

- 비김승환 후보 단일화를 위한 범도민전북교육감후보추대위에 5인이 참여했습니다. 재출마에 관해 코멘트 해 주실 수 있습니까?
저의 재선 출마 여부에 대해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거기에 대해 고심을 많이 했고, 지금도 하는 중입니다. 최근 들어 교육감 선거 방식을 놓고 국회 정치개혁 특위가 가동돼 논의 중이고, 또 비김승환 연대 등 여러 조직들이 매우 활발하게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차기 교육감 선거에 출마하겠다 또는 하지 않겠다라고 말씀드리는 것은 성급하다고 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 후보에 대해서는 생각하지도 않았고, 제 결심에 아무런 변수도 되지 않을 것입니다.

- 부안은 올해 줄포초 추가로 총 3개 학교가 혁신학교로 지정되었는데 타 시군에 비해 저조한 편입니다. 어떤 이유가 있다고 보십니까?
혁신학교는 교육청이 일방적으로 지정하는 것이 아니라, 교사와 학부모 등 학교 구성원들이 스스로 간절하게 원할 때 공모절차를 통해 지정하고 있습니다. 혁신학교로 지정됐거나 운영 중인 학교들 모두 교육청에서 일방적으로 지정해서 만들어준 것이 아니라, 그 지역 학교들의 교사와 학부모, 지역사회가 오랫동안 고민하고 준비해온 결과입니다. 혁신학교의 지정 여부는 오로지 학교 구성원들의 의지와 준비에 달려있습니다. 만일 학교구성원들이 혁신학교 지정을 원한다면, 지금부터라도 지원청과 도교육청의 도움을 얻어서 혁신학교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구성원들의 의지와 열정을 모아간다면 가능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 끝으로 새해 전북교육의 중점 추진 사업과 추진방향, 그리고 전북 교육가족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은?
저는 2010년 7월 1일 전라북도교육감에 취임한 이후 단 한 순간도 교육의 공공성과 책무성을 잊은 적이 없습니다. 새해에도 저와 전북교육청은 아이들이 행복한 교육, 학부모에게 감동을 주는 교육, 선생님들이 신명나는 교육을 위해 열심히 달려갈 것입니다. 이를 위해 새해에는 먼저 혁신학교의 성과를 모든 학교에 전파하여 전체학교의 혁신을 꾀하겠습니다. 또 농어촌 소규모학교 희망 찾기의 여세를 몰아 교육격차가 심화되고 있는 구도심 학교에도 생기를 불어넣겠습니다. 차별 없는 보편적 교육복지를 더욱 강화하고, 학생들의 기초학력은 더욱 탄탄히 다지겠습니다. 아울러 특수교육 대상 학생과 특성화고, 예체능 학생들의 교육과 진로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고민하고 세심하게 살필 것입니다. 교육가족 여러분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가정에 건강과 행운이 가득하시기를 기원합니다.
대담·정리 / 우병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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